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지난 7월15일 시행된 노조발기인 및 집행부에 대한 기자직 박탈 등의 인사에 무리가 있었다는 ‘내부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이규행 회장은 8월초 “인사과정에 왜곡된 정보가 개입했다”는 말로 인사조치에 문제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이는 왜곡된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편집국 일부 간부들이 경영라인에서 배제됐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들 강경파들은 노조결성을 ‘파벌논리’로 각색, 경영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원들의 ‘예상외의’조직적인 저항도 경영진의 자세전환을 끌어내는데 한 몫을 했다. 노조의 부당인사 철회 서명에 간부급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원(2백62명)이 서명을 했다. 노조 가입자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40여명으로 출범한 조합원수는 불과 열흘만에 광고, 판매, 공무국 등 전 직종을 포괄하면서 2백 여명으로 늘어났다.

편집국의 경우 가입 대상자중 90%가 가입했다. 종합지 전환을 앞둔 미묘한 시기라는 점과 부정적인 사회 여론도 경영진의 선택치를 좁혔다.‘ 2창간’에 버금가는 상황을 맞아 회사의 모든 조직을 점검하고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시점에서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었다.

특히 경영진은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을 언젠가는 자신들이 져야하는데 대해 적지않은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인사가 노조 간부의 기자직을 박탈하는 등 지극히 ‘원시적인’ 형태로 이루어진데 대해 여론은 비판 일색이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물론, 정부와 현대그룹도 “너무 앞 뒤 분간을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률적으로도 회사측의 인사논리가 ‘설득력이 없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강경일변도로 나가 이번 인사발령자들을 사규에 따라 ‘인사명령 거부’로 해고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복직시켜야 하는 등 ‘실익’이 별로 없는 것이다.

이번 노사합의로 문화일보 사태는 일단 ‘화합’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오는 9월15일 ‘종합지 전환’에 앞서 대대적인 화합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포괄적인 합의는 이루어졌지만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합의문의 해석과 약속이행 여부에 대한 이견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일부 조합원들은 “사측의 인사 철회가 현재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사 모두 명분을 지키면서 ‘사실상’의 인사철회를 완전한 인사철회로 만들기 위한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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