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8월 말로 다가온 LTE(롱텀에볼루션) 주파수 경매가 어떻게 될 것 같느냐는 질문에 업계 전문가들도 다들 명확한 전망을 내놓지 못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게임의 법칙은 다음과 같다. 50라운드까지 오름 입찰을 한 뒤 밴드플랜1과 밴드플랜2 가운데 입찰 금액 총액이 비싼 게 채택되고 밀봉 입찰로 최종 낙찰자를 결정한다. KT가 노리는 D2 블록은 밴드플랜2에 있다. 밴드플랜1에서 C1은 LG유플러스만 입찰할 수 있다. 한 라운드를 거칠 때마다 입찰 가격을 최소 3% 이상 높일 수 있고 고의로 낮은 가격을 쓰는 경우에는 세 차례 연속 패자가 될 수 없도록 했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KT는 D2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 둘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최대한 D2 가격을 끌어올린 다음 막판에 A2나 B2, C2를 최저가격에 집어가는 전략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셋째, SK텔레콤 입장에서도 이왕이면 A2나 B2보다는 C2가 더 매력적이다. 넷째, KT가 D2를 포기하고 C2에 베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섯째, 50라운드까지 가도 승부가 안 나고 결국 밀봉 입찰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1에서 경쟁적으로 A1이나 B1, C1 등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KT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KT 입장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밴드플랜2를 밀봉 입찰까지 끌고 가야 하기 때문에 A1(또는 B1)+C1 보다 D2가 더 높도록 유지해야 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가격을 견인하고 KT가 끌려가는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는 변수가 있다. 우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끝까지 한 배를 탈 가능성은 낮다.

1.8GHz 대역에 주파수가 필요한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단독 입찰을 할 수 있는 C1이 가장 좋은데 현실적으로 밴드플랜1이 채택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C2를 노릴 텐데 SK텔레콤 역시 C2에 욕심을 내고 있다. SK텔레콤 입장에서도 굳이 LG유플러스에 C2를 양보할 이유가 없다.

KT 입장에서는 일단 갈 데까지 가보는 수밖에 없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1에서 작정하고 A1이나 B1 가격을 끌어올리면 KT는 이에 맞춰 가격을 높여 부르면서 따라가야 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마음만 먹으면 KT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가격을 높일 수도 있지만 그러나 실제로는 밴드플랜2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D2를 끌어올리도록 압박하다가 막판에 밴드플랜2의 A2나 B2, C2로 옮겨 탈 것으로 보인다.

   
 
 
만약 1라운드에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A1과 B1을 3%(144억원)씩 끌어올리면 KT는 D2에 288억원 이상을 추가로 불러야 밴드플랜1을 따라잡을 수 있다. 2라운드부터는 추가로 가격을 끌어올리기 보다는 고의로 패자가 되는 전략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승자는 입찰을 할 수 없고 세 번 연속 패자가 되면 탈락되는 조건이라 두 번까지 낮은 가격을 썼다가 다음 라운드에서 가격을 조금 높여 부르는 전략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아무리 가격을 높여 부르고 싶어도 기회는 3라운드에 한 번씩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50라운드까지 가더라도 가격을 높여 부를 기회는 16번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3%씩 가격을 높여 부를 경우 밴드플랜1 가격이 3조814억원까지 불어난다. KT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D2를 가져가야 한다면 밴드플랜2에서 KT 혼자 10% 이상 가격을 높여 부르면서 최대 1조8349억원을 질러야 한다.

물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3% 이상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KT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고 KT가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고 D2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KT가 일찌감치 D2 가격을 높게 불러 판세를 굳힐 가능성도 있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동맹이 깨질 가능성도 크다. 밀봉 입찰까지 갈 걸 대비하려면 50라운드 이전에 C2에도 베팅을 해야 한다. 누가 먼저 밴드플랜1에서 이탈하느냐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50라운드 이전에 적당히 싸게 집어가는 전략이 실패해 결국 밀봉 입찰까지 가면 계산이 더욱 복잡하게 된다. 최저가격 대비 가장 높은 배율로 입찰한 블록에 무제한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지만 나머지 블록은 그 배율 이상으로 가격을 부를 수 없게 돼 있다.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와 C2를 두고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지만 막판에 D2에 뛰어들어 무지막지하게 베팅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신 3사가 모두 입이 나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8GHz 대역에 주파수가 없는 LG유플러스는 3위 사업자에 배려가 없다고 불만이고 SK텔레콤은 KT에게 엄청난 특혜를 줬다며 반발하고 있다. 결국 KT가 D2를 가져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KT가 D2에 2조원 이상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지만 KT는 가격이 치솟을 것을 우려해 엄살을 쏟아내고 있다.

원형운 동부증권 연구원은 “LTE 어드밴스드 서비스가 이미 상용화 됐고 LTE 도입 이후 번호이동 현황을 감안하면 SK텔레콤의 경쟁 상대는 KT보다는 LG유플러스라고 할 수 있다”면서 “SK텔레콤이 무리하게 KT의 발목을 잡기 보다는 실리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동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너무 많은 시나리오가 있어서 누구도 수혜 여부를 예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다들 불만을 늘어놓고 있지만 이번 주파수 경매는 누구도 특별히 더 유리하거나 더 불리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애초에 담합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관측과 함께 “다 같이 부담이 늘어나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결국 KT가 D2를 가져갈 거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느슨한 동맹이 얼마나 유지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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