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동아, 중앙 등 족벌신문사들이 지배하는 3개 종편채널사업자의 주요 주주 명단을 보면, 마치 만화경(萬華鏡)이나 요지경(瑤池景)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혼맥으로 얽히고 설켜 한국 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세력들의 경연장이다. 완벽하게 ‘또 하나의 가족’이된 셈이다.

우선 면면을 보자.

돈을 가진 재벌(삼성전자, LS그룹 등) 계열사, 대기업을 소유·지배하며 정치권력까지 쥐고 있는 정치인(국회의원), 명예를 가르치고 명예를 먹고 살고 학생들 등록금 인하 압력을 받고 있는 사학재단, 비자금 조성과 뇌물 제공 의혹 등으로 구설에 오르기 쉬운 건설회사, 부실 경영과 비리 의혹으로 도마에 오른 저축은행, 신약개발에 모든 재원을 쏟아부어도 부족할 제약회사, 환자 치료와 서비스 개선에 매진해야 할 대형 병원(의료법인), 매출이 1조원이 넘는 제빵그룹, 대학 연구(자)를 지원하기 위해 산업계에서 돈을 대서 만든 산학협력단.

기자들에게는 박봉과 앵벌이를 강요하며 연명해 가는 일부 지역신문사, 지식산업이라 불리면서도 불황에 미래를 안심할 수 없는 출판사, 잘못되면 사람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가는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

박근혜 대선 캠프 부위원장의 친정가족들이 소유지배하는 도시가스 회사, 전두환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돈 회사, 푸른 바다와 싸우며 원양어업 등으로 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리는, 전직 국가정보원장의 사돈이 지배하는 회사.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으면서 신도들의 헌금으로 운영되는 교회, 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해야 하는 고속버스회사,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예비역 군인들의 친목단체인 재향군인회, 대한토목학회.

방송과 예술을 진흥, 발전시키시 위해 만든 기관의 공금 수백 억 원을 횡령하고 수십 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살고 있는 전직 이사장이자 공영방송의 이사를 지낸 자(김학인), 법무법인, 방송과 영상에 종사하는 유명 배우(탤런트)들.

자본주의 국가에서 투자는 개인과 법인의 자유다. 그러나 주주로 참여한 개인과 법인(단체)들의 면면을 보면, 종편을 지배하는 ‘권력 위의 권력’인 족벌언론사들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돈깨나 있고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과 회사(단체)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것으로 평가한다. 물론 그 중에서 상당수는 족벌사주들의 사돈이나 친인척 등 이른바 특수관계자들이다.

따라서 그리고 역설적으로, 우리는 드러난 주요 주주 구성만 놓고 봐도 종합편성채널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귀태(鬼胎)’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선언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왜 종편 채널사업에 참여한 주주명단을 그토록 움켜쥐고 내놓지 않으려 했는지를 통해서도 우리의 이같은 판단은 간접적으로 증명됐다고 본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정보공개 청구가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 주요 주주 명단을 절대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고, 근본적인 정치변동이 없는 한 이같은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방송까지 철옹성 구축한 족벌신문 사주, 정치적 야망 드러낼 날 멀지 않아

신문사가 주로 사기업의 형태를 띤다면, 방송은 국가의 허가를 받아 특혜를 누리는 사업으로 전혀 성격이 다르다. 방송만큼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분야는 없다. 그런 ‘공공재 중의 공공재’를 새누리당 정권은 변칙과 편법으로 온갖 특혜를 베풀며 족벌신문사들에게 갖다 바치기 위해 언론악법을 날치기했다.

덤핑과 탈세 등 온갖 불법과 비리로 신문산업 전체를 망가뜨리고 철옹성 같은 독과점 체제를 구축한 조중동 등 족벌신문과 사주들이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분야의 지배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종편채널 사업을 시작했으니 이제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주주 구성을 가진 종편들이 과연 누구를 위해 방송하고 누구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지는 자명해진다. 우리나라에도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와 같은 ‘귀태’가 등장할 날이 멀지 않은 것인가? 기댈 것은 오로지 국민들의 각성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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