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에 이어 5일에도 9개 신문사의 막내기수 기자들이 “소속 언론사의 이념과 성향을 떠나 언론 자유의 관점에서 한국일보 동료들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편집국 정상화를 요구하는 한편, 장재구 회장에 대한 신속·공정한 수사를 검찰에 촉구했다. 
 
뉴시스, 민중의소리, 세계일보, CBS, 연합뉴스, OBS, 중앙일보·JTBC,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등 9개 신문사의 ‘막내기자’ 114명은 5일 성명을 내 “한국일보 선후배 기자들의 투쟁을 끝까지 지지함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장 회장은 부도덕한 경영 활동으로도 모자라 이에 항의하는 기자들을 편집국 밖으로 내쫓는 사상 초유의 폭거를 저질렀다”며 “장 회장은 유례없는 편집국 폐쇄를 철회하고 신문 정상화를 위해 나서라”고 밝혔다. 한국일보 사측이 지난달 15일 편집국을 폐쇄한 이후, 한국일보는 여전히 극소수 부장단과 기자들에 의해 파행 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 6월17일 오전 9시경, 서울 을지로 한국일보 사옥이 입주한 한진빌딩 1층 로비에서 열린 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한국일보 기자들이 자신들이 만들지 못한 17일자 한국일보를 꼼꼼히 읽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기자들은 이 같은 ‘한국일보 사태’가 “노사갈등이나 이념대결과는 무관한 일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사태의 본질은 회사를 좌지우지하고 심지어 기자들에게 굴종(屈從)을 강요하는 전제적 사주로부터 언론 자유를 되찾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현 사태는 장 회장이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며 “검찰은 장 회장을 즉각 소환조사 하는 등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는 철저하고 빠른 수사를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3일 한국일보 사측이 경력기자를 채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비판했다. 기자들은 “신문 파행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체제 연명에만 급급한 장 회장의 모습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우리는 장 회장의 명분 없는 경력기자 채용을 한 목소리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민주주의의 동력은 언론 자유”라며 “현장에서 땀 흘리던 한국일보 기자들이 다시 우리 주변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우리 젊은 기자들이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각 언론사 선후배들과 각계각층에서도 힘을 보태 주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17개 언론사의 막내급 기자 125명이 공동으로 성명을 낸 바 있다. 당시 성명에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뉴스1,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매일경제신문, 문화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채널A, 한국일보, 한겨레, MBC, MBN, KBS, SBS, TV조선 등이 참여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사지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상원)는 지난 1차 성명에서 입사연도 차이로 빠졌던 2011년 입사 8개 언론사의 막내기자들과 지난달 12일에 수습을 뗀 2013년 입사 CBS 막내기자들이 성명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 한국일보 기자들은 지난달 15일 이후 사옥 15층에 위치한 편집국으로 통하는 비상계단 측 통로에서 용역 직원들과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국일보의 ‘막내기자’인 71기 김관진 기자는 이날 비대위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글에서 신문사를 뛰어넘는 연대성명이 나오게 된 배경과 소회를 전했다. 
 
김 기자는 “논조와 성향이 다르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기자들이 한 목소리를 내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1인 시위에 나섰던 6월 20일 ‘노조=극좌’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한 어르신을 만난 것이 계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전 언론사의 ‘막내’ 기자들이 소속 회사를 떠나 함께 한다면 시민들에게 사태의 진실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기자의 이름으로 우리는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 ‘강성노조’로 덧칠된 이념 투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기자는 “한국일보 기자들의 투쟁에 지지를 모아준 타사 동기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기자로서 막 발을 내디딘 햇병아리 기자들의 성명이, 아직 사측과 함께하는 소수 선배기자들에게 입사 당시의 초심을 일깨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모두 26개사 239명의 막내급 기자들이 낸 2차, 1차 성명서 전문.

(2차 성명, 7월5일)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은 편집국을 즉시 정상화하라.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이 편집국을 폐쇄한지 보름이 넘었다. 한국일보 기자들은 일터로 돌아오지 못하고 여전히 편집국 정상화를 위한 험난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우리 9개 언론사의 젊은 기자 114명은 한국일보 선후배 기자들의 투쟁을 끝까지 지지함을 선언한다.

장 회장은 비상식적인 편집국 폐쇄를 즉시 중단하고 보복인사를 철회하라.
장 회장은 2006년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200억 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회사 자산을 포기해 회사에 큰 손실을 끼친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장 회장은 부도덕한 경영 활동으로도 모자라 이에 항의하는 기자들을 편집국 밖으로 내쫓는 사상 초유의 폭거를 저질렀다. 언론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사회의 공기(公器)이다. 우리는 사회를 감시ㆍ비판하는 언론이 부도덕한 개인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장 회장은 유례없는 편집국 폐쇄를 철회하고 신문 정상화를 위해 나서라.

한국일보 사측은 현 상황을 노사갈등 혹은 좌우 이념대결로 몰아가려는 시도를 중단하라.
장 회장 측은 편집국 폐쇄 이유를 ‘강성 노조로부터 회사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는 현 사태가 노사갈등이나 이념대결과는 무관한 일임을 분명히 한다. 한국일보 사태의 본질은 회사를 좌지우지하고 심지어 기자들에게 굴종(屈從)을 강요하는 전제적 사주로부터 언론 자유를 되찾는 일이다. 이에 우리 젊은 기자들은 소속 언론사의 이념과 성향을 떠나 언론 자유의 관점에서 한국일보 동료들을 지지하는 바다.

