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업계가 용지값 인상을 막기 위해 정부의 응원까지 요청하고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은 자업자득의 측면도 있다. 종이 원료의 국제가격 상승이라는 비용 측면과 함께 무리한 증면 경쟁에 따른 수요 급증도 용지값 인상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 용지값 파동은 주요 신문사들의 증명경쟁과 국제 신문용지 원료값의 폭등 조짐이 보이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예견되던 상황이었다. 신문용지 값은 신년 벽두에 9%, 지난 3월에 15% 정도 인상된 뒤 오는 9월초 다시 12% 정도 인상될 예정이다.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동안 40% 가까운 가파른 인상이 거듭돼 온 것이다. 용지값 인상은 신문사들의 제작비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요 신문사들의 경우 예년에 비해 40억∼50억 원 가량의 제작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추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신문협회가 재정경제원과 공보처 등 정부 유관부처에 최대한 억제할 수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건의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다급함의 반영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또 제지업계와의 직접 협상으론 용지값 억제가 어렵다는 판단을 한 신문업계가 정부부처라는 ‘외곽’의 협조를 요청하기에 이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문업계는 “용지값 폭등이 제작비 부담을 부채질해 결국 구독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구독료 인상은 물가안정에 악영향을 끼쳐 국민 생활에도 어려움을 줄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물가당국인 재정경제원의 ‘발목’을 붙들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재경원에 전달된 신문협회의 이같은 건의는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경원이 곧바로 제지업계를 상대로 조사에 나선 것이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신문협회는 또 22일 공보처 장관과의 직접면담을 통해 지원사격을 요청했다.

그러나 신문업계와 정부의 움직임이 용지값 안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정부가 제지업계에 법적으로 들이댈 수 있는 제재수단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원료의 국제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보처는 신문사들의 증면 경쟁을 못마땅해 하는 입장이어서 신문업계의 요구를 선뜻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신문협회는 정부에 가격 단속을 요청하는 한편 수입 신문용지 원료가격에 붙이는 관세를 인하해 달라는 건의도 해놓고 있다. 결국 신문업계는 용지값 폭등으로 인한 손실을 제지업계와 정부에 어떤 식으로든지 분담하자는 요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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