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지속적으로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해 질타를 받았던 일간베스트의 게시글과 비교해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게시물도 상당수 눈에 띈다.

국정원이 역사적인 왜곡까지 일삼으면서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집중적으로 올린 것을 두고 집권 세력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을 지지하는 세력은 곧 특정 지역에 국한돼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오히려 지역감정을 조장해 정치적인 득을 보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의 범죄일람표 전문을 건네받아 공개한 이후 누리꾼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심리전단 직원들이 남긴 댓글을 추적한 결과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게시물이 발견됐다.

심리전단 직원으로 추정되는 아이디 '좌익효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에서 자신이 올린 댓글에서 전라도를 비하하는 단어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좌익효수가 올린 댓글은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무려 3460여개에 달한다.

아이디 좌익효수는 지난해 2월 "뒈지게 패야된당께 홍어종자들", "절라디언"이라는 문장과 단어를 집중적으로 게시했다. 일례로 전라도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를 전하는 뉴스 게시글에 아무 이유 없이 "절라디언들이란"이라는 댓글을 남기는 식이다.

'홍어'와 '절라디언'이라는 단어는 일간베스트에서 전라도 지역 사람들을 비하하는 은어로 쓰였고, 지난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홍어로 표현해 비난을 받았다.

아이디 ‘좌익효수’는 이뿐만 아니라 문재인 의원을 문죄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X숭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X대중'이라고 표현하고 조롱하는 등 원색적인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는 '통합망신당'이라는 표현으로 특정 정당을 비하하는 모습도 발견된다.

이 같은 게시글은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 국정원에서 특정 지역과 정치 세력을 비하하는 게시글을 올리면서 인터넷에서부터 국민 여론을 분열시키기 위한 공작으로 풀이된다.

   
▲ 국정원 추정 트위터 계정이 리트위한 5. 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내용의 게시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에서도 5·18 민주화운동을 직접 왜곡하는 행태의 게시글도 여러 건 발견됐다.

뉴스타파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국정원으로 확인됐거나 의심되는 트위터 계정 658개와 게시글 23만여건을 바탕으로 '광주'와 '18'이라는 단어로 트윗 내용을 검색한 결과 88개의 트윗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리꾼 K씨는 이 같은 분석작업을 통해 88개 트윗에서 '광주학살', '광주폭동', '민주화운동 코스프레', '北軍 투입설', '광주 반란', '광주폭거'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10개의 핵심 아이디 중 하나인 'shore0987'은 지난해 10월 3일 "5·18 광주에 北軍 투입설 명단 작전일지 공개"라는 트윗을 리트윗했다.

또다른 아이디 'leetalk1121'은 지난해 11월 18일 "5·18 광주사태가 남조선 지역으로 확대되고 북한이 밀고 내려가면 통일은 시간문제라며 선전선동을 하고 전국적으로 여론을 확산시켰던 북한 군부는 당장이라도 통일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듯한 분위기였다는 것이 당시 북한 사회의 현실"이라고 주장하는 트윗을 리트윗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 말씀 사항을 트윗에서 그대로 옮긴 아이디 'taesan4'도 "그룹 2AM의 아이돌 임슬옹...광주문제를 다룬 영화 26년에 출연할 때 주위에서 우려가 많았지만 오기로 했다 주장...이에 좌티즌들은 개념돌이라고 칭찬...꼭 정부 비판영화나 반미 영화에만 출연해야 개념돌인가?"라고 쓰기도 했다.

누리꾼 K씨는 분석한 글을 공개하면서 "국정원이 대선 개입, 정치개입, 민간인 사찰도 모자라서 역사 왜곡까지 앞장선 것 인가요"라며 "아무리 빅데이터를 활용해 삭제된 트위터를 복구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은 빙산의 일각도 안 되는 내용이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국회의 조속한 국정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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