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뉴스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김재철사장 체제하에서 끊이지 않았던 공정성 시비로 MBC뉴스의 위상은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는 평가였다. 그래서 김종국 신임사장 체제하서 단행된 첫번째 보도국장 인사는 방송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MBC 신임 보도국장 김장겸. 김재철 체제하에서 '충성파' 인사란 점에서 그의 보도국장 취임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래도' 추락한 MBC 뉴스데스크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올랐기에 취임 이후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가 MBC내에서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취임 50일이 가까워오는 현재의 시점. '그래도'란 기대는 그의 능력에 대한 '과한' 기대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뉴스 공정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뉴스편집의 기본원칙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이슈를 끌고가는 방송뉴스로서의 존재감도 전혀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오늘은 MBC뉴스의 현재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김장겸 국장 취임 이후 MBC보도의 문제점을 평가하면서, 보도국 지휘자로서 김장겸 국장의 자질과 경쟁력을 따져 보기위해 그의 과거행적을 추적한다. /편집자 주
AGB닐슨 미디어리서치는 매일 홈페이지를 통해 지상파 TV 프로그램의 상위 1위부터 20위까지 시청률을 공개한다. MBC 뉴스 시청률은 어느 정도일까. <뉴스데스크>가 지난 한 달간(6월8일~7월8일) 시청률 20권내에 진입한 적은 단 6차례 밖에 없다. 같은 경우 SBS는 22차례 진입됐다.
공개된 시청률 자료에 근거, MBC뉴스 시청률이 SBS보다 높았던 적은 단 2회(6월25일, 27일)에 불과했다. KBS는 이 기간 동안 최저 시청률 11.6%, 최고 시청률 21.1%를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MBC 뉴스 시청률은 지난해 파업 복귀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SBS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 AGB닐슨 미디어리서치가 매일 공개하는 시청률 자료로 만든 KBS MBC SBS 뉴스 시청률 그래프. 중간중간 막대그래프가 비워있는 이유는 해당사의 뉴스 시청률이 상위 20위권내 진입하지 못해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시청률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간 MBC는 23차례, SBS는 9차례 진입하지 못했다. | ||
지상파3사 뉴스 시청률 꼴지…‘단독’ 아닌 단독기사
하지만 시청률이 결코 뉴스의 질을 말해주진 않는다. MBC 뉴스의 질은 어떨까. 우선 팩트의 ‘정확성’부터 따져보자. 지난해 대선 시기 안철수 논문 표절 오보로 논란을 빚었던 MBC는 ‘문재인 변호사 겸직’란 대형 오보가 또다시 발생하자 보도국 내 팩트체커팀을 부활시켰다. 하지만 오보에 가까운 사고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MBC 검찰팀은 최근 2건의 ‘단독보도’를 했지만 내부 평가는 좋지 않다. 문제의 리포트는 뉴스데스크 3일자 ‘[단독] 특례입학 부모 실형…입학장도 휴지조각으로’다. 이 리포트는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부모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지만 이미 자사 2001년 3월20일자 뉴스에서 이와 같은 점이 보도된 바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해당 리포트가 든 2가지 사례 가운데 하나는 이미 3일 오후 YTN에서 먼저 보도했다. 이 리포트에 대해 MBC 내부에서는 “공보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처음인지 아닌지 팩트 확인만 해도 알 수 있었던 내용”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단독보도라고 할 수 없었던 셈이다.
▲ 뉴스데스크 6월 27일자 보도 | ||
비슷한 사례는 6월에도 발생했다. 지난달 18일자 단독보도였다. 새누리당이 모든 관련 건에 대해 19일까지 제정신청을 내기로 했다는 내용(‘대선 허위사실 유포, 시효 하루 전…끝까지 간다’)이었다.
하지만 언론노조 MBC본부각 낸 민실위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사에 등장하는 ‘박근혜 후보 5촌 조카’ 관련 내용은 리포트 하루 전인 17일, 박근혜 후보 대선토론 아이패드 커닝 문제는 리포트 당일인 18일 이미 새누리당에 의해 재정신청이 이뤄진 사안이었다. 민실위는 “이 기사는 단독이 아닐 뿐만 아니라, 스트레이트 기사로서도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운 기사”라고 지적했다.
