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의 편파방송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서 두 방송사 성토 목소리가 나온데 이어 최근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이 편파보도를 이유로 “KBS MBC와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국정원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세 번째 촛불시위가 벌어진 지난 13일 서울광장에선 언론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은 “언론이 언제까지 국정원을 규탄하는 촛불시위를 외면할 것인가”라며 언론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실제 이날 서울 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는 KBS MBC SBS 메인뉴스에서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이날 촛불집회는 세 번째로 열린 집회였고, 참가자도 2만3천여 명(주최측 추산)으로 최대 규모였지만 지상파에서 모두 전파를 타지 못했다.

이와 관련, KBS 한 기자는 “국정원 관련 의혹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KBS가 과연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집회’를 제대로 보도할 수 있겠느냐”면서 “국정원 촛불집회는 KBS뉴스에서 사라진 지 이미 오래”라고 말했다.

   
KBS MBS 로고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공개한 ‘NLL지도 공개’와 관련해서도 KBS MBC는 편파방송비난에 휩싸였다. 윤 의원이 이날 공개한 지도를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측에 제안한 공동어로수역은 NLL을 기준으로 남북한 등면적으로 설정돼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지도까지 그려 대국민 발표를 한 국정원의 주장도,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지만 김장수 당시 국방장관이 이를 뒤집었다는 새누리당 주장이 모두 허위라는 것이 사실상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SBS는 단신으로 보도했고, KBS MBC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와 관련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KBS 9시 뉴스를 보니 NLL은 아예 뉴스로 취급 안하는군요. 이런 편파방송에 시청료 거부운동을 다시 해야 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진영에서도 KBS MBC의 편파방송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방송의 공영성을 지지하는 소장학자 및 언론인으로 구성된 방송독립포럼은 16일 성명에서 “KBS, MBC 등은 지난달 이후 줄을 잇고 있는 대학 교수, 대학생, 심지어 고등학생들의 국정원 사태 비판 시국선언에 대해 보도를 외면하고 있다”면서 “5공화국 ‘보도지침 언론’을 연상케 한다”고 비판했다.

방송독립포럼은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사건은 박근혜정권의 정통성과 직결된 것은 물론 국기를 문란케 한 반민주주의적 폭거”라면서 “현 정권 최악의 뇌관으로 등장한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규탄을 언론이 외면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학가, 시민사회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언론시민단체 일각에선 KBS MBC 등의 편파보도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조직적인 취재거부 운동에 돌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아직 전체 언론시민단체 차원의 논의를 진행하지는 않고 있지만 최근 촛불집회에서 언론의 편파보도를 지적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KBS MBC 등 방송사들이 촛불집회를 계속 외면하고 NLL과 관련해 ‘물타기 보도’를 계속할 경우 인터뷰를 비롯해 취재거부를 염두에 두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특히 KBS의 경우 수신료 인상 문제와 연계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현석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취재현장에서 KBS카메라가 시민들에게 거부당한 아픔이 있다”면서 “국정원이나 NLL보도를 지금처럼 정권눈치보기식으로 계속할 경우 당시 상황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석 본부장은 “최근 KBS보도 비판에 대해 간부들이 ‘그런 비판은 어느 시대에도 항상 있었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게 더 문제”라면서 “지난 13일 촛불집회의 경우 현장에 카메라를 보내지도 않았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시민들로부터 KBS가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앞으로 KBS MBC 종편과는 인터뷰 하지 않을 것”
[인터뷰]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이 KBS와의 인터뷰 거부를 공식 ‘선언’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금 KBS 9시 뉴스를 보니 윤호중 의원 지도 공개는 아예 뉴스로 취급 안하고 있는 반면 국회윤리위가 일을 안한다면서 홍익표 의원 윤리위 제소는 빨리 처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면서 “NLL은 아예 뉴스로 취급 안하는군요. 이런 편파방송에 시청료 거부운동을 다시 해야 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편집장은 “지난 10년 동안 KBS 인터뷰, 출연이 거의 100번이 넘는 것 같은데, 오늘부로 사절한다”면서 “그 잘난 보수애국세력과 재향군인회 방송 만드시기를, 굿바이~”라고 썼다.

KBS 인터뷰 거부와 관련, 김종대 편집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 전화 인터뷰에서 “KBS는 물론이고 MBC뉴스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내가 방송에 나가서 열심히 이야기를 해도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뜻이 과연 제대로 전달이 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금 방송에 나가서 진실을 말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김 편집장은 “NLL 뿐만 아니라 안보 관련 아이템의 경우 방송뉴스 편파보도는 극에 달하고 있다”면서 “거의 막장보도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방송뉴스에서 6·10민주항쟁이나 7·4남북공동성명에 대한 평가나 조명은 거의 없었던 반면 ‘안보시리즈’나 NLL보도는 집중적으로 했다”면서 “KBS와 MBC가 너무 망가졌다”고 우려했다.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
 

특히 김종대 편집장은 최근 들어 ‘방송사 입장을 생각하게 되는’ 압박감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에 나가거나 인터뷰 할 때 작가들과 질문지를 주고받는데 자꾸 방송사 입장을 생각하게 된다”면서 “방송에 나름 오래 출연한 나도 이런 압박을 느끼고 자신감을 잃을 정도인데 아마 다른 사람들은 이런 압박이 더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편집장은 “모 대학 교수의 경우 NLL파문과 관련, 라디오에 출연해 ‘NLL포기란 말이 어디 있냐, 국정원의 독해력이 의심스럽다’는 얘기를 했는데 방송 이후 제작진이 출연자에게 ‘불편한 심기’를 전달했다”면서 “이건 방송사 눈치보며 방송하라는 얘기다. 이럴 거면 왜 섭외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편집장은 “이렇게 방송사 입장을 의식하면서 방송을 하게 되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편히 말할 수도 없고, 진실을 얘기할 수도 없다”면서 “지상파 방송에 비해 팟캐스트가 훨씬 자유롭고 날카롭고 할 말을 하는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이 일어날 정도로 편파보도 심하다”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을 언급한 것과 관련 김 편집장은 “그럴 정도로 KBS가 보도가 엉망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면서 “하지만 수신료 거부 운동이 조직화 되면 그런 운동에 동참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주도적으로 수신료 거부운동을 할 수는 없지만 뜻을 함께 하는 북한·안보 전문가들과 KBS를 비롯해 MBC와 종편 등에 출연 및 인터뷰를 거부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연이나 인터뷰를 거부할 경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수 있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김종대 편집장은 “그건 방송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시청자가 판단할 사안”이라면서 “이런 움직임이나 운동이 일어나기 전에 KBS와 MBC는 변화를 시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편집장은 “이미 국민들의 방송뉴스의 편파성에 대한 판단은 끝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월부터 전반적인 방송 분위기가 한쪽으로 너무 쏠리는 경향이 있어 이때부터 KBS MBC 종편 등에는 방송출연을 안 하고 있다”면서 “이번 NLL보도는 너무 심한 것 같아 아예 쇄기를 박아버리자는 차원에서 페북에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김 편집장은 “앞으로 KBS MBC 종편과는 인터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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