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사이트 회원이 언론 매체 기자의 개인정보까지 도용해 비방한 내용을 게시하고 운영진은 게시물 삭제 조치 요청에도 게시물을 방치하면서 결국 고소를 당했다.

10일 일베 사이트에서는 한 회원이 프레스바이플 이계덕 기자를 지목하며 그동안 이 기자가 쓴 기사를 게재하고 일베의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일베 사이트의 정치편향적인 광고 문제를 지적해왔고 직접 5. 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광고를 신청했지만 일베 운영진이 광고를 취소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애비'라는 아이디를 쓰는 일베 회원은 "어디라고 말은 못하겠는데 강****가 운영하는 사이트"라며 프레스바이플의 기사와 이 기자의 이메일 주소를 공개했다.

문제는 일베 회원이 이 같은 비판에 그치지 않고 이계덕 기자의 이메일 주소를 도용해 선정성이 높은 사이트의 회원으로까지 가입한 것이다.

마치 이 기자가 가입한 것처럼 해놓고 범죄행위를 조장하는듯한 댓글까지 써 놓았다. 일베 회원은 해외 포르노 사이트에도 이계덕 기자 이름과 이메일 정보, 생년월일을 등록 입력했다. 회원이 올린 포르노 사이트 가입 등록 현황 사진을 보면 유저 이름은 프레스바이플로 하고 메일 주소는 이계덕 기자가 쓰고 있는 메일, 패스워드는 이 기자를 욕하는 내용의 영문으로 등록해 공개돼 있다.

일베 회원은 또한 웹 접속 데이트 구인란에도 이계덕 기자의 개인 정보를 도용해 등록하고 웹에서 검색이 가능한 이 기자의 사진까지 등록하고 이 기자가 성적인 요구를 한 것처럼 게시글까지 썼다.

일베 회원은 "니가 일베 **놓고 무사할 줄 알았냐"며 "이번에 이 정도로 가볍게 끊는다만 니가 같은 짓 계속하면 다음번엔 상상도 못할 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당 게시물은 10일 오전에 게재돼 무려 1300여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조회수가 높은 게시물을 올려놓는 베스트 저장소 게시판으로 옮겨져 수시간 동안 노출됐다.

   
▲ 일베 회원이 이계덕 기자의 이메일,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를 도용해 포르노 사이트에 가입했다며 올린 게시물.
 

그동안 일베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쓴 기자는 종종 협박성 메일을 받거나 신상 정보가 털린 내용이 일베 사이트에 게시되긴 했지만 개인정보까지 도용한 것을 외부에 공개하고 비방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이계덕 기자는 10일 명예훼손성 게시물이라며 운영진 메일로 세 차례에 걸쳐 삭제를 요청했지만 운영진은 오후 5시가 넘어가도록 게시물 삭제 조치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이 기자는 일베 사이트 대표이사로 등록돼 있는 이성덕씨와 운영진 아이디 '모니터링', '고객담당', '운영마스터' 그리고 해당 게시물을 올린 아이디 '***애비'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이 기자는 고소장을 통해 '***애비' 아이디 소유자가 "프레스바이플의 기사를 무단 전재해 저작권을 침해했고 고소인의 이메일을 '강****'의 이메일로 표현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특히 일베 사이트 대표이사와 운영진에 대해서도 "기자에 대한 비방목적으로 의도적으로 해당 게시물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해당 사이트는 일간 방문자수 120만, 월간 페이지뷰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0억을 차지하는 등 많은 이에게 노출되는 사이트로 방치로 인한 명예훼손 피해는 심각하다. 이에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에 따르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가 유통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일베 운영진도 이 기자에 대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와 언론 매체 기자의 맞대응 소송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베 운영진은 10일 "최근 이슈에 대한 운영진의 입장을 알려드린다"는 제목의 공지사항을 통해 "이모 기자는 기자의 신분으로 트위터, 뉴스사이트를 이용해서 일베저장소의 영업행위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광고주 보호와 일베저장소 생존을 위해서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베 운영진은 "이모 기자는 일반적인 언론인으로서의 관심으로 보기에는 그 저의가 심히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이번 대응으로 어떠한 이유로 일베저장소 죽이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지 명명백백히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이계덕 기자는 “지난 2012년 11월부터 일베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썼던 것은 운영진도 인정하지만 미성년자를 포함해 120만명이 접속하는 사이트에 지역과 여성을 비하하고 특정인을 거론해 명예를 수차례 훼손시키는 것을 방관해왔기 때문이다”며 "자기네들의 운영미숙을 시정할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일베 광고와 관련된 기사가 업무방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역사왜곡에 대해 사과하거나 유해성 높은 콘텐츠에 대해 해결 의지를 보인 적이 없는 상황에서 광고주에게 광고를 하게 된 배경과 일베 논란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물었던 것은 정당한 취재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이 기자는 "수만명이 저를 비방하는 게시물을 올렸고 전화번호까지 공개돼 현재까지 장난전화와 문자메시지가 200건이 넘게 왔다"며 "운영진과 비방 게시자 등 20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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