근거 없는 ‘간첩’ 혐의, 방중 리포트 순서 꼬이는 대형사고까지
상당히 민감한 사안을 보도하면서도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안팎의 비판에 직면한 적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뉴스데스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밀문서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MBC는 “이 보고서는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과 관련한 자료로 NLL문제 등에 대한 국방부와 통일부 등 관계부처의 입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일각에서는 이 문서가 비밀문서에 해당한다며 우리 측 전략을 북한에 노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전직 대통령이 비밀문서를 유출했다는 것인데 MBC 뉴스에서는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실위 보고서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 알려진 것인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그 ‘일각’이 어디인지 짐작할 수 없다”고 지적했고 노무현 재단은 공식 반박했다.
▲ 뉴스데스크 6월 25일자 보도 | ||
보도 내용에서뿐만 아니라 웃지못할 대형 방송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MBC 지난달 28일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기사를 보도하면서 첫 번째 리포트가 두 번째 리포트 순서에서 한 번 더 나갔고 세 번째 리포트의 경우 제목과 내용이 맞지 않았으며 네 번째 리포트 순서에서는 당초 두 번째로 나갈 예정이었던 리포트가 나간 것이다. 이날 방송에 대해 보도국 내에서는 “낯뜨거운 방송사고로 얼룩졌다”는 말이 나왔다.
MBC 뉴스가 ‘오보 및 방송사고’보다 더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는 부문은 ‘이슈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국정원 선거개입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의 한 참석자는 “매일 (촛불) 집회를 하지만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는다. 어제 MBC 뉴스에는 ‘날씨가 뜨겁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에서 무슨 옷을 입었다’ 등만 보도됐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국한된 말이었지만 이뿐만 아니라 국정원이나 NLL 논란에 대해 제대로 보도조차 되지 않고 있다.
MBC본부가 김장겸 국장 취임 이후 한 달간 <뉴스데스크> 상위 10개 아이템을 분석해본 결과,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된 기사는 3건에 불과했다. SBS 기사는 10건, 외신에서도 주요하게 다룬 사안을 정작 MBC는 외면한 셈이다.
이슈는 사라지고…날씨 리포트만 9개
MBC는 김무성 의원의 ‘NLL 대화록 사전 입수 의혹’에 대해서도 거의 누락하다시피 했다. KBS(<“대선 전 입수” 논란>)와 SBS(<대선 지원 연설, NLL 대화록과 흡사>)가 뉴스에서 김 의원의 부산유세 발언을 육성으로 공개했지만 MBC 뉴스에서는 전혀 들을 수 없었다. 다만 ‘민주당이 의혹을 제기하고, 김 의원이 해명했다’란 내용의 한 문장으로 이 사안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여권에 불리한 사안에 대해서는 ‘물타기’ 수법을 쓴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3일자 보고서에서 “국정조사 실시를 하루 앞둔 7월 1일 MBC는 국정원 직원 댓글공작 사건 ‘물타기’ 보도(‘여직원 감금 관련자 체포’)를 내놨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국정원 (여)직원 김 씨는 이미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정치개입 사실이 확인됐다.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에 대해 소극적인 보도행태로 일관하던 MBC가 국조를 앞두고 ‘여직원 감금’에 방점을 찍은 기사를 국조 시작을 알리는 보도 직후에 내보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정조사 시작부터 고성>이란 리포트에 대해서도 “국정조사에 대한 조치기”로 규정했다.
이슈가 사라진 뉴스의 빈자리는 사건사고 및 생활 뉴스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일례로 MBC <뉴스데스크> 7월5일자 방송을 살펴보면 1~9번째 리포트까지 모두 장마 관련 소식이다. SBS는 같은 날 1~3번째 리포트까지 장마 소식을 전한 뒤, 4번째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지역공약 사업을 점검하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 뉴스데스크 7월 5일자 보도 | ||
3일자 방송에서도 MBC는 장마 및 장마로 인한 피해 소식으로 1~5번째 리포트를 채웠다. 반면 SBS는 1,2번째 리포트에서는 1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의 위험성을 짚었고, 3,4번째 리포트에서 장마 소식을 다뤘다.
MBC 본부가 김장겸 보도국장 취임 한 달간의 <뉴스데스크> 상위 10개 아이템을 분석한 결과 사건사고 뉴스 102건 이었다. SBS 55건보다 2배가량 많은 수치다.
이와 관련해 김장겸 보도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