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보복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KBS 옴부즈맨 프로그램인 에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관련 보도를 비판하자 담당 국장과 부장을 1일자로 보직 해임했기 때문이다. 
 
는 지난 6월22일 방송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KBS보도가 단순 사실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의혹을 심층적으로 파헤치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KBS의 이런 소극적 보도가 ‘권력 눈치보기’의 일환이며, KBS사장 선임 방식이 바뀌지 않고서는 이런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송 이후 KBS에선 엄청난 후폭풍이 일었다. 길환영 KBS사장은 방송 다음날인 6월23일, 임원회의를 소집해 방송이 나가게 된 경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시청자데스크> 방송 제작 과정 전반에 대해 경위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상윤 KBS PD
 
이와 관련 현상윤 PD는 지난달 28일 사내 게시판에 “부장·국장 잡아먹은 PD, 사장께 한 말씀 올립니다”라는 글을 올려 사측의 이번 인사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현상윤 PD는 이 글에서 “법으로 보장된 옴부즈맨 프로에서 KBS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잘못된 일인가”라며 반문한 뒤 “차라리 담당 PD를 날리고 담당 PD인 나를 쳐라. 방송 이후 내게 와서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KBS가) 비겁하다”고 지적했다. 
 
“뉴스 공정성 강조한 길환영 사장…KBS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비판하자 오버”
 
미디어오늘은 1일 현상윤 KBS PD를 만나 ‘옴부즈맨 파문’과 최근 KBS상황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TV비평 시청자데스크’ 방송 이후 KBS가 보인 행태를 어떻게 보는지. 
“국정원 관련 KBS <뉴스9> 보도가 불공정하다는 내용이 자사 매체비평 프로그램을 통해 그대로 나갔다. 그동안 길환영 사장은 KBS 뉴스나 프로그램이 공정하다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강조해왔는데 이번 프로그램으로 모양새가 우습게 됐다. KBS 프로그램에서조차 자사 뉴스가 편파적이라고 비판을 했으니 자신의 발언이 전면 부정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아마 이런 부분이 길환영 사장으로 하여금 ‘오버’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아이템’을 하면서 제작진 내부에서 이견은 없었나.  
“사실 ‘국정원 아이템’ 이전에 ‘윤창중 보도’와 관련해 KBS뉴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아이디어를 몇 차례 냈다. 그런데 데스크 차원에서 <미디어 인사이드>(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서 방송되고 있는 부분이니 중복될 수 있다며 아이템을 보류했다. 아이템이 중복되는 건 문제가 있기 때문에 타당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이후에도 KBS보도와 관련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아이템을 몇 차례 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그런 과정을 몇 번 거친 후에 국정원 관련 KBS보도 문제점을 짚는 아이템을 냈다. 아마 데스크 입장에서도 더 이상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제작과정에서 ‘논조가 과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내부조율을 거쳐서 나갔다.” 
 
-KBS심의실에서는 ‘TV비평 시청자데스크’가 보도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심의실의 입장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그런 입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는 방송법에 의해 KBS를 비평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법에 보도 프로그램은 옴부즈맨 비평대상이 아니라는 규정이 있나? 없다. 심의실이 그런 입장을 개진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만약 그런 ‘조정’이 필요하다면 심의실이 아니라 시청자위원회가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내년 3월이면 정년이다. 정년을 앞두고 ‘논란의 당사자’가 되는 게 부담스럽지 않은지. 
“(웃으며) 정년이 코앞인데 눈치 볼 것 뭐 있나. 소신대로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이다. 그게 선배 언론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라고 본다. 사실 후배들은 경영진이나 간부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간부들이 인사권을 휘두르는데 거기서 자유로울 사람이 어디 있나. 사람이면 남들보다 좋은 프로그램 제작하고 싶고, 승진도 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건 인지상정이다. 소신껏 방송하려면 방송인으로서 일상적인 것들을 버릴 각오를 해야 한다. 솔직히 찍히면 ‘변두리 방송인생’을 살아가야 하는데 … 그걸 모든 후배들에게 강요할 순 없다. 물론 KBS라는 나름의 기득권을 버리고 부당한 부분에 대해 끝까지 싸워나가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구조적인 부분’이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언론 개개인의 소신과 결단만 강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난 소신 있게 방송할 것… KBS 불공정 보도 계속되면 국민 저항 직면할 것” 
 
-옴부즈맨 프로그램 방송 이후에도 KBS뉴스 문제점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문제다. KBS가 공영방송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사실 교양과 오락 등을 보면 나름 괜찮은 프로그램들이 많다. 전체적으로 보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이다. 이건 언론으로서 핵심기능 아닌가. 핵심기능에서 KBS의 문제가 발생하는 거다. 최근 KBS뉴스를 보면 누구를 위한 방송인지 의문이 든다. 국민을 보지 않고, 청와대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청와대 방패막이’ 해주고, 국정원 관련 보도는 철저하게 국정원과 청와대를 방어한다. 그 상황에서 NLL파문이 터지니까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관제방송이라는 결론밖에 안 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적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다. KBS 스스로를 돌아보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현 경영진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NLL보도’를 보면서 KBS는 개전의 정이 없다는 걸 느꼈다.” 
 
   
지난 6월22일 방송된 KBS 방송화면 캡처.
 
-그럼 박근혜 정부 하에서 ‘KBS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얘기인가. 
“KBS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고민이다. 사실 KBS는 정치권에서 사장을 임명하는 구조다. ‘편파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한다. 여기에는 KBS내부 구성원들이 상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100일 가까운 파업을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개혁 노력들이 좌절되면서 기자·PD들이 해도 안 된다는 좌절감을 느낀 것 같다. 물론 당분간 어려움이 있겠지만 곧 극복되리라 본다.” 
 
-하지만 KBS구성원들이 너무 소극적인 거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그런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KBS개혁은 내부 구성원들의 각성과 개혁의지만 가지고선 안 된다. 국민들이 언론의 문제점, KBS 문제점에 대해 인지를 하고 날카로운 비판을 해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서 관제언론을 바꾸려는 노력도 같이 해줘야 한다.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KBS개혁이 어렵다. 국민들이 KBS를 올바른 방송으로 바꿔내고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KBS개혁’은 국민이 동참해줘야 이길 수 있다.” 

■ 현상윤 PD는…

1985년 4월 KBS 입사
1999년 KBS노조위원장
2000년 KBS해고 (환경직 청소부 정리해고 반대 등으로)
2001년 KBS복직
2002년 2월∼2004년 2월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역임
이후 KBS 아침프로그램을 비롯해 외주담당 프로그램, <역사스페셜> <걸어서 세계속으로> 등 제작
2012년 2월부터 담당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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