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탄생의 비밀은 총 12만 쪽, 서른 상자 분량의 문서에 담겼다.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문건을 건네받은 언론개혁시민연대는 허가 취소에 해당하는 주주 적절성 부분을 집중 분석할 계획이다. 민주당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자료를 일부 수령했고 공동분석 및 대응을 계획 중이다. 종편 재심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12일 공개한 자료에는 승인 취소를 다툴 수 있는 자료도 포함돼 있다. 추혜선 사무총장은 “사업자 신청과 의결 사이에 주주가 바뀌거나 승인장 교부 당시 그리고 일정기간 동안 주주가 바뀌었다면 이는 명백한 승인 취소 사항”이라며 “주요주주로 참여한 기업에서 이사회 의결서를 허위로 제출한 경우까지 승인 취소에 해당하는 사유를 찾겠다”고 말했다.

사업계획서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게 종편의 현실이다. 16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종편 3사는 장밋빛 전망과 함께 방송공정성, 공공성, 업계와 상생 등을 약속했다. 이들 사업자는 이같은 비계량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사업자로 선정됐다. 방통위는 최근 이같은 항목에 대해 종편 4사가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시정명령을 예고했다.

종편은 사업 필요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채널A는 사업계획서 중 ‘사업 필요성’ 항목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청자 불만사항을 조사한 결과, 지상파 방송은 공정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케이블 방송은 윤리적 수준과 소재 및 표현기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적었다.

특히 채널A는 ‘방송언어 순화 계획’을 제출했는데 언어순화 전담자 4명을 배치하고 ‘막말 방송 3진 아웃제’를 실시해 방통위 심의규정 등을 3회 이상 위반한 출연자를 프로그램에서 퇴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채널A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에 이어 시사평론가 이봉규씨 등 출연자들의 인신공격성 발언, 왜곡발언 등을 내보내 ‘막말방송’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TV조선은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공정성 및 여론다양성을 사전에 확보하는 방안으로 15년차 이상 기자 2명을 ‘팩트체커(Fact Checker)’ 에디터로 임명하고 100명의 국내외 전문가를 사안에 따라 사외 팩트체커로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선거방송자문단을 만들고 선거방송백서를 사내외에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지난 18대 대선보도를 두고 방통심의위가 가장 많이 지적한 방송사는 채널A로 심의 위반 건수는 총 10건이다. 종편은 34건으로 지상파 23건, 보도전문채널 4건보다 많았다. 최근 채널A와 TV조선은 5·18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왜곡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이 때문에 비판 여론이 크게 일었다.

사업계획서에서 종편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상생을 하나같이 강조했다. JTBC는 “기존 관행 수신료 대비 40% 수준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폭로한 ‘종편 추가특혜 공모 TF’ 문건에는 수신료와 관련해 종편 4사가 CJ에 대한 무력 진압을 계획한 대목이 나온다.

이밖에도 시청자 비평 프로그램 새벽 편성은 사업계획서 불이행 사례로 꼽힌다. 채널A <시청자 마당>은 금요일 새벽 5시 20분~6시 20분, TV조선 <열린비평, TV를 말하다>는 금요일 새벽 6시~7시, JTBC <시청자의회>는 토요일 새벽 6시 25분~7시 25분 편성이다. 그러나 사업계획서에는 토요일 오전 11~12시(채널A), 일요일 오후 6~7시(TV조선)로 나와 있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종편 승인 심사가 법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며 “사업계획서에서 한 약속, 허가 조건이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종편이 약속한 고품격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지,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든다고 해놓고 불량식품을 만든다면 분명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는 “팩트체커, 막말삼진아웃제는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종편 심사 당시 여론독과점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그런 만큼 시사보도프로그램에 대해서 엄밀한 기준을 제시했지만 사업계획서에만 적혀 있다”며 “(방통위도) 안일하게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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