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불효하면 처벌한다는 ‘효도법’이 제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예와 의를 숭상하는 ‘공자의 나라’ 중국에서 효도를 법으로 규정해 강제할 정도로 도(道)가 땅에 떨어졌다는 반증이어서 중국은 물론, 한국과 미국 등 서방에서도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효도법’의 정확한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노년인권익보장법’(中華人民共和國老年人權益保障法)이다. 한마디로 ‘노인권익보장법’이다. 이 법은 애초 6장50조에서 2012년 12월 9장85조로 확대 개정된뒤 6개월의 공고를 거쳐 7월1일부터 정식발효됐다. 이 법의 개정취지는 중국이 그간 급격한 산업화로 농촌중심의 가족단위가 해체되면서 자녀들이 도시나 타지로 떠나고 노인부부나 이중 한명만 달랑 남은 ‘빈둥지 가정’이 늘어나는 사회추세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한 자녀 가정이 많고 땅이 넓어 자녀들이 자주 부모를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특수성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독거노인이 숨진 뒤 한참만에 발견되거나 부모 방치와 학대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노인문제가 중국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상황이다.

중국 이미 노령화 사회 문턱… 노년인구 1억7800만명에 자식 떠난 ‘빈둥지 가정’도 절반

실제 중국은 이미 노령화 사회의 문턱에 왔다. 중국은 2012년 말 60세 이상 노인인구가 1억9400만명으로 전체 13여억인구중 14.3%를 차지했다. 2013년 말까지 전체 인구의 14.8%인 2억200만명이 되며 2050년에는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3분 1이 될 것이라고 한다. 또 2012년 기준으로 노인들중 자녀와 같이 거주하지 않는 ‘빈둥지 가정’의 비율이 49.7%에 달했다. 농촌지역의 빈둥지 가정도 38.3%에 달한다. 

   
중국은 7월1일부터 '효도법'인 ‘노인권익보장법’을 시행해 관련 공무원이 일반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을 하고 있다. '지금 노인을 보살피는 일이 미래의 나를 보살피는 것'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사진출처=중국궁루왕(中国公路网)
 
중국인 66.9%가 법령제정에 찬성, 11.7% 반대… 구속력없지만 심리적인 압박감은 인정

<중국청년보>는 9일자로 인터넷을 통한 조사결과 3277명이 참가한 가운데 66.9%가 법제정에 찬성한 반면 11.7%가 반대를 표시했다. 특히 늙은 부모들이 많이 반기는 분위기다. 또 조사자의 63.3%는 법률제정이 부모를 찾아보는 것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답했고, 21.2%는 법률시행으로 부모를 이전보다 더욱 많이 찾아뵐 것 같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31.4%는 법률제정이 효도의 사회적가치를 높일 것으로 평가했고, 23.6%는 ‘선의의 법치’로 해석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6.7%는 ‘도덕규범과 법률의 혼란’으로, 8.8%는 ‘공권력의 개인권리에 대한 간섭’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대부분은 법률적인 규정이 구속력이 없어 확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심리적으로 약간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도덕률’이 강제성 띤 법률로 제정돼 일파만파… 첫 번째 사법판결 나온뒤 소송 줄이을 듯

이 법이 시행되자 중국내에서는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다름 아닌 새로 포함된 28조 2항에는 “노인과 따로 거주하는 가정구성원은 반드시 자주 찾아가 뵙거나 노인의 안부를 물어야 한다”(與老人分開居住的家庭成員, 應當經常看望或者問候老人)”라고 명시돼 있다. 이전만 하더라도 부모를 찾아뵙고 안부를 전하는 것은 권장되는 ‘도덕률’에 속하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강제성을 띠는 법률로 명문화되면서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되는 절박한 상황에서 부모는 물론 특히 자녀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법령 실시와 더불어 기다렸다는 듯이 첫번째 사법처리 대상이 공표되자 사람들은 ‘장난이 아니네’라는 표정을 짖고 있다. 첫번째 판결은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에 있는 베이탕(北塘)구 인민법원에서 나왔다. 우시는 국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이 있을 정도로 대규모 도시다. 이 법원은 추(儲·여·77)모씨가 이 도시에 거주하는 딸 마(馬)모씨 부부를 상대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마씨 부부에게 추씨를 최소 두 달에 한번 찾아가 문안하라고 판결했다. 또 마씨 부부가 설날, 단오절, 추석, 국경절(10월1일) 같은 큰 휴일중 최소 두차례 추씨를 찾아가야 한다고 판결했다.

애초 마씨 부부는 2009년 자신들이 추씨를 봉양하기로 하고 함께 생활했으나 추씨와 이들 부부간에 갈등이 생겨 2012년 마씨 부부는 집을 나왔고 이후 한번도 추씨를 찾아가지 않았다. 이에 화가 난 추씨가 법원에 딸 부부를 고소한 것이다.

이외에 산둥(山東)성의 라이양(萊陽)인민법원도 그간 부모를 찾지 않은 아들에 대해 부모의 의료비를 부담하고 계절마다 최소 한차례 부모를 찾아뵙도록 판결을 내렸다. 또한 설날과 추석중 한차례 꼭 찾아뵙도록 했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소송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률은 판결뒤에도 자녀가 부모를 찾지 않을 경우 벌금이나 구류 등 보다 강도높은 처벌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원에 사건이 넘어가는 것 만으로도 당사자들로서는 심적인 부담이 커 일정한 효력은 지닐 것이란 분석이다.

