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더위는 매년 기승을 더해가고 있다. 올해도 비가 내리지 않는 날엔 무척 덥다. 올해가 더 덥다고 느끼는 이유는 에어컨을 ‘덜’ 틀기 때문이란 주장도 나온다. 일부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력대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의 절전 방침으로 관공서 등에선 전기를 아끼려고 에어컨을 덜 틀고 있다. 

에어컨은 여름철 필수품이지만 이 책 <여름전쟁>은 에어컨을 틀었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에어컨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 전력수요가 늘어나면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어떤 형태의 발전소든 자원을 고갈시키고 온실가스를 배출해 온난화를 가속시킨다. 게다가 원자력발전소는 핵폐기물까지 남긴다.

저자는 최고 53도까지 올라가는 애리조나주가 에어컨에 의존하게 되면서 애리조나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은 이웃 주보다 높다고 설명한다. 특히 캘리포니아보다는 116%가 높을 정도다. 에어컨은 전력만 많이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양의 석유와 경유도 소모하기 때문에 애리조나 주 전역의 자동차와 트럭에서 가동하는 에어컨은 매년 8억1700만 리터 이상의 연료가 소비된다.

   
▲ ▲ 여름 전쟁/ 스탠 콕스/ 현실문화 펴냄/ 2013.7
 
에어컨을 사용하면 에너지 측면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많아진 요즘, 사람들은 창문을 열어놓거나 집 바깥에서 잠을 청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에어컨을 켜고 잠든다. 이에 대해 미국 중서부기후센터의 분석가들은 “대다수 사람들은 기온이 높을 때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깡그리 잊어버리고 말았다”고 경고했다.

우리 몸이 에어컨에 너무 익숙해질 경우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도 있다. 에어컨을 많이 쐬거나 켜두고 자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진다. 신장에서 생산되는 호르몬 ‘코르티솔’은 다양한 신체 기능을 수행한다. 일반적으로 코르티솔은 잠에서 깬 뒤 30분 이내에 분비된다. 하지만 에어컨 영향 하에 잠에서 깬다면 두세 시간이 지나야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즉 인체의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온도 조절이 잘되는 실내에서만 성장한 아이들은 면역력이 떨어지고 운동 부족으로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야외활동을 통해 다양한 병원균에 조금씩 노출되는 과정이 적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더위에 노출되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더위에 적응하는 능력이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

이 책을 번역한 추선영씨는 후기에서 “장점이 너무나 도드라지니 단점이 있어도 쉽게 용서가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며 “그런 사람들에게 에어컨의 단점을 상기시키기로 작정한 듯 저자는 책의 많은 부분을 에어컨의 단점을 소개하고 그 근거를 제시하는 데 할애했다”고 평가했다.

역자는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 전기 생산을 늘리려는 정부의 대책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발전용량이 아무리 커진다 해도 수요가 발전용량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지금과 같은 중앙집중화된 전력공급체계에서 탈피해 소규모 지역 단위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분산형 전력공급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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