검찰은 장 회장의 배임 혐의 등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
현 사태는 장 회장이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장 회장에 대한 신속한 소환조사가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핵심인 이유다. 편집국 폐쇄 등 장 회장의 비정상적인 행동은 ‘국민의 알 권리’를 대행하고자 밤낮으로 사회 곳곳을 누비는 언론 전체를 우롱한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은 장 회장을 즉각 소환조사 하는 등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는 철저하고 빠른 수사를 진행하라.

장 회장의 명분 없는 경력기자 채용을 규탄한다.
한국일보 사측은 지난 3일 경력기자 채용을 고시했다. 언론 탄압에 반대하는 한국일보 기자들을 배제하고 ‘용역 기자’를 동원해 ‘짝퉁’ 한국일보 제작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신문 파행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체제 연명에만 급급한 장 회장의 모습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생계 위협을 겪으며 언론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동료들에게 눈을 감는 선후배 기자들은 없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장 회장의 명분 없는 경력기자 채용을 한 목소리로 규탄한다.

민주주의의 동력은 언론 자유다. 언론 자유가 권력과 자본 앞에 무릎 꿇는 일이 없도록, 현장에서 땀 흘리던 한국일보 기자들이 다시 우리 주변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우리 젊은 기자들이 함께 싸울 것이다. 각 언론사 선후배들과 각계 각층에서도 힘을 보태 주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뉴시스 2011년 하반기 입사, 민중의소리 2011년 입사, 세계일보 20기, CBS 32기, 연합뉴스 33기, OBS 3기, 중앙일보·JTBC 48기, 한국경제 31기, 헤럴드경제 21기 114명 일동

   
▲ 언론노조 한국일보사지부 조합원 백여명은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경제·코리아타임즈 등이 입주해 있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임광빌딩 13층 서울경제 편집국 앞에서 ‘짝퉁 한국일보’ 발행을 돕는 일부 서울경제 간부들을 규탄하고 있는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1차 성명, 6월28일)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은 편집국 폐쇄를 즉시 철회하라
 
지난 2012년 언론계에 발을 들인 우리, 17개 언론사의 막내급 기자들은 결연한 마음으로 한국일보 선배기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함을 선언한다.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은 배임 횡령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파업조차 하지 않은 한국일보 기자들을 상대로 편집국 폐쇄라는 초유의 폭거를 저질렀다. 이에 우리는 현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장 회장에 대한 검찰의 신속한 수사와 사회 각층의 동참을 간곡히 호소한다.
 
하나, 장 회장은 부당한 편집국 폐쇄를 즉시 철회하고 한국일보 기자들에게 일터를 개방하라.
장 회장은 지난 2006년 중학동 사옥 매각 과정에서 자신의 빚 변제를 위해 200억원 가치가 있는 회사 자산을 포기함으로써 회사에 큰 손실을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를 받고 있다. 경영상의 무능력을 보여준데 이어, 이에 항의하는 기자들의 편집권까지 침해하고 나섰다. 이 같은 부조리 속에서도 기자들은 일터를 지켜왔으나, 결국 최근 장 회장이 동원한 용역에 의해 편집국 밖으로 쫓겨났다. 장 회장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편집국장과 주필은 보복성 인사를 당했다. 한국일보를 망치고 있는 주범은 도대체 누구인가. 우리는 사회의 공기라고 하는 언론이 부도덕한 개인에 의해 유린되는 현실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
 
하나, 한국일보 사측은 현 사태를 노사 갈등 또는 이념 대결로 치부하려는 저열한 시도를 중단하라.
장 회장은 불법 편집국 폐쇄를 ‘강성 노조로부터 회사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왜곡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노사 갈등 또는 이념대결과는 조금도 관련이 없다. 한국일보 사태는 자격미달의 사주가 저지르는 비상식적 언론 탄압과 그에 의해 부당하게 쫓겨나고 밀려나야 했던 기자들의 상식적인 저항이다. 이에 우리 막내급 기자들은 언론 자유를 위해 소속 언론사의 이념과 성향을 떠나 연대한다.
 
하나, 검찰은 한국일보 사태 해결을 위해 장재구 회장을 조속히 소환 조사하라.
한국일보 사태는 헌법에 보장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언론계 전체를 우롱한 처사다. 검찰은 장 회장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법치주의가 작동하는 정상적인 국가임을 증명하라.
 
하나, 선배 기자들에게 바란다.
우리는 우리가 누리는 언론 자유가 선배기자들의 독재와 폭력에 저항해 피와 땀으로 일궈낸 소중한 결실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일보 사태에서 볼 수 있듯,오늘날에도 이 땅에는 여전히 독재와 폭력이 잔존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존경하는 모든 선배기자들이 눈앞에 엄존하고 있는 언론 탄압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불의와 마주쳤을 때 눈 감거나 침묵하지 않고, 더욱 당당한 태도로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 기자정신의 본령이라 믿는다. 
 
경향신문 50기, 국민일보 21기, 뉴스1 3기, 동아일보 2012입사, 머니투데이 17기, 매일경제신문 47기, 문화일보 17기, 서울신문 47기, 조선일보 52기, 채널A 2기, 한국일보 71기, 한겨레22기, MBC 44기, MBN 19기, KBS 39기, SBS 18기, TV조선 2기 일동 12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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