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와 방송환경의 변화

오늘날 누구나 ‘멀티미디어’와 ‘뉴미디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보통신과 컴퓨터 기술의 발전이 ‘커뮤토피아’라는 환상적인 선물을 우리에게 안겨줄 것이고,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과 사람은 미래의 경쟁에도 도태할 것이라는 공공연한 회유와 위협이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미 상당 부분 현실화된 컴퓨터와 통신의 결합에 방송이 결합되면 어떤 일이 이뤄질까? 인터네트를 사용해보면 방송 매체가 컴퓨터 통신에 어떻게 결합되는가를 맛볼 수 있다. 라디오·텔레비전 방송이 인터네트를 통해 당신에게 전달되면 어떤 변화가 이뤄질까?

라디오의 경우 미리 저장한 파일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이는 텔레비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속도의 문제만 해결된다면 전 세계의 텔레비전 방송을 인터네트를 통해 즐길 수 있다. 이러한 방송과 통신의 결합은 디지털 혁명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디지털 혁명의 진정한 의미는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tion)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의 제공, 선명한 화면이라는 국부적 요소를 훨씬 뛰어넘는다. 디지털 혁명으로 기존의 매스 미디어 체제에서 이뤄지던 송신사·수신자간의 단선적 구분이 사라지고 거대 미디어의 영향력 축소라는 새로운 방송환경이 도래할 것이다.

아날로그 방송의 고선명 텔레비전(HDTV)과 디지털 텔레비전 방송간의 주도권 다툼은 디지털 텔레비전의 승리로 귀착되고 있다. 선명한 화질이나, 비트의 조작을 통한 다양한 활용이냐의 문제는 결국 컴퓨터와 방송, 통신의 결합이라는 추세에서 디지털 텔레비전의 손을 들어주었다.

뉴미디어 환경은 브라운관 발전의 역사(흑백-컬러-와이드 화면-고선명 텔레비전)에서 디지털 기술혁신을 통한 내용혁명, 사용혁명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비트 방송은 리모컨을 통한 채널선택, 볼륨조정, 자동예약 정도에서 인공지능을 통한 비트방송을 통해 전해오는 자료를 선별, 가공해 사용자의 편의를 최대화할 수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진전되면 수신자·송신자의 일체화 가능성을 여는 본격적인 디지털 혁명의 효과가 드러난다. 비디오 저널리스트와 개별 발신자의 성장은 영상의 생산과 유통, 공급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8mm카메라로 무장한 수많은 독립 제작자와 이를 인터네트를 통해 유통, 분배하는 인터네트 방송국의 등장은 사용자 하나 하나에게 개별 방송국의 지위를 부여할 것이다.

전파가 아니라 비트를 전송하는 디지털 방송은 방송과 통신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이러한 변화는 현재 인터네트를 통해 미숙한 모습이나마 그 씨앗을 보이고 있다. 망의 전송 속도문제가 해결될 때 정보고속도로는 바로 이런 문제의 해결을 의미한다.

방송과 통신의 결합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무엇이 통신이고 무엇이 방송인지를 구분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기존의 매체는 방송은 ‘일 대 다수’, 통신은 ‘일 대 일’이라는 선입관을 주입했다. 그러나 컴퓨터 통신은 ‘다수 대 다수’라는 특성을 갖는다. 이것이 방송과 통신의 결합이 가져오는 사용자 측면의 가장 큰 병화이다.

‘다수 대 다수’의 연결은 곧바로 다양성과 송신·수신자의 결합이라는 상황을 가져오고 수신자는 마치 아마추어 햄처럼 자신이 연결하고 싶은 사람이나 사이트를 스스로 선택하고 능동적으로 접속해 개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발신자가 되거나 다른 발신자가 만든 사이트(방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송신·수신자 구분의 전통적 매스미디어의 일원성을 뒤흔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특성이 새로운 매체의 민주적 가능성을 자동적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영향력이 있는 집단과 중간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 집단, 그리고 단순히 정보를 찾아 혼자 외롭게 사냥을 하러 다니는 정보 사냥꾼에 이르기까지 전자공간의 새로운 집단형성과 계층구분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여전히 대자본과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집단이 가상현실에서도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가상세계 또한 현실세계의 또 다른 복제판이 된다면 가상현실이 주는 위안과 해방의 가능성, 전자공간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서의 의미, 민주적이고 다원적인 새로운 전자공간의 의미는 성장하기도 전에 사그러들 것이다.

이러한 비판적 미래상을 극복하려면 새로운 미디어의 공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새롭고 진보적인 내용으로 미래의 미디어 텃밭을 풍요롭게 가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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