   
부모를 찾아뵙는 효도가 자율적인 '도덕률'에서 강제성을 띤 법률로 제정되면서 찬반양론이 거센 가운데 한 중국언론에 게재된 만평. 법(法)이 '자주 찾아뵈어야지'라며 자녀를 늙은 모친에게 끌어 가고 있다. 사진출처=진옌(金艶)
 
국내 언론 법령해석관련 독자들 오해 불러… 자주 찾아 뵙거나 안부 전하는 선택사항 명문화

이 ‘효도법’ 뉴스는 1일 첫 공표된 뒤 열흘이 지난 지금에도 중국 매체들이 연일 시민들의 반응을기사화할 정도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국내 주요 언론매체들도 대부분 베이징 특파원발로 흥미로운 뉴스로 소개가 됐다. 그러나 국내 매체는 대부분 자녀들이 부모를 자주 찾아가지 않으면 처벌하는 것으로만 해석했는데 28조에는 분명히 ‘자주 부모를 찾아가거나 안부를 물을 것’ (應當經常看望或者問候老人)으로 명문화돼 있다. 즉 직접 찾아갈 여건이 안되면 핸드폰이나 전화, 핸드폰 문자, 인터넷, 서신 등으로 안부를 전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아무리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지만 ‘부모를 찾아뵙지 않으면 처벌’의 칼날을 들이 댈 정도로 단순무지하지는 않다. 자녀가 평상시 일이 바쁘고 시간이 없더라도 자주 연락을 드리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때는 법적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국내 매체들은 법조문의 앞부분만을 떼어내거나 강조해 보도함으로써 많은 독자들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법령 시행에 때맞춰 ‘대리효도 서비스’ 상품출시… ‘상술의 달인’ 중국식 창조 경제의 전형

법령실시와 동시에 발빠르게 자녀를 대신해서 부모를 찾아뵙는 ‘대리효도 서비스’ 상품이 출시돼 ‘효도법’ 파장이 크지고 있다. ‘효도법’이 다분히 사회주의적이라면 이 ‘대리효도 서비스’는 약삭빠를 정도로 자본주의적이다. 중국인들은 역시 상술의 달인들이다. 어쩌면 중국식 창조경제의 전형으로 꼽혀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화제의 주인공은 타오바오(淘寶:보물을 캔다라는 뜻)란 이름의 홈페이지를 개설한 업체로 법률실시와 때맞춰 본인대신 부모를 찾아가는 대리 서비스를 가동했다. 이 업체는 베이징, 우한, 항저우, 광저우, 선전, 다롄 등 경제가 가장 발달해 수요층이 많을 것 같은 10여개 대도시를 중심으로 서비스 상품을 출시했다.

이들이 개설해 놓은 서비스 품목은 30여개에 달하는데, 방문시간과 교통비용, 전달하는 선물과 서비스 내용에 따라 비용이 다르다. 가장 가격이 비싼 곳은 장시(江西)성의 인터넷 대리점인데 이틀에 3천위안(약 54만원)까지 내걸었다. 3천위안은 중소도시에서 대졸 신입사원 한달 월급보다 많은 액수다.

이 서비스는 이틀동안 2-4명의 인원이 조를 짜서 물건을 사드리고 말동무도 돼주고 밥하기, 집안청소, 생일잔치에  공원을 함께 산책하고, 병원 건강검진까지 각종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의뢰인이 물건을 구입해 퀵으로 보내면 지정된 장소에서 찾아 전달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서비스는 시간제로 계산한다. 10분에 8위안(약 1440원)으로 1시간당 20위안(약 3600원)으로 정했다. 또한 교통비, 통신비와 물건구입 비용은 별도로 책정한다. 평일 하루 8시간 노동시 200위안(3만6천원), 주말 8시간은 350위안(6만3천원)으로 표준가격을 정했다.

이 서비스 업체는 의뢰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서비스하는 전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의뢰인에게 피드백하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법령 시행과 더불어 '대리효도 서비스' 상품이 출시되어 상술의 달인인 중국식 창조경제의 전형으로 꼽히고 있다.배달된 꽃송이에 '아버님, 저를 대신한 사람이 문안인사를 왔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사진출처=추톈두스바오(楚天都市报讯)
 
대리효도 상품에 중국인들 심리적으로 부정적 반응… 인터넷 서비스 업체 적극 해명 나서

이 상품이 출시되자 중국 매체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기사의 방향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효심을 어떻게 상품화할 수 있나?” “효도를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다” “효도대리는 부모와 자식관계를 이간질한다” 는 등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들이다. 이에 따라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오바오는 인터넷을 통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업체는 효도대리 서비스가 자식들의 부모에 대한 효심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절대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을 손상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한국도 ‘강건너 불’ 아니다… 60세 이상 노인 600만 시대에 독거노인만 117만명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한국은 그래도 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정이 많이 있다. 물론 고부간에 갈등을 일으키면서 찌그덕 거리는 가정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중국보다는 나은 편이다. 한국은 또한 부모님이 시골에 계신다 할지라도 이동거리가 짧아 마음만 낸다면 하루만에 다녀올 수가 있다.

한자녀 가정도 중국만큼 많지 않다. 또한 지자체마다 사회복지사들이 독거노인들의 집을 방문해 불편한 사항을 들어주는 복지서비스가 마련돼 있다. 건강이 좋지않은 노인들을 위한 요양원 시설도 잘 돼 있는 편이다. 한국의 이러한 미풍양속을 중국은 부러워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도 점차 ‘빈둥지 가정’이 늘어만 가고 있다. 부모에 대한 효의식이 희박해지고 각박한세태속에 부모와 자식간의 심리적인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독거노인들의 수도 늘어만 가고 있다. 한국은 이미 60세 이상 노인들이 600만을 차지하고 그중 46%가 소득이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거노인 수만도 117만명에 달한다.

이러다가 한국도 ‘노인권익보장법’을 만들어 자식이 부모를 찾아가지 않으면 벌금을 때리는 그런 세상이 올까봐 솔직히 겁난다. 우리 모두 경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계속>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