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에 공동어로구역 설정을 통해 NLL을 포기했다는 국가정보원과 새누리당 등의 주장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이 당시 김 전 위원장에게 전달한 공동어로구역 관련 지도에 NLL을 기준으로한 등면적으로 설정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정원이 지도까지 그려가면서 북한에 NLL과 어장을 내어주는 ‘휴전선 포기’라고까지 주장한 것 뿐 아니라 대선 때부터 제기해온 이른 바 ‘노무현 NLL 포기’ 발언이 허위 날조 정치공작이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14일 오후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서해공동어로구역 지도를 보면, NLL을 기점으로 백령도 서북방과 동쪽 방향, 소청도 동남방 일대의 NLL 선을 따라 등면적의 정사각형 또는 직사각형 형태의 어로구역을 설정하는 것으로 그려져있었다.

이외에도 윤 의원이 함께 공개한 정상회담 이후 열린 국방장관회담(2007년 11월 27~29일)시 우리측의 등면적 방안 관련 지도를 봐도 모두 NLL을 기점으로 한 백령도 서북방, 동방, 소청도 동남방, 연평도 서방 일대에 NLL 선을 따라 등면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이 지도를 공개한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14일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정상회담이 2007년 10월, 장관급회담이 11월, 장성급회담이 12월로 이어졌는데,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와 우리 정부의 당국자들은 등면적 원칙을 변함없이 북측에 전달한 것을 확인했다”며 “결국 김정일 위원장은 NLL남쪽 자기네가 주장하는 12해리 영해선 안에 공동수역 설정하자는 것이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NLL이 현실이니 남북 등면적으로 하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14일 공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에 전달한 서해공동어로구역 사진.
 
윤 의원은 “정상회담에선 합의안돼 장관급으로, 다시 장성급으로 넘어온 것이 진실이며, 정상회담 후속으로 열린 국방장관회담에서도 우리는 등면적안을 일관되게 주장했다”며 “이 안을 들고 나갔던 김장수 외교안보실장(당시 국방장관)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관진 국방장관(당시 합참의장)에 대해서도 윤 의원은 “김 장관도 모른다고 할 수 없다”며 “이 안은 노무현대통령의 서해공동어로수역 구상을 합참에서 구체화한 합참안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최근 “과거정부에서 잘못된 안보관으로 일했다면 새정부의 장관이 될 수 있었겠냐”고 한 것을 들어 윤 의원은 “김장수, 김관진 양씨도 이젠 양심의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지도를 보면, 서해공동어로수역에서 백령도 서북방에 NLL을 기점으로 훨씬 북쪽으로 넓힌 곳까지 설정한 점이 눈에 띈다. 이를 두고 윤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서해공동어로수역을 남포항이 들여다보이는 장산곶 서방 4마일까지 경제영토를 넓히고, 해주항을 민항으로 개방시키는데 합의했다”며 “또 그동안 어로가 금지되었던 합참통제선 이북에 설정, 황금어장을 확보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이번 지도 공개로 그동안 정문헌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최근까지도 ‘노무현이 NLL을 포기했다’며 지도까지 그려 대국민 발표를 한 국정원의 모든 주장이 거짓으로 판가름나게 됐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이 같이 거짓 허위로 ‘제작’된 주장을 상대후보 비난 공세에 활용했으며 국정원은 이런 자료를 외부에 수시로 유출했다는 의혹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윤호중 의원이 14일 공개한 국방장관회담시 내놓은 우리측 공동어로구역 설정 지도.
 
특히 국정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대변인 성명 내용에 나와 있는 지도를 보면, 휴전선을 기점으로 서해상 서남방으로 선을 그어놓고 이 지역까지 우리가 영해와 어장을 모두 포기하는 것으로 그려놓았다.

여기에 국정원 대변인은 “회의록 내용 어디에도 ‘NLL을 기준으로 한 등거리·등면적에 해당하는 구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한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할 경우에 대해 이 대변인은 △우리 해군만 일방적으로 덕적도 북방 수역으로 철수해 NLL은 물론 이 사이 수역의 영해 및 우리의 단독어장을 포기하게 되며 △서해 5도서의 국민과 해병 장병의 생명을 방기하고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포함 수도권 서해 연안이 적 해상 침투 위협에 그대로 노출되는 심각한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고 일방적인 해석을 했다.

국정원 대변인은 성명 발표 이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화록의 내용은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며 회담록을 보면 여러차례 나온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2007년 12월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내놓은 지도를 보면, 북한 조차 인천앞바다까지 평화수역을 요구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이 지난 10일 대변인 성명을 내면서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한 것을 전제로 그려놓은 지도.
 
이를 두고 윤호중 의원은 “그럼 정문헌의원과 국정원은 왜 인천앞바다까지 다 내주었다고 호들갑이었을까”라며 “이 자들은 북한이 달라고 하지도 않은 인천앞바다까지 북에 헌납하려는 이적행위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남북정상회당과 NLL의 진실을 국정원과, 지난 정부 통일비서관을 지낸 정문헌이 몰랐겠느냐”며 “그들은 결과적으로 이적행위에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이런 사진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기만했다”고 지적했다.

군사평론가인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이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의원이 국회에서 공개한 지도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건넨 ‘남북경제공동체구상’에서 표기한 서해 평화협력지대와 공동어로구역에 관한 지도”라며 “이 사진이 영토를 포기한 사진인가. 우리의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계획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편집장은 “군사작전은 물론 경비활동에도 전혀 저촉되지 않으며, 이 공동어로구역은 평소 남북 대치로 인해 우리가 전혀 활용할 수 없었던 죽은 바다였다”며 “이걸 경제발전을 위해 생명의 바다로 활용하자는 것이 이 구상의 핵심이었다. 이게 NLL 포기인가”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지난 2007년 12월 장성급회담에서 내놓은 어로구역 설정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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