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가 방송프로그램의 사전검열을 시도, 방송계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MBC 관계자에 따르면 안기부 직원으로 MBC를 담당하고 있는 김모 씨는 지난 8일 MBC 이 8.15특집으로 기획한 <조총련의 오늘>을 녹화 중이던 F스튜티오에 들어와 프로그램 제작과정을 계속해서 지켜봤다는 것이다.

김씨는 녹화가 끝나는대로 프로그램 내용을 사전 시사할 계획이었으나 평소 낮 4시에 시작해서 저녁 7시경이면 끝나는 녹화가 이날은 방송시작 30분 전인 밤 10시30분에 끝나는 바람에 프로그램을 미리 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담당 PD에게 “조총련 관계는 정부의 ‘접촉승인’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프로그램 내용을 미리 보았으면 한다”며 이날 녹화장에 들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안기부 관계자는 “사전 협조한 사항과 관련해 프로그램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알아보기 위한 방문이었을 뿐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담당 PD는 “조총련 취재와 관련, 안기부 관계자가 일부 조총련에서 전향한 사람 등 관련 인사들을 주선해 주겠다고 제한했지만 기획의도와 달라 참고하지 않았다”며 안기부의 사전협조설을 일축했다.
MBC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프로그램 제작현장에 안기부 직원이 들어왔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KBS 노동조합 전영일 위원장도 “방송사에 안기부 직원이 들어와 프로그램 제작과정을 지켜보고 사전 시사까지 하려 했던 것은 명백한 사전검열”이라고 지적하고 “방송 전반에 대한 안기부 통제의 한 단면이 여실히 드러난 사건으로 전 방송사 차원에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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