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단독보도’ 불방 논란과 관련, 리포트를 쓴 이 아무개 기자와 통화한 국정원 직원이 보도국 회의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시인해 파문이 예상된다. “어느 간부도 보도국 회의 내용을 국정원 간부에게 전해준 사실이 없다”는 이홍렬 YTN 보도국장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임장혁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26일 ‘국정원 보도개입 규탄 및 책임자 처벌 촉구 KBS·MBC·YTN노조 긴급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 보도국의 해명을 비판하며 이같이 밝혔다. YTN노조 주장이 사실이면 국정원이 평상시에도 YTN의 보도내용을 미리 알 수 있었다는 개연성이 생긴다.

임장혁 공추위원장은 “국정원 직원이 보도국 회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이 직원은 20일 오전 9시 43분 이 아무개 기자와 통화에서 국정원 입장을 반영해달라며 ‘보도국 회의에서도 기사 가치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고 단독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좀…’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YTN지부 임장혁 공정방송추진위원장(왼쪽)과 김종욱 지부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임장혁 위원장은 “(문제의) 국정원 직원과 통화했다. 직원은 처음에 통화사실을 부인하다가 점점 시인했다. 그는 보도국 회의내용을 감지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고, 누구에게 들었냐고 묻자 간부는 아니고 다른 루트를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직원은 “(보도국 회의내용을) 알려고 한 게 아니라, 내부인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고 임장혁 위원장에게 밝혔다.

임장혁 위원장은 “국정원 직원은 해당 기자에게 압력을 행사할 의사는 없었지만 회의 내용까지 전하면서 반론권을 요구한 것은 압력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사과한다는 말까지 했다”며 회의내용이 유출되지 않았다는 보도국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임장혁 위원장은 “국정원 직원도 사실을 시인했고, 이 아무개 기자 역시 내부 공지망에 이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적시했다. 모두가 시인하는 마당에 사측은 방송 불방 사실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이번 사건을 대한민국 방송의 근간을 흔드는 엄중한 사태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보도국 회의내용을 알려준 YTN 인사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국정원 직원을 가리켜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까지 공개하는 마당에 언론통제의혹을 해소하려면 회의 내용을 일러준 인사가 누구인지는 밝혀줘야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김종욱 YTN노조위원장은 “왜곡보도에 대한 누적이 27일 긴급총회 결정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편파왜곡보도 시스템이 정점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에 확실하게 대응하고 분명한 조치를 요구하거나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언론사로서 침몰할 것이란 위기의식이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은 노조 주장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이홍렬 보도국장에게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선 방송3사의 보도 불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김현석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선거개입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국정원이 고인(노무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자신들의 비난여론을 NLL로 돌리고 있다. KBS는 앞장서서 노 전 대통령이 NLL포기 발언을 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국정원이 왜 공개했는지는 한 마디도 없이, 야당 주장을 인용해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은 정쟁으로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석 위원장은 “수신료를 올릴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이런 보도를 할 수 있나”라며 개탄했다. 

이성주 언론노조 MBC본부 노조위원장은 “김장겸 보도국장 취임 이후 한 달간 뉴스를 분석한 결과 1~10번 꼭지 안에 들었던 뉴스 300건의 경우 상대사에 비해 사건사고 뉴스가 많았다. 한 달간 국정원 선거개입 관련 뉴스는 단 3건에 불과했다”고 지적한 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은 진보·보수지 모두 많은 팩트를 다룬 사건이었지만 MBC뉴스에선 찾기조차 어려웠다”며 편파적인 보도상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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