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서해 NLL 지도를,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공개했습니다. 윤 의원은 ‘이 지도의 공동어로구역은, 남북이 같은 면적으로 설정돼 있다’면서 ‘NLL을 포기했다는 국정원 주장이 허위 날조됐다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중요한 것은 실제 정상회담 내용이지 지도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14일 SBS <8뉴스> ‘민주, 2007년 북한에 전달한 NLL 지도 공개’ 리포트 전문이다. SBS는 해당 리포트를 20번째 뉴스로 보도했다. 스포츠뉴스 보도하기 전에 배치했으니 <8뉴스> 마지막에 보도한 셈이다. 그것도 기자 리포트가 아니라 앵커가 전하는 ‘단신’으로.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이 내용이 ‘단신’으로 처리될 사안일까. 그동안 국정원과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북측 해상군사경계선과 NLL 사이에 공동어로수역을 설치하자는 북측의 요구를 수용해 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해왔다.

   
7월14일 SBS <8뉴스> 화면캡처
 

윤호중 의원 ‘NLL지도 공개’ 단신으로 처리한 SBS

하지만 윤호중 의원이 공개한 ‘NLL지도’를 보면 이 같은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윤 의원이 이날 공개한 지도를 보면 노 전 대통령이 제안한 공동어로수역은 NLL을 기준으로 남북한 등면적으로 설정돼 있다. 정확히 말해 NLL을 기점으로 백령도 서북방과 동쪽 방향, 소청도 서남방 일대의 NLL 선을 따라 등면적의 정사각형 또는 직사각형 형태의 어로구역을 설정하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이런 등면적 구상은 지난 2007년 11월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우리 측이 제시한 지도의 등면적 제안과 동일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지도까지 그려 대국민 발표를 한 국정원의 주장도,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지만 김장수 당시 국방장관이 이를 뒤집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도 모두 허위라는 것이 이번 ‘NLL지도’로 판명된 것. SBS처럼 단신으로 처리할 게 아니라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려줘야 할 사안이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14일 공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에 전달한 서해공동어로구역 사진.
 

하지만 SBS를 탓할 일이 못된다. SBS는 그나마(?) 단신으로라도 언급한 반면 KBS MBC는 아예 윤호중 의원이 공개한 ‘NLL지도’를 보도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NLL지도’를 외면한 KBS가 14일 <뉴스9>에서 주목한 건, ‘의원 징계 윤리특위, 자동 상정 추진’이다. KBS는 “의원들의 품위를 지키겠다며 국회가 만든 윤리특별위원회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라면서 “대통령을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의 후손이라고 표현한 민주당 홍익표 의원까지 포함해 19대 국회 들어 의원 징계안 12건과 자격심사안 2건이 윤리특위에 접수됐지만, 아직 단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윤호중 의원 NLL지도, 언급조차 없는 KBS MBC… 여당에 불리한 건 보도하지 않는다?

KBS 한 기자는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과 민주당 이종걸 등 ‘여야 모두’를 비판하는 모양새를 취하긴 했지만,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윤리위 제소를 하루 빨리 처리하라는 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주장해 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이 윤호중 의원 지도 공개로 사실상 허위사실로 판명이 났는데 이를 보도조차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편파방송”이라고 비판했다.

   
7월14일 KBS <뉴스9> 화면캡처
 

MBC 또한 KBS와 보도태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 윤호중 의원의 ‘NLL지도’를 한줄 언급도 하지 않은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내일 NLL대화록 열람… 어떻게?’ 리포트에서 “귀태 발언 파문으로 일정이 늦어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이 내일 진행된다. 열람 절차가 까다롭다”고 보도했다. 정작 중요한 내용은 보도하지 않은 채 ‘곁가지 보도’에만 치중하는 양상이다.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호중 의원의 ‘NLL지도’를 언급하며 “군사작전은 물론 경비활동에도 전혀 저촉되지 않으며, 이 공동어로구역은 평소 남북 대치로 인해 우리가 전혀 활용할 수 없었던 죽은 바다였다”며 “이걸 경제발전을 위해 생명의 바다로 활용하자는 것이 이 구상의 핵심이었다. 이게 NLL 포기인가”라고 비판했다.

김 편집장은 “(KBS가) NLL은 아예 뉴스로 취급 안하는군요. 이런 편파방송에 시청료 거부운동을 다시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지난 10년 동안 KBS 인터뷰, 출연이 거의 100번이 넘는 것 같은데,오늘부로 사절한다. 그 잘난 보수애국세력과 재향군인회 방송 만드시기를. 굿바이”라고 적었다.

보수주의자로부터 ‘재향군인회 방송‘이란 비아냥까지 듣는 KBS. 그에 못지않은 방송행태를 보이는 MBC. 한국의 대표적 양대 방송이 처한 현실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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