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채널로 승부 하겠다던 케이블 TV가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채널간 중복 편성이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락채널인 HBS의 경우 ‘대하 삼국지’를 비롯해서 ‘시네마 천국’ ‘미니시리즈’등 영화는 물론 드라마, 만화 등을 편성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전문채널의 눈총을 받고 있다. 또 여성채널인 DTV도‘드라마 여행’을 통해 국내외 미니시리즈를 방송하고 있어 드라마 전문채널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프로그램 고급업자(PP)마다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영화나 드라마, 뉴스 등 시청자의 관심을 끌만한 프로그램을 집중 방송함으로써 일어나고 있다. 현재 영화채널은 캐원과 DCN 등 두 채널뿐이지만 HBS를 비롯해 Q채널(다큐), KSTV(스포츠), DTV, GTV(이상 여성), dbc(어린이) 등이 앞다퉈 영화를 편성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밖에도 여행, 요리, 만화 등이 방송사들에 인기가 높아 심한 중복현상을 보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채널간에 중복이 심한 이유는 먼저 채널분류와 프로그램 분류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립이 돼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편성담당자들은 시청자의 관심이 많은 프로그램에 적당한 설명을 붙여 연관 프로그램으로 포장해 방송을 하고 있다. 특히 오락채널로 선정된 HBS의 경우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오락 프로그램에 같아 붙일 수가 있어 채널 분류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이른바 부편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편성은 채널 특성과 관련 없는 프로그램을 방송시간의 15% 범위 안에서 편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초 편성의 전문화를 위해 도입한 이 조항이 악용돼 부편성 프로그램을 프라임 타임대에 편성함으로써 채널간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유선방송협회도 채널간 중복편성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전문편성기준 제정을 계획했지만 일부 PP의 소극적인 자세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 TV의 한 편성관계자는 “PP 스스로 전문편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경우 공중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결국 시청자의 외면을 받아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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