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논란과 관련,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이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했지만, 국정조사 특위(국조특위)는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새누리당이 민주당 쪽 특위 위원인 진선미 의원과 김현 의원이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사건 관련 피의자라며 자격 문제를 걸고넘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2일 국정원 국조특위는 사실상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진선미·김현 의원의 특위위원 자격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민주당이 “그렇게 따지면 고발자인 새누리당 전체도 특위에서 빠져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결국 이날 특위는 여당 의원들의 집단 이탈로 파행을 맞다가 간신히 여야 간사를 선임하고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했다.

그런데 여기에 국정원도 끼어들었다. 국정원은 4일 진선미 의원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진선미 의원이 지난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사건 당시 오피스텔로 찾아온 사람이 해당 여직원의 오빠가 아닌 국정원 직원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국정원은 이것이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우연치고는 절묘한 타이밍이다. 새누리당이 진선미·김현 의원의 제척을 주장했고 이에 민주당이 ‘그 논리대로라면 고발자인 새누리당도 빠져야 한다’고 반박하자 국정원이 직접 진 의원을 고소해 또 다른 제척사유를 만들어놓은 셈이기 때문이다. 오는 10일 국정조사가 시작돼도 새누리당이 이를 근거로 진선미 의원을 특위위원에서 제척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지난 2일 오전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첫 회의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의 자격문제를 제기하면서 퇴장해 10여분만에 정회되는 소동을 겪었다.
ⓒCBS노컷뉴스
 
국정조사를 사실상 무력화시키기 위한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연계설’이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국정원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국정원 여직원 오빠와 관련된 의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바 있다. 그런데 정작 국정조사가 시작될 때에야 진 의원을 고소하고 나선 것이다.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의 진선미 의원 고소에 대해 “국정원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것, 고소가 이렇게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며 “새누리당은 무고를 피하려 당 이름으로 민주당 의원을 고발해놓고, 국조에서 제척사유를 들고 있는데 이게 바로 국정원의 논리로 새누리당이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새누리당이 고소고발로 얽힌 당사자들은 국조위원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 이 사건을 오랫동안 조사해온 야당 쪽 의원들을 축출하기 위한 것”이라며 “가장 강력한 저격수를 제거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스갯소리로 국정원이 야당 의원들을 고소고발 하면 (민주당 국조특위 위원을)다 배제할 수 있겠다는 말이 SNS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고소고발은 형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다툼을 시작한 단계인데, 국정원이 애매한 혐의를 야당 선수들에게 던지면 결국 물타기 조사로 가는 것 아니냐”며 “국정조사 가동 초반부터 새누리당이 퇴장하는 상황에서 밀도있는 조사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국정원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국정원이 매우 지엽적인 것에 토를 달고 있는 형태인데, 국정원이 선거개입을 물 타기를 위해 NLL을 터트렸듯, 국정조사에서 원세훈 국정원과 남재준 국정원 사이에 모종의 관계를 숨기기 위한 것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고소고발과 무관하게 댓글녀 감금문제는 국정조사의 한 부분”이라며 “중요한 것은 진선미 의원 등이 관련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관련자가 국조 위원으로 포함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며 “고소고발이 됐든 안됐든의 문제가 아니라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현장에 있었다면 당사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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