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할 것 같은 사람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회사 분위기가 너무 무겁다. 정말 우리들의 정신상태를 조사받아서 (죽음을) 예방하고 싶다.”

서울 광화문 KT건물 앞에서 열린 경영진의 노동탄압을 비판하는 집회 <15년, 노동탄압 끝내야 합니다>에 참석한 KT직원 이지운(가명·34)씨는 이렇게 말했다.

“15년 노동탄압 끝내야 합니다” 는 지난 6월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KT 노동자 김아무개씨가 유서에 남겼던 말이다. 김씨는 유서에서 회사측의 선거개입과 노동탄압을 비판하며 “이런 현실 속에서 KT노동조합원이 주권을(소중한 한표)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겠는가? 15년간의 사측(KT)으로부터 노동탄압이 이제 끝났으면 합니다”라고 남겼다.([관련기사] KT 노동자 “15년 노동탄압 끝나야 한다” 자결)

그로부터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5일에는 KT 부산본부에서 일하던 김아무개씨(44)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관련기사] KT 직원 죽음의 행렬 … 한 달도 안돼 또 자살)

회사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씨는 “다들 마음은 아파하지만 외면하고 싶어한다”며 “우울증 약 복용자도 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지사에서 서로 우울증 증상이 있는 노동자를 떠넘기기도 한다며 “자기 지점에서 자살하면 그 지점 팀장이 귀책사유가 되니까 다른 지점으로 넘긴다”고 말했다. 이씨의 지점에도 우울증 증상이 보이는 노동자 두 명이 왔다.

이씨는 “지점에서는 이 분들께 잘해주고 업무 압박도 안 준다”며 “겉으론 모른 척 하지만 왜 왔는지 어떻게 왔는지 다들 알기 때문”이라 말했다. 그는 “그런 자기배반, 무력감이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또 그런 분위기에 가속이 붙는 것 같다”며 “도망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11일 저녁 KT 광화문 지사 앞에서 '15년간 KT의 노동탄압 이젠 끝났으면 합니다'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하늬 기자 hanee@
 
김석균 KT민주동지회 회장은 이 날 발언에서 “이명박 낙하산 4년 동안 199명이 사망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가 24명”이라며 “사망이 아니라 학살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KT는 어렵고 위험한 사업장이 아님에도 이 수치가 나온 것은 노동탄압이 얼마나 심한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관 KT새노조 위원장은 “기술직으로 영업직으로 돌리는 것, 지역을 바꾸어서 발령을 하는 것, F등급 두 번 받으면 면직되는 조항 등의 노동탄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20년~30년동안 생산직이던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을 팔라고 하고, 전주에 사는 사람을 포항으로 발령한다”면서 “이런 환경에서 우울한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경북 포항에서 일하는 원병희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원병희씨는 2011년 KT에서 해고 됐다. 그러나 2012년 3월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가 이를 ‘부당해고’라 판정해 그해 7월 원씨는 복직됐다. 그러나 원씨의 집이 있는 전주가 아닌 순천 지점으로 출근을 해야했다. 지금 원씨는 포항에서 일한다. 원씨는 그 과정에서 우울증을 얻어 산재 신청을 한 상태다.

3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KT의 살인적인 노무관리가 당장 중단되어야”하며 “이석채 회장과 어용노조는 퇴진하라”고 외쳤다. 또한 “우리도 죽지 말고 끝까지 살아서 민주노조 건설하고 우리직장 KT, 인간다운 KT로 만들자”고 말했다.

한편 이 날 집회에서는 집회참가자들이 ‘본사의 노무관리팀’ 이라 주장하는 남성 세 명이 집회가 끝날 때까지 뒤쪽 구석에서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기자가 “어떻게 오셨냐, 본사에서 나오셨냐”고 묻자 “아니다, 여기 건물 청소 등을 관리하는 사람이다”라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러나 KT빌딩 앞 관리인은 “집회 장소가 인도이기 때문에 청소는 구청에서 한다”며 “지금 회사에 청소하시는 분들은 새벽5시에 출근해서 아까 다 퇴근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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