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의 대열에 고등학생들이 처음 참여했다. 29일 오후 2시, 금산 간디학교, 산마을 고등학교, 산청 간디학교, 제천 간디학교 학생회 소속 70여 명의 고등학생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시국선언 낭독 기자회견은 12여 개의 언론사와 50여 명의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학생들이 시국선언문을 통해 요구한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국정원 사건 관련자들을 지연, 학연, 기타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수사하여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한다 △국정원이 다시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도록 대통령 차원의 예방책을 마련하고 국정원을 개혁할 것을 요구한다 △국정원장과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 고등학생 70여 명이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며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
이아인 기자 banhoo@
 
사회를 맡은 산청 간디학교 3학년 김성은 학생은 “국정원 불법 선거를 규탄하기 위해 현 시국에 관해 얘기하다가 자발적인 방법으로 뭔가 할 게 없을까 생각했다”며 “고등학생의 시국선언으로서는 선례가 없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실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시국선언문을 낭독한 금산 간디고 김선영 학생회장, 산마을고 설태인 학생 부회장, 산청 간디고 윤나은 학생회장은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공화국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필요했다.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없었다. 우리는 학교에서, 교과서에서 이것을 배웠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객관적인 사실과 판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공부를 더 했고, 공부하면 할수록 국가의 주인이자 주체로서 우리도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자리에 모였다”고 시국선언에 나선 동기를 밝혔다. 또한 이들은 “시국선언 준비를 하는 도중 충격적인 기사를 접했다. 고등학생이 시위 중 최루액에 맞았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순간 4‧19 혁명의 불씨가 된 김주열 열사가 떠올랐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1960년대 수준으로 퇴보하는 것인가”라며 우려를 표했다.

   
▲ 산청 간디고등학교 김성은 학생이 손으로 작성한 시국선언 기자회견 진행 순서. 
이아인 기자 banhoo@
 
시국선언문을 읽기에 앞서 산마을 고등학교 3학년 채송애 학생과, 산청 간디학교 3학년 곽민주 학생이 각각 예브게니 옙투셴코 <거짓말>, 김수영 <하... 그림자가 없다>를 낭독하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기까지 학생총회 등의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고 직접 참여를 하지 않는 학생들과도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30분가량의 짧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한 시민이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아무도 안 시켰어요”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시민이 “사랑한다”고 말해 학생들이 웃기도 했다.

김성은 학생은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집회 신고를 했는데 (기자회견은 집회 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고) 경찰이 안 받아줬다. 그래서 문화제나 다른 행사도 준비하려고 했는데 혹시나 트집을 잡힐까봐 단순하게 기자회견 형식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시국선언 전문과 학생들이 낭독한 예브게니 옙투셴코의 시 <거짓말>이다. 

   
▲ 산청 간디고등학교 김성은 학생이 손으로 작성한 시국선언 기자회견 진행 순서. 
이아인 기자 banhoo@
 

   
▲ 산청 간디고등학교 김성은 학생이 손으로 작성한 시국선언 기자회견 진행 순서. 
이아인 기자 banhoo@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