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또다시 검색서비스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누리꾼들이 '노무현-NLL'과 같이 정치색 짙은 키워드를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일베'의 게시물들이 상단 위에 배치되는 사례가 자주 발견된다며 네이버의 '일베 봐주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이 누리꾼들의 입길에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누리꾼들이 의혹을 제기한 검색어는 '노무현'과 'NLL'. 네이버 검색창에서 해당 단어들을 키워드로 넣고 검색(2일 기준)하면 "노무현은 NLL를 포기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일베 게시물이 웹문서상 제일 상단의 검색 결과로 나타났다. 해당 게시물을 클릭하면 일베 사이트로 연결된다. 내용은 "노무현은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 북괴와 마찬가지로 애당초 불법무법의 유령선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김정일 위원장 뜻대로 하시면되고 저는 무조건 동의하고 따를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상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의 전체 취지와는 달리 왜곡된 주장의 내용이다. 이뿐 아니라 웹문서상 두번째에 배치된 게시물도 '노무현 NLL 포기 아니다 53% 질문조작'이라는 제목의 일베 회원이 쓴 글이다.

뉴스 검색 코너에서 실시간으로 기사가 올라오기 때문에 기사 내용은 수분 단위로 바뀌지만 검색에 따른 웹문서의 배치는 거의 바뀌지 않는다. 3일 검색 결과에서도 '노무현은 NLL를 포기하지 않았다'라는 일베 게시물은 웹문서상 두 번째 게시물로 밀려났을 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이 궁금한 독자 입장에서는 일베 게시물이 다른 어떤 게시물보다 노출이 더 많이 되고 있는 셈이다.  

   
▲ 노무현+NLL 단어 조합을 키워드 검색했을 때 웹문서상 일베 게시글이 상단에 배치된 모습
 

'노무현'과 '정상회담'을 키워드로 한 검색 결과에서도 웹문서상 가장 상단에 배치된 게시물은 일베 게시물로 나타났다. 네번째로 배치된 게시물 역시 "노무현 정상회담은 확실히 이상하긴 했다"라는 일베 게시물이다.

노무현과 김정일을 키워드로 한 검색 결과도 마찬가지다. 웹문서상 첫 상단에 배치된 게시물은 "기분 더러운 노무현, 김정일 회담 사진'이라는 일베 게시물이다.

'노무현'이라는 키워드는 일베사이트에서 집중적인 비난의 대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이버 검색 결과에서도 검색 유입량을 감안하면 일베 게시글이 네이버 웹문서상 상단에 배치하는 패턴을 보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키워드로 했을 때도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내용의 일베 게시글이 상단에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에서 '박근혜'와 '연설'이라는 키워드를 넣고 검색한 결과(2일 기준)에서도 웹문서상 가장 상단에 배치된 게시물은 일베 게시물이었다. '박근혜 중국어연설 90점--레이디가카의 위엄'이라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박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게시물이다.

해당 게시물을 올린 일베 회원은 "박근혜 대통령보면 진짜 엘리자베스 여왕을 보는 것 같다. 모두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 경의를 표한다"며 "누가 시켜서 머리를 숙이는게 아니고 그 앞에 서면 자동적으로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라고 썼다. 웹문서상 두번째로 배치된 웹문서 역시 '박근혜 중국어 연설과 방중'이란 제목의 일베 게시물이다.

'박근혜'와 '촛불집회'를 키워드로 넣고 검색을 해도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아니라 촛불 집회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또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촛불 집회 한다 웃끼는 넘들이네요'라는 제목의 일베 게시물이 웹문서상 가장 위에 뜬다. 

   
▲ 박근혜+연설 단어 조합을 키워드 검색했을 때 웹문서상 일베 게시글이 상단에 배치된 모습
 

이명박 정부의 치부로 꼽히는 '원자력 비리'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보통 원자력 비리를 비난하는 내용이 올라오는 것이 상식이지만 네이버에서 웹문서상 가장 상단에 배치된 게시물은 '민주당은 원자력 비리로 떠들어야지'라는 제목의 일베 게시물이다.

