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의 문제점과 제약회사와 병원, 보건당국의 ‘검은 커넥션’으로 ‘의료 마피아’라고 불려도 될 만한 이들의 커넥션을 파헤친 책 <대한민국 의료 커넥션>이 출간됐다.

1995년부터 20년 가까이 보건복지 분야를 취재해온 저자 서한기 연합뉴스 기자는 이 ‘메디컬 커넥션’에 주목하면서 불편한 진실을 고발한다.

최근 진주의료원 폐업을 두고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도대체 진주의료원 폐업이 왜 이토록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일까? 경상남도는 왜 진주의료원을 폐업시켜야만 했을까?

저자는 진주의료원 사태를 “끝 모르고 질주하는 의료상업화가 불러온 재앙이다”고 잘라 말한다. 공공의료 이면에 극으로 치닫는 의료상업화가 공공의료의 설 땅을 잃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매출에 혈안이 된 제약사의 장삿속은 그대로 병원 처방으로 이어지고 보건당국마저 이들의 이권을 지켜주느라 뒷짐을 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대한민국의료커넥션 / 서한기 지음 / 바다출판사 펴냄 / 2013.7
 
대한민국의 큰 병원이든, 작은 병원이든 거의 모든 의료기관들이 수익성을 쫓아 환자 유치를 위해 고가의 의료장비를 도입하는 등 마케팅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자본이 달리는 지역의료기관들은 오죽하겠냐는 것이다.

저자는 “진주의료원 사태는 극단적으로 치닫는 우리나라 의료상업화의 조류속에서 그 거센 격류를 견뎌내지 못한 가장 약한 고리가 끊어져 발생한 일”이라면서 “이윤, 영리, 경쟁이란 이름 아래 돈벌이에 내몰리는 한국 의료의 짙은 그늘을 반영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질병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조장하는 제약회사의 공포 마케팅, 과장마케팅, 환상 마케팅, 지연 마케팅 등 의료계의 행태를 고발하고 있다.

1장 ‘두려움을 조장하라-공포마케팅’ 편에서는 최근 몇 년 새 대표적인 의약품 시장으로 급성장한 고혈압 시장에 대해 얘기한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등에 따르면 1995년까지만 해도 만 30세 이상 성인 100명 중 3명(3.3%)에 불과하던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 비율은 2011년 16년 만에 100명 중 30명(30.8%)꼴로 급증했다.

고혈압 환자가 늘면서 고혈압 치료제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고, 혈압약 판매량은 이미 2007년에 1조 원을 훌쩍 넘겼다. 당시 9조 원대의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단일 품목으로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은 혈압약이 처음이었다.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는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로 2004년에만 한국에서 13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며 ‘대박’을 터뜨렸고, 국내 제약회사들도 고혈압 신약을 앞다퉈 쏟아내며 수백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제약회사 등은 고혈압 환자가 급증한 원인으로 식생활의 서구화, 나트륨 섭취의 증가, 인구의 고령화 등을 꼽는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 혈압은 “몸의 필요에 의해 자율신경의 작용으로 자연스럽게 수시로 오르내리는 생리 현상”이라면서 “돈벌이에 혈안이 된 제약회사 등 의료공급자들이 학계에 로비해 고혈압 진단 기준을 바꿔 멀쩡한 사람을 고혈압 환자로 만들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이 밖에 제약회사들의 앞에서 언급했듯 여러가지 교묘한 마케팅 수법과 의약업계의 검은 커넥션인 리베이트, 광우병 사태를 통해 본 정치와 의료 등 의료계 전반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서 기자는 “어느 분야보다 건전하고 건강해야 하는 의료계에 온갖 비리와 불법이 난무하고 제약사 리베이트 보도는 이제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는다”면서 “보건복지 동네가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조금 아프더라도 환부는 조기에 도려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