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그동안 7회에 걸쳐 ‘언론고시의 실태와 문제점’을 집중 기획으로 연재했다. 언론사들의 현행 필기시험 위주의 선발방식이 언론인으로서의 자질을 제대로 평가, 선발하는데 미흡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언론사 안팎으로 크게 이견이 없다. 그 대안으로 채택된 인턴십 제도 역시 운영상의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언론학자, 언론사 인사 담당자, 기자 초년생이 한자리에 모여 바람직한 언론사 선발제도를 모색해 보았다.

□ 참석자 최창섭(서강대언론대학원장·사회) / 양철화(동아일보 총무국장) / 양흥선(경향신문기자)
□ 일 시 1995년 8월12일
□ 장 소 <미디어오늘> 회의실
□ 정 리 김동원 기자


사회 : 현 언론사의 필기시험 위주 채용방식이 기자 등 언론인의 자질을 평가하는데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같은 채용방식을 보완해야 한다는 데는 언론계 내부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언론사에서도 최근 들어 인턴제도의 도입 등 나름대로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먼저 현행 채용방식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언론사 차원에서는 어떤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알아보았으면 한다.

양철화 국장 : 현재 대부분 언론사들은 나름대로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필기시험 위주의 채용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필기시험위주의 채용방식이 기자로서의 자질과 인성을 평가하는데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데는 대부분 언론사들이 공감하고 있는 편이다. 필기성적 위주로 선발하다보니 합격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특정학교, 특정학과 출신자들에 집중되고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언론사들은 최근 채용개념의 변화를 비롯, 보완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동아일보의 경우 지난해부터 지역별, 출신학교별 안배까지도 고려해 합격자를 선정하고 있다. 또 인턴 제도를 도입해 언론인으로서의 인성과 자질을 위주로 선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른바 명문대 출신 합격자가 역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류전형이 ‘시험 볼 기회마저 봉쇄하는 것’이란 항의가 있어 내년부터는 필기시험 기회를 모든 응시자에게 부여할 방침이다.

양흥선 기자 : 기자의 자질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필기시험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인턴십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수험생 입장에선 불리한 점이 없지 않다. 보통 인턴십 기간은 3부 정도인데 인턴십에서 탈락한 수험생들은 다른 언론사에 응시할 기회 자체를 상실하게 되는 불이익이 있다. 언론사들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채용시험을 보기 때문이다.

또 인턴십 제도를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필기시험 결과가 아직은 결정적인 것 같다. 인턴십 기간 중 평가가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객관적 평가기준 등이 없다보니까 아무래도 필기 점수에 의존하는 게 아닌가 한다. 인턴십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인성과 자질 평가를 위한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또 그 결과도 공개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수험생들의 불신을 살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질과 능력 위주의 선발이라는 인턴십 제도가 자칫 정실위주의 인사로 변질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사회 : 필기시험 과목으로 꼭 국어, 영어, 상식에만 집착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런 과목에 비중을 둬 선발하다보니 결국 특정학교, 특정학과 편중현상을 낳는다. 필기시험이 꼭 필요하다면 영어, 상식 등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언론 관련 과목을 채택하는 것도 바람직하도 본다. 기본적인 언론관련 기본 이론을 몰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은 마치 법관이 법을 몰라도 괜찮다고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인턴십은 산학협동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방학을 이용, 각 언론사에서 일정기간 동안 시레 취재나 제작 경험을 쌓아 이를 언론사가 평가해 추후 채용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식일 것이다.

양국장 : 기존 필기시험 위주의 채용방식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턴십의 도입, 최종 합격자 선정시 지역, 출신학교, 학과별 편중을 방지하기 위해 언론사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채용방식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을 인정해 주기 바란다.

양기자 : 지역별, 출신학교별 편중현상을 막는다는 것이 자칫 수험생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탈락해도 공정한 평가를 받았다고 수험생들 스스로 인정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탈락자들 가운데 ‘빽없어 떨어졌다’는 푸념이 많다. 자신의 탈락이 어떤 특혜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지역별, 학교별, 학과별 안배문제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양국장 : 동아일보는 그런 오해를 없애기 위해 3차례 이상 응시 전력이 있는 수험생들은 최종 합격자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무리한 응시를 막고 특혜 의혹을 씻기 위해서다.

사회 : 필기시험 성적만으로 기자를 뽑는 채용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 나라밖에 없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자직이 전문직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만큼 채용방식도 각 전문분야에 맞는 자질과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치, 경제, 과학등 각 분야별 기본소양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적성과 특기, 전공을 충분히 감안한 채용방식이 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기자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앞서 지적했지만 인턴십은 먼저 학교당국이나 지도교수들이 인턴 희망자들 가운데 실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엄선, 인턴에 참가시켜 언론사로 하여금 대학에 신뢰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구시대적이라고 지적받고 있는 현행 언론관련 교과 과정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이론과 실습의 균형 잡힌 교과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부족한 시설과 재정을 언론사들이 지원해 진정한 의미의 산학협동 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양기자 : 어쨌든 언론사마다 평가와 선발기준을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수험생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탈락을 거듭하면서 애초 기자로서 무엇을 해보겠다는 목적의식을 상실해가고 있다. 결국 기자가 되는 것 자체가 목적으로 변질되고 만다. 수단이 목적으로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합격한다 해도 사회의 불의, 부정의를 비판 감시해야 할 기자의식은 갖기 힘들다고 본다.

양국장 : 언론사들도 기자로서 자질과 적성을 갖춘 좋은 인재를 선발하기 원한다. 가끔씩 수습기자로 입사한지 얼마 안돼 퇴사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언론사로서도 큰 손실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각 언론사들은 실정에 맞는 적절한 채용방식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적성과 자질을 갖춘 인재발굴과 이의 원활한 인력수급을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

사회 : 케이블TV 개막, 위성방송 진출 등 지금 우리의 매체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언론계 인력수급문제는 앞으로 더욱 문제가 될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언론사를 지망하느냐에 있는 게 아니라 질적 수준을 갖춘 예비언론인들을 어떻게 양성하느냐 하는 것이다.

언론인 수급상황이 이대로 방치될 경우 ‘풍요 속의 빈곤’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에 언론사들도 눈을 돌려야 한다. 급변하는 매체환경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결국 사람이 어떻게 준비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우리 언론계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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