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36대 KBS기자협회장에 취임한 조일수 회장은 신중했다. 그는 1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협회장으로서 무언가를 하겠다고 하기에 앞서 많은 사람들이 기자협회에 무엇을 원하는지 찾고 싶다”면서 “이취임식 때도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 계획을 밝히기보다 앞으로 저의 자세나 태도에 대한 얘기를 주로 했다”고 말했다.

최대 현안인 KBS 뉴스 공정성 문제나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조 회장은 말을 최대한 아꼈다. 그는 “(구체적인 현안과 관련해서는)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 입장을 얘기해선 안 될 것 같고, 집행부가 꾸려지고 협회원들과 계속 취합해서 만들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조 회장은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입장은 이전 집행부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면서 “다만 아직 협회장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자협회 이름으로 어떤 입장을 내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일수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이취임식 때 어떤 얘기를 했는지.

“협회장에 출마하면서 쓴 글에도 언급했지만, 무언가를 하겠다고 하기에 앞서서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찾고 싶다. 그래서 이취임식 때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 계획을 밝히기보다 앞으로 저의 자세나 태도는 이러한 식일 거라는 얘기를 주로 했다. KBS 뉴스의 공정성, 수신료 관련된 얘기 등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를 안 했다.”

- 현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구체적인 현안과 관련해서는)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 운영해선 안 될 것 같고, 집행부가 꾸려지고 협회원들과 계속 취합을 해서 만들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KBS수신료 인상이나 보도의 공정성 등 최근 현안에 관심이 많다. 신임 KBS기자협회장으로서 어떤 입장인가.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입장은 이전 집행부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다만 아직 협회장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자협회 이름으로 어떤 입장을 내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려고 한다.”

- KBS기자들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일각에선 ‘힐링’이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사실 KBS기자협회가 공식조직은 아니다. (그럼에도) 기자협회에 대해서 회사의 공식조직이든, 기존 협회원이든 기대가 참 많은 것 같다. 그만큼 KBS 공조직이 역할을 못해 왔다는 얘기다. KBS차원에서 해야 할 성질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자협회가 떠안아야 할 책임과 역할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 대한 KBS기자협회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 공조직이 공식적으로 해주지 않는, 이른바 ‘힐링’이라는 부분과 관련해서도 협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 그 균형점을 잘 찾아가는 게 KBS기자협회의 숙제다. 회사와 좀 더 싸우고, 협상하고, 정치적인 입장차로 인한 무거운 얘기들을 할 수 있는 현안과 ‘힐링’이라는 부분을 분리시켜서 어느 한쪽의 문제를 강조하거나 부각시키지 않으려 한다.“

   
조일수 신임 KBS기자협회장
 

- 피로감을 호소하는 KBS기자들이 있다. 

“많이 피로해 한다. 피로해 하는 게 본인의 신념이나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거기에 반하는 것 때문에 피로감을 느끼는 기자들도 있고,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업무가 가중되면서 피로감을 느끼는 기자들도 있다. 두 가지가 함께 존재하는 것 같다. 이 중에 합의할 수 있는, 협상해서 얻어낼 수 있는, 회사 공조직과 같이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부터 조금씩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큰 문제’에 대해 손 놓겠다는 뜻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균형 있게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보도국 편집회의에 기자협회장이 참석하는 것에 대해 간부들이 반대했다. 편집회의에서 기자협회장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기자협회로서 고유의 업무가 있고, KBS기자협회가 역사적·경험적으로 하고 있는 역할이 있다. 그런데 편집회의는 후자에 속한다고 본다. 그런 역할은 반드시 해야 한다. 공조직이 못하는, 수용하지 못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도 기자협회의 역할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KBS는 뉴스를 생산하는 구조가 옛날 방식이다. 변화된 미디어환경을 위기로만 생각하지 제작시스템의 변화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국장이 주재하고, 일선 취재부장들이 발제를 하는 과정들이 10년이나 20년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일선 기자들의 의견을 협회장이 보완을 하거나 또는 공급자 중심의 뉴스, 출입처 중심의 발생뉴스가 아닌, 시민사회에서 요구하는 KBS뉴스의 어떤 얘기들을 전달하는 게 협회장의 역할이다. 그런 부분은 KBS 공식조직에선 없기 때문에 기자협회장의 역할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럼으로써 KBS뉴스가 좀 더 균형감 있고, 많은 이해를 담아낼 수 있는 좀 더 완전한 형태로 가지 않을까. 기자협회가 편집회의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존재하고, 지금 이런 시기일수록 역할은 더 크다고 생각한다.“

- KBS에서 그나마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했던 기자들이 자꾸 나가고 있다.

“(잠시 생각한 후) 생각은 정말 많이 하고 있다. 나가는 기자들을 말려야 할지, 놔둬야 할지.  너무나 좋은 선후배 선배들인데 … KBS로서도 손해임이 분명한데 KBS가 왜 품어주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직에 대한 아쉬움과 자조감이 들 때도 있다. 해결을 어떻게 하겠나. 솔직히 잘 정리가 안 된다.”

- 현재 KBS보도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은 상상 이상이다. 물론 내부에서 구성원들이 나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외부에서 보기엔 미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 분들에게 ‘당부할’ 얘기가 있다면.

“비유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취재기자 시절에 인터뷰를 가면 KBS와 인터뷰를 하지 않으려는 분들이 있었다. 그럴 때 나름 설득한 논리 중의 하나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였다. 훌륭한 생각을 하고 있고,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분들이 KBS와의 인터뷰를 거절하거나 피하면 결국 얘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 얘기 잘 해주는 사람들 위주로 계속 인터뷰를 하게 된다. 

KBS가 바람직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계속 밉다고 외면해버리면 KBS내에서 조금이나마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소수의 사람들의 힘을 계속 약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KBS안에서 양화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비판을 하고 지원을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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