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7월1일자로 연합뉴스 전재계약을 중단했다. 올해 초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연합뉴스 전재를 중단한 데 이어 신문시장의 ‘빅3’가 모두 연합뉴스 기사를 제공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동아일보 측은 콘텐츠 유료화 등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고, 연합뉴스 측은 “계약 중단 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중앙·조선 이어 동아일보도 ‘탈(脫)연합뉴스’ 합류
 
동아일보는 지난달 27일 연합뉴스 측에 공문을 보내 7월1일자로 전재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동아미디어그룹은 동아일보 신문과 인터넷 사이트인 동아닷컴, 계열사인 채널A 등 소속 매체들의 전재계약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가기간 통신사임에도 불구하고 포털에 뉴스를 공급해 연합뉴스의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사와 경쟁하면서 뉴스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위는 다수 언론사의 콘텐츠 유료화 노력과 수익 증진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재계약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 동아일보 광화문 사옥.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관계자는 또 “연합뉴스와의 계약 중단은 우리가 힘들여 만든 콘텐츠의 가치를 확보하고 디지털 콘텐츠의 정당한 수익을 강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비교적 오래 전부터 연합뉴스와의 전재계약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측은 일단 “계약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1일 “중도해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계약이 유지된다는 내용으로 회신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계약을 변경할 경우) 계약 만료 한 달 전에 통보하게 되어 있고, 중도해지는 사유에 부합되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나 일단 동아일보가 계약 해지를 통보한 이상, 파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신문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일보가 모두 연합뉴스 콘텐츠를 사용하지 않도록 결정함에 따라 연합뉴스 입장에서는 주요 고객들을 모두 잃은 셈이 됐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같이 가고 싶은데, 고민스럽고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문사들의 ‘탈(脫)연합뉴스’ 흐름, 왜?
 
신문사들의 ‘탈(脫)연합뉴스’ 흐름은 올해 초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앙일보가 1월1일자로 계약해지를 통보한데 이어 조선일보도 2월1일자로 전재계약을 중단했다. 나머지 신문사들도 전재계약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최근 계약을 연장한 한 종합일간지 관계자는 “언제든 중단할 수 있다는 걸 전제로 연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지난 2월 △전재료 25% 인하 △포털 송고 기사 수 축소 △홈페이지 노출 기사 축소 등 ‘상생을 위한 제안’을 내놓으며 ‘불끄기’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무위로 끝났다. 한국신문협회(협회장 김재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사장) 소속 신문사들과 견해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의 다른 관계자는 “신문협회에서는 전재료 50% 등을 요구했고, 우리는 수정안을 냈는데 결국 신문협회에서 (제안을) 거부하겠다고 했다”며 “신문협회를 통한 협상은 끝났다고 보고, (신문사별로) 개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전재료 30% 인하, 광고 예산 증액, 특별광고 편성 등을 포함한 ‘수정안’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계약사 현황.
 
 
문제가 불거진 표면적인 이유는 전재료이지만, 뿌리는 이보다 훨씬 깊다. 신문사들은 포털사이트에서 뉴스의 대부분이 소비되는 상황에서 연합뉴스가 포털에 기사를 공급해 회원사들과 직접 경쟁을 벌이는 게 적절치 않다고 보고 있다. 포털에 실시간으로 연합뉴스의 기사가 공급되면서 연간 수억원의 전재료를 내면서 서비스를 받는 효용이 없어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종합일간지 A사의 관계자는 “돈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쓰는 의미가 있어야 하는데 차이가 없어졌다”며 “차라리 (계약을 하지 않고) 포털에서 연합뉴스 기사를 실시간으로 보고 수정해서 쓰거나 보완취재를 해서 쓰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도 있다”고 말했다. 
 
심리적인 ‘반감’도 있다. 신문산업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연합뉴스는 그동안 전재료 인하, 계약 방식의 다변화 등 신문사들의 다양한 요구를 외면해왔다는 게 신문사들의 주장이다. 또 연합뉴스가 관계 법령에 따라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으면서 신문산업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속 편하게’ 경영을 해왔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콘텐츠 유료화 둘러싼 ‘조중동’의 속내…연합, “이해하기 힘들다”
 
주목되는 부분은 ‘조·중·동’의 행보다. 특히 조선일보는 올해 초 전재계약을 중단하는 과정에서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지 말라는 요구를 노골적으로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3사는 포털에 기사 공급을 중단하자는 신문협회 차원의 ‘공동행동’ 논의가 회원사들의 견해차이로 무산된 이후, 다각도로 포털과 연합뉴스를 압박해왔다. 

   
▲ 조선미디어그룹 로고. ⓒ이치열 기자 truth710@
 
 
연합뉴스 관계자는 “전재료 부분은 거의 의견이 근접했는데, 포털에서 완전히 빠지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신문산업이 어려운 걸 알기 때문에 충분히 그런 점을 고려해서 수정안을 냈는데 포털에서 100% 빠지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조·중·동 등은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뉴스의 대부분이 포털사이트를 통해 소비되고 있고, 연합뉴스가 각 분야에 걸쳐 방대한 분량의 콘텐츠를 포털을 통해 직접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 콘텐츠 유료화의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네이버’와 ‘연합뉴스’가 타깃 된 것이다. 
 
연합뉴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해외의 성공한 유료화 사례를 보더라도 언론사가 가진 고유의 브랜드나 프리미엄 콘텐츠로 유료화를 하는 것”이라며 “연합뉴스 속보를 가지고 유료화를 하겠다는 건 아닐 텐데, (연합뉴스가 유료화의) 걸림돌이라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는 1일 통화에서 “유료화의 걸림돌로 연합뉴스만을 상정하는 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언론사들이 연합뉴스에 갖는 불만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고 말했다. 

   
▲ 중앙일보 사옥. ⓒ이치열 기자 truth710@
 
 
 최 기자는  “온라인 뉴스 생태계에 맞는 서비스 유형과 플랫폼에 대한 고민이 결여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언론사들의 불만도 있다”며 “연합은 그동안 똑같은 상품만 제공하면서 신문사들의 다양한 요청을 묵살해왔다. 손쉬운 유통모델만 선택해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서로 보완적으로 발전해가는 관계설정이 바람직하다고 보는데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나름대로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상생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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