인터넷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정사갤(정치사회갤러리) 유저들 간에 벌어진 살인사건으로 인터넷이 떠들썩했습니다. 가해자 백모씨(30)과 피해자 김모씨(30)는 3년 전부터 디시인사이드 정사갤에서 활발하게 활동했고, 서로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초 백씨가 김씨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글을 올리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분노한 김씨가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밝히자 백씨는 인터넷에 사과 글을 올렸습니다.

그 이후 올해 3~4월 경부터 백씨와 김씨는 정사갤에서 다시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김씨가 일베에 올라올 법한 보수성향의 글들을 올리고, 백씨는 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을 올리며 서로 대립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상대의 사생활을 비판하거나 욕설을 퍼부으며 대립했습니다.

결국 분노한 백씨는 채팅 사이트를 통해 김씨의 얼굴과 주소지를 알아냅니다. 그 후 백씨는 흉기를 2개 구입하고, 고향 광주에서 버스를 타고 김씨가 사는 부산으로 옵니다. 그는 5일 동안 모텔에 머물면서 김씨의 집 근처를 답사했고, 잠복하면서 동선을 파악했습니다. 범행 당일 백씨는 집을 나서는 김씨의 배를 찔러 살해했습니다.

인터넷 상의 싸움이 현실 세계의 싸움으로 이어지자 누리꾼들은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많은 누리꾼들은 “그놈의 정치가 뭐라고 칼부림까지 하냐” “정치성향 다르면 사람도 죽이는 시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언론도 이번 사건을 ‘보수 vs 진보’, ‘이념 대립하다 칼부림’이라는 식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사건 자체도 진흙탕 싸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사건이 알려진 후 인터넷에서 더욱 심각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씨가 인터넷에 ‘운지’ 등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글들을 올렸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몇몇 누리꾼들이 “피해자도 정상은 아니네” “일베충이라 별로 불쌍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보수성향 누리꾼들은 인터텟 게시판에 이러한 댓글들을 퍼 나르며 “민주주의 하자더니 이게 민주주의냐”라고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가해자 박씨의 고향(광주)을 문제 삼으며 지역을 비하하는 주장이 계속 올라오고 있네요.

   
 
 
하지만 이번 사건의 원인이 과연 보수-진보 간 대립, 이념 갈등일까요? 이념 대립이 아니라 인터넷 상의 지나친 감정싸움과 인신공격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백씨와 김씨가 서로 주고받은 글들을 살펴보면 정치 논쟁이라기보다 서로 욕설을 퍼붓고 각자의 신상을 털어 사생활을 비난하는 글들입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두 사람이 틀어지게 된 계기도 백씨가 김씨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글을 올리고, 김씨가 그를 고소하겠다고 밝힌 사건 때문이지요. 언론이 지나치게 이념 대립을 강조하고, 이를 접한 누리꾼들이 다시 이념 대립을 가장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닐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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