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대 1. 수세에 몰릴 거라는 전망과 달리 네이버는 강하게 언론사들을 압박했다. 언론사들 입장을 대변하는 발제자와 토론자가 8명, 네이버 관계자는 1명이었다. 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세미나에서 유봉석 NHN 미디어서비스실 실장은 “당분간 뉴스스탠드 시스템에 변화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공유지의 비극’까지 언급하면서 언론사들의 책임을 묻고 “단기적으로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말로 단호한 의지를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시종일관 네이버에 공격이 집중됐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뉴스스탠드는 대다수 이용자들에게 매우 불편한 서비스”라고 평가했고 박상호 한국방송협회 연구원은 “뉴스 이용자에 대한 논의와 배려가 배제돼 있다”고 비판했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부국장은 “뉴스스탠드가 연성 뉴스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뉴스스탠드와 뉴스캐스트를 병행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았다. 김 교수는 “과거 뉴스캐스트 시절 선정적 제목 낚시가 많았다면 뉴스스탠드에서는 선정적 사진 낚시가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수 이데일리 콘텐츠사업팀 부장은 “손님이 짜다면 짠 거다, 네이버가 주는 트래픽에 안주해서 건전한 뉴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합리적인 콘텐츠 유통구조를 확립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지금이라도 포털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NHN 유봉석 실장은 “뉴스스탠드에 대한 비판은 사실 뉴스스탠드의 문제라기 보다는 언론사 홈페이지의 문제고 온라인 저널리즘 전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실장은 “뉴스캐스트도 마찬가지지만 단일 서비스 모델이 모든 가치를 담을 수는 없다”면서 “트래픽이 줄어들어서 선정적인 편집을 하게 됐다는 비판이 있는데 트래픽 많아지면 더 많은 트래픽 받기 위해 더욱 선정적인 편집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뉴스캐스트와 뉴스스탠드 5년 주요 언론사 트래픽 추이. 코리안클릭 자료.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유 실장은 “뉴스캐스트나 뉴스스탠드나 네이버의 노력 만으로 성공하기 힘든 서비스”라면서 “언론사들이 저널리즘의 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유 실장은 “달리 대안이 없다”, “운신의 폭이 좁다”는 등의 말을 반복했다.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뉴스캐스트나 뉴스스탠드나 모델로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콘텐츠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유 실장은 “참여 주체들이 더 나은 저널리즘 공간을 만들려는 의지가 있고 그런 토대가 만들어져야 뉴스캐스트로 갈 수 있다”면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뉴스스탠드가 사실상 실패한 모델로 드러나면서 뉴스스탠드를 기획했던 유 실장 등이 내부에서 입지가 좁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네이버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많지만 기획자 입장에서는 끝까지 뉴스스탠드를 포기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기준 스포츠동아 네이버 뉴스스탠드 편집화면.
 
그러나 언론사들 자정 노력으로 꺼져가는 뉴스스탠드를 활성화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관측도 많다. 유 실장이 강조하는 것처럼 뉴스스탠드 이후 선정성 경쟁이 완화된 측면도 있지만 뉴스스탠드의 부진은 일차적으로 인터페이스와 접근성의 문제다. 적극적인 뉴스 소비를 유도한다는 취지와 달리 뉴스 소비 총량을 줄이고 어젠더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언론사들의 책임이 크지만 언론사들의 자정 노력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뉴스스탠드 개편에 이해진 NHN 의장과 김상헌 대표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최고경영자가 결단을 내리지 않는 이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언론사 관계자는 “네이버는 사실상 언론의 역할을 하면서도 언론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면서 “뉴스캐스트와 뉴스스탠드 이외의 제 3의 대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큰 힘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기준 스포츠동아 네이버 뉴스스탠드 편집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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