해당 게시물은 "민주당 야권이 정말 국민들을 걱정한다면.. 지금 원자력 비리에 대해서 국정조사를 말해야지.. 고작 '종북 세력의 정치 유입을 막아라'는 지시로써 선거 개입이라고 부정을 말하냐?"라며 야당을 질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웹문서상 세번째에 배치된 게시물도 일베 게시물로 종북세력이 원자력 비리를 감추기 위해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원자력 비리 단어로 키워드 검색했을 때 웹문서상 일베 게시글이 상단에 배치된 모습
 

3일 오후 3시 40분경 네이버 정치 뉴스 1위로 <개성공단 떠나는 입주기업…'정부 책임론' 제기>라는 기사가 올라오고 난후 5시 30분경 '개성공단'을 키워드로 검색하자 '1시간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개성공단 종북장사치들의 개성공단설비 남측이전이 말장난인 이유"라는 일베 게시글이 웹문서상 가장 상단에 노출되는 결과도 나타났다.  

   
▲ 지난 3일 개성공단 관련 뉴스가 네이버 정치뉴스 1위에 오르고 난 뒤 웹문서상 일베 게시글이 맨 상단에 배치된 모습
 

3일 정치적 이슈로 네이버 핫토픽 키워드로 오른 '故 김대중 무죄'라는 단어로 검색해도 제일 상단에 일베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지난 1일 '문재인 NLL'은 네이버 핫토픽 키워드 10위에 올랐는데 이 단어를 검색하면 "변희재 문재인 NLL포기 시인"이라는 제목의 일베 게시글이 웹문서상 제일 윗 상단에 배치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네이버 핫토픽 키워드로 오른 '연평해전'과 '김학의'로 검색을 해도 상단에 일베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일베 사이트에서 조회수가 많은 게시물이 모아둔 코너인 베스트 저장소의 게시글 중 옹호하거나 비난했던 정치적 인물을 네이버에서 키워드 검색을 해도 결과는 비슷했다.

3일 기준으로 일베 베스트 저장소에서 1페이지부터 20페이지까지 정치적 인물로 거론된 사람은 박범계 민주당 의원과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정미홍 전 아나운서, 이외수 소설가 등이다.

네이버에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을 검색하면 웹문서상 '[백분토론] 박범계는 결정적으로 여기서 진거다'라는 일베 게시물이 제일 상단에 뜬다. '이외수' 소설가는 '이외수 일베에서 이외수는 투명인간이다',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은 '강용석은 역시 정치인이었구나',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은 '천인공노할 노완용의 NLL반역과 이재정의 새빨간 거짓말!!', 정미홍 전 아나운서는 '어제 정미홍님 주축 창립한 보수단체명 변경~!!'이라는 일베 게시물이 모두 네이버 웹문서상 가장 위에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 일베 사이트에서 비난의 대상이 됐던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네이버 웹문서 상단에 배치된 모습.
 

 

   
▲ 일베 사이트의 강용석 전 의원 관련 게시물이 네이버 웹문서 상단에 배치된 모습
 

반면, 다른 포털 사이트에서 같은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에서는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포털 다음에서 '노무현'과 'NLL'를 키워드로 집어넣고 검색하면 웹문서상 일베 게시물은 다섯번째로 배치된 것으로 나타난다. 포털 네이트에서는 '노무현'과 'NLL'를 키워드로 넣으면 웹문서상 3번째 페이지를 넘겨도 일베 게시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 포털 다음에서 '박근혜' 와 '연설'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에서도 웹문서상 일베 게시물은 페이지를 넘겨 18번째 배치돼 있다. 일베 사이트에서 거론돼 네이버 웹문서상 상단에 올라던 정치적 인물들의 경우에도 포털 다음과 네이트 검색 결과 일베 게시물은 첫번째 웹페이지에 올라오지 않았다.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최초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 '크르**'는 "현재 네이버에 가장 핫한 정치적 검색어를 넣는다면 거의 80% 이상이 일베 게시물을 우선 보여준다"며 "분명 어떠한 커넥션이 있질 않고서는 이렇게 일관적으로 우선시 할 수 있을까. 검색엔진이라는 게 검색봇이 자동으로 웹 돌아다니면서 DB저장하는 걸로 하는데 이거 네이버 검색봇은 일베에서 상주하나 보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네이버 검색 유입량은 50%가 넘는 상황인데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는 키워드 검색 결과가 편향적인 내용의 일베 게시물로 배치되면서 결국 여론이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착각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 누리꾼들의 주장이다.

A 포털사 관계자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저희 같은 경우 자주 인용되고 링크되는 원문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그 원문에 가중치를 두는 알고리즘으로 노출을 결정하고 있다"며 "알고리즘이라는 것은 회사마다 다르고 한 시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발전시키는 것이라서 특정 사이트를 노출시켰다고 보는 것은 어렵다"고 전했다.

