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단체들과 야당이 KBS 수신료 인상 거부운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들은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NLL 파문’, <TV비평 시청자데스크> 논란과 관련해 KBS가 ‘정권 코드 맞추기’에 급급하면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한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KBS는 국정원 선거개입이라는 국기문란 사건에 대해 공영방송의 본분을 망각하고 방관하다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공개되자 앞장서 물타기에 나서며 (국기문란 사건의) 공범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강성남 위원장은 “KBS가 수신료 인상을 계획하는 것은 지금 저지르고 있는 범죄행위를 세금으로 더 지원해달라는 꼴”이라며 “지금 보도 수준이라면 수신료 인상 거부 운동은 필연적”이라고 밝혔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KBS 수신료 인상 추진 자체를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솔직히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적고, 추진할 경우 여론만 악화될 게 뻔하다”면서 “아직 수신료 인상 거부 운동으로까지 확산시킬 단계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추 사무총장은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수신료 인상에 적극적이고, 정부 일각에서도 이런 흐름이 감지되니까 길환영 KBS사장이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KBS가 불공정 편파보도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수신료 인상은 대국민의제로서 위상을 가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추 사무총장은 “그럼에도 KBS가 지금과 같은 불공정보도를 지속하면서 수신료 인상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수신료 인상 거부를 위한 조직적인 연대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아직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가시화되는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원론적인 대응만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사회 안건을 상정하려 하거나 일방적으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한다면 연대협의체를 통해 반대운동을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수신료 거부운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공영방송으로서 보도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수신료만 올리겠다는 발상은 후안무치라고 볼 수 있다. 수신료 인상 반대”라면서 “KBS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 국정원에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국민에게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하려면 염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민희 의원은 “수신료 인상 움직임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했다.

KBS 일각에선 길환영 사장이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반대파’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도본부 한 기자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서는 형식적으로라도 조직의 슬림화와 보도 공정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에서 간부 자리는 증가했고, 불공정 보도에 책임을 져야 할 인사들이 대부분 자리를 유지했다. 수신료 인상 의지는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KBS경영협회, 기자협회, 방송기술인협회, 촬영감독협회, PD협회 등 5개협회가 낸 공동성명에서도 이 같은 인식이 확인된다. 이들 협회는 “길환영 사장은 KBS 구성원들의 최대 염원인 수신료 인상, 재원 안정화를 자신의 통치 수단으로 전락시키며 우리를 기만하는 대국민 사기쇼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수신료 인상에 대한 의지가 없으면서도 마치 전례 없이 노력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행태를 보면 안쓰럽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길 사장은) 수신료 인상이 될 때까지는 어떠한 불만도 잠재우겠다는 교묘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 ‘김인규식 수신료 인상 추진’의 재탕”이라면서 “길환영 사장은 이 같은 꼼수가 스스로 자신의 임기만 단축시키는 행위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KBS본부) 관계자는 “지난 1일 길환영 사장이 ‘수신료 인상에 걸림돌이 되거나 반대하는 세력들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면서 “수신료 인상의지는 없으면서 이를 ‘반대파’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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