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국제중학교가 지난 4년 동안 14명을 부정 입학시키기 위해 867명의 성적을 조작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북부지검은 학부모들에게 돈을 받고 성적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을 구속 기소하는 등 18명을 사법처리했다.

17일 언론 보도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상당수 기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름이 빠져있다는 사실이다. 영훈중 사태는 이 부회장 아들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입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이 부회장의 아들은 교과 성적은 합격선에 미치지 못했으나, 추천서와 자기계발 계획서 평가에서 만점을 받아 합산 결과 16명의 합격자 안에 들었다.

17일 전국 단위 종합 일간지와 경제지 가운데 영훈중 수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실명을 적시한 곳은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 밖에 없었다.

조선일보 등에 따르면 검찰은 이 부회장의 아들과 관련,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으나 학교에 금품을 제공하거나 청탁을 한 정황이 없어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 아들이 입학한 2013년 입시에서는 학부모에게 돈을 받은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학교 위상을 고려해 학교 측이 스스로 특정 학생의 성적을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부분 신문에는 이 정도의 설명도 없다. 돈도 받지 않았는데 학교 측이 알아서 성적으로 조작했다는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검찰이 이 부회장 관련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을 하지 않는 것도 수상쩍다.

한국일보는 “영훈중 입시 비리 사건은 지난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이 학교 사회적 배려자 전형에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고 보도했고 경향신문은 “부정입학한 3명 중에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자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짧게 언급했다. 세계일보는 “검찰은 성적 조작자 중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포함돼 있는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영훈중 사건은 특성화 학교가 사실상의 귀족학교로 변질됐으며 우리 사회 특권층들이 신분 세습의 통로로 활용해 왔다는 사실을 드러낸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부정 입학했다는 건 이 사건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재용 없는 영훈중 보도는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는 기사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올해 1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부정입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한 학부모가 2000만원을 주고 입학시켰다고 폭로하지 않았더라면 영영 묻힐 뻔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겨레 보도에서는 이 부회장 이야기가 없다. “학교의 추악한 민낯이 검찰 수사 결과로 드러났다”고 보도하면서도 정작 부유층의 추악한 민낯은 드러내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아예 영훈중 사건 자체를 보도하지 않았다. 경제지들도 대부분 영훈중 수사 결과 발표에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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