B 포털사 관계자도 "가중치를 두는 것은 특정 사이트에 대한 값을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포털 사이트 내부의 고유 알고리즘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네이버에서도 어떤 고유의 값을 가중치를 두는 것으로 추측되는데 특정 사이트 노출과 직결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인성 교수(한양대)는 정치색 짙은 키워드 검색에서 일베 게시물이 상단에 배치되는 경향과 관련해 "네이버 쪽에서 기계적인 중립성을 지키려고 했다고 하겠지만 내부적으로 어떤 사이트에 가중치 더 두고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지만 사이트 신뢰도가 공정하게 반영되고 있는지 검증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누리꾼들의 의혹에 대해 "말도 안되는 억측이다. 검색어에 대해 상단에 배치되는 것은 알고리즘 설계가 돼 있는 것이지 특정 사이트를 따로 배치하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라며 "정치적 게시물에 대해 의도적으로 할 이유도 없고 명분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검색어 제외 처리와 취소, 가이드라인 등의 기준인 알고리즘을 외부에 공개까지 한 상태"라며 "알고리즘이라는 것은 단순 변수가 아니라 어마어마한 함수로 이뤄져 있고 전체 하루 3억건을 처리 분석해야 한다. 특정 사이트를 배치하기 위한 손동작할 인력도 없다.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청소년유해어 검색 방침에 오늘의유머는 제외?

한편, 또다른 누리꾼은 네이버가 검색에 따른 게시물을 필터링하고 있다는 증거로 진보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유머'를 키워드로 넣고 검색한 결과를 제시했다.

네이버에서 '강간'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일베', '오원춘', '강호순' 등 단어를 조합해 검색하면 모두 "이 정보내용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및 청소년보호법의 규정에 의해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경고문구가 뜬다.

그런데 유독 '오유'(오늘의유머)와 '강간'이라는 키워드를 함께 검색해보면 해당 문구가 뜨지 않는다. 게다가 '오유'라는 단어만 치더라도 '오유 강간사건'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뜬다. '오유 강간'은 지난 3월 오늘의유머 회원이 정기모임에 나갔다가 오유 남성 회원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사건을 말한다.

특히 성인이 로그인을 하지 않은 상태, 즉 청소년을 포함해 누구나 볼 수 있는 상태에서 '강간'이라는 키워드와 '일베', '오원춘', '강호순' 를 함께 검색하면 뉴스 기사만 검색된다. 반면 '오유'와 '강간'을 키워드로 집어넣으면 뉴스 기사뿐만 아니라 웹문서, 지식인, 블로그 등의 모든 코너의 게시물이 나타난다. 

   
▲ '일베+강간'이라는 단어 조합으로 키워드 검색을 했을 때 청소년유해어로 분류돼 뉴스 기사만 노출된 모습
 

 

   
▲ 오유(오늘의유머)+강간이라는 단어 조합으로 키워드 검색을 했을 때 뉴스 기사뿐만 아니라 모든 코너의 게시물이 노출된다.
 

네이버 측은 지난해 8월 '안철수 롬싸롱'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고 이어 '박근혜 콘돔'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자 김상헌 대표가 직접 나서 "관련 부서와 다각도로 정책을 검토한 결과, 청유어(청소년유해어)의 검색에 대한 성인 인증은 현행과 같이 계속 유지하되, 관련된 '뉴스 기사'는 성인 인증과 상관없이 검색 결과로 노출되도록 개편을 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의 방침대로라면 '강간'이라는 단어는 청소년유해어이기 때문에 강간이라는 키워드와 조합한 어떤 검색어도 성인 인증을 하기 전에는 뉴스 기사만 노출돼야 하지만 유독 '오유'와 '강간'을 조합한 검색어만 이 같은 조치가 적용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김인성 한양대 교수는 “네이버 측에서는 언론에서 기사화가 되어 검색량이 일정량 초과되면 성인인증 없이 뉴스 기사를 검색할 수 있도록 했는데 오늘의유머와 강간이라는 키워드를 사실상 방치하면서 오유에 부정적 이미지를 씌울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검색의 공정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 "오유(오늘의유머)라는 단어에 대한 형태소 분석이 이뤄지지 않아 성인 인증을 해제하지 않고서도 통검(통합검색)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부서에서 성인인증을 하지 않고 '오유+강간' 키워드를 검색하면, 통합검색이 되지 않도록 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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