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사태로 대두되는 지방의료원 문제

홍준표 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을 폐쇄했다. 여전히 국정조사에 “참가해라”, “안 한다” 팽팽한 줄다리기를 거듭하고 있고 진주의료원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주목되는 가운데 진주·남원의료원 문제로 지방의료원의 재정적자 문제, 공공의료의 중요성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지방의료원은 만성질환자 관리를 비롯한 공익성을 띈 보건의료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의료 소외계층에 대한 진료도 민간병원의 1.7배를 담당하고 있고, 민간 의료기관보다 입원환자는 71%, 외래환자는 79%정도 수준의 진료비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적자가 나는 이유다.

우리는 지방의료원의 재정적자는 복지지출이고 지방 의료원을 이용하는 서민들이 21%~29%의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므로 ‘착한 적자’, ‘건강한 적자’라고 칭한다. 하지만 이를 놓고 정치인들은 각양각색의 처방전을 내놓는다. 어떤 이는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가 지방의료원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고 하고 있고, 어떤 이들은 ‘혈세 먹는 하마’, ‘강성 귀족노조’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며 어림없다고 한다. 경상남도 홍준표 지사와 전라북도 김완주 지사는 후자에 속한다.

   
▲ 홍준표(왼쪽) 경남지사와 김완주 전북지사
ⓒCBS노컷뉴스
 
남원시민이 홍준표 지사를 규탄하는 이유

전라북도에는 지방의료원이 군산, 남원 두 곳에 있다. 역시 경상남도에도 진주, 마산 두 곳에 있다. 그런데 두 지자체는 닮았다.

경상남도는 마산의료원을 경상대학병원에 위탁 경영한다. 전라북도는 군산의료원을 원광대병원에 위탁 경영한다. 두 의료원은 여타 위탁되지 않은 지방의료원보다 한 환자당 5만 원 이상 진료비가 비싸다.

진주의료원은 홍준표 지사가 강성노조를 때려잡겠다며 폐쇄해 버렸고, 남원의료원도 역시 김완주 지사의 아바타를 자처하는 정석구 원장이 강성 귀족노조를 길들인다며 파행을 일삼고 있어 바람 앞의 촛불 신세다. 두 지자체장이 주장하는 요지는 ‘돈벌이를 잘하거나 비용을 줄이라’는 것이다.

남원시민들은 매주 두 번씩 남원시청 앞에서 경남도 홍준표 지사와 남원의료원 정석구 원장을 규탄하는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이들이 촛불문화제를 하면서 외치는 주된 구호는 “홍준표는 물러가라”이다. 이 구호는 홍준표와 남원의료원 정석구 원장의 평소 행동과 언사가 닮은꼴이기 때문에 나온 구호다. 홍 지사와 정 원장은 애초 누적적자, 부채 문제를 주장하다 강성노조 귀족노조론을 들고 나왔다. 둘은 노조 혐오증세가 닮았다. 그러다가 홍 지사는 폐업을 밀어붙였고, 정 원장은 “진주의료원처럼 되지 않으려면 노조가 잘 처신해야 할 것”이라고 겁박했다.

두 사람은 어느 한구석 지도자의 면모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닮았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이면서 단 한 번도 진주의료원을 방문해 본 적이 없다. 정 원장은 극심한 노사분규를 지난해 6월부터 1년 가까이 야기하면서도 단 한 번도 노조사무실을 방문해 본 적이 없다.

둘은 또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동도 닮았다. 홍 지사는 또 폐업에 걸림돌이 된다며 입원환자를 강제 퇴원시켜 버렸다. 정 원장도 지난해 노조파업선언을 파업으로 기정사실로 하면서 파업 예정일 1주일 전부터 입원환자 절반 이상을 강제로 퇴원시켜 남원시민이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

그런가 하면 각종 조언이나 중재를 거부하는 것도 닮았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시민사회단체, 야당, 보건복지부 등의 조언과 만류를 모두 뿌리치고 있다. 정 원장도 지난해 12월 남원시의회, 전북도의회, 지역 국회의원, 각 정당, 고용노동부의 조언과 중재를 모두 거부하며 노조파업을 유도했다.

남원의료원, 아물던 상처 다시 도져…

남원의료원은 지난해 27일간의 파업을 포함해 80여 일간 노동쟁의를 거쳐 지역시민사회와 지역 국회의원, 도의회, 시의회, 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중재로 지난 1월 2일 어렵게 노사 간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남원의료원 노사는 갈등과 경색국면으로 또 다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측이 먼저 합의사항을 번복하면서 재연된 갈등이다. 정석구 원장은 두 번씩이나 단체협약을 해지했다. 일각에서는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 원장은 지난 1월 2일 총파업을 마무리하면서 합의한 사항을 모조리 어겼다. 파업 직후 전직 노조지부장을 해고하는가 하면 열성 조합원 2명을 중징계 처분했다. 또 간호사 조합원들을 강제로 휴가를 보내고 3월 13일에는 또다시 단체협약을 해지했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전북도청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고 매주 2회씩 촛불집회를 열고 있으며 매일 남원시민들을 상대로 선전전을 펴고 있다.

파국으로 치닫는 남원의료원, 전북도지사가 또 부추겨

현 사태와 관련 전북시민사회단체들은 김완주 지사의 현명한 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 대책위는 노동단체들은 물론이고 전북여성단체연합, 개신교, 가톨릭계, 인권단체 등 40여 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게 된 배경은 김 지사가 정석구 원장을 통해 공공병원인 남원의료원을 민간형 병원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석구 원장은 응급센터, 분만실, 공공의료팀, 중환자실, 호스피스병동 등 공익적 사업들을 축소하거나 남원시민의 병원비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전환하려 했다. 즉 민간형 병원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대책위는 김 지사의 비호 아래 정 원장이 저지르는 그와 같은 행태는 공공의료를 포기하자는 것이며, 아픈 사람에게 그 책임을 돌리는 야만적인 행위라고 규탄하며 정 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그러나 올 7월 말 임기가 다하는 정 원장은 “지사가 재임을 약속했다”며 직원들에게 자랑을 일삼는다.

이에 대책위는 김 지사가 원장추천위원회를 거치기 전에 미리 약속해, 법과 규정을 어긴 것은 둘째 치고 도대체 도지사의 철학을 모르겠다며 격분했고, 도지사가 만나주지 않자 정 원장의 악행에 대해 도지사의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서까지 냈다.

닮은꼴 두 의료원, 국민적 관심은…

   
이용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위원
 
진주의료원 폐업 논란과 현재 남원의료원 사태는 여러 가지 중요한 쟁점들이 압축되어 있다. 이는 흑자 중심의 공공병원 평가, 지역거점 공공병원의 존재 이유와 한국 의료체계에서의 역할,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향방,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권한과 역할 등 중요한 현안과 시대적 과제들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진주의료원이 단지 적자라는 이유로 폐업한 홍준표 지사나, 역시 적자라는 이유로 남원의료원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는 정석구 원장의 공통점은 “지방의료원이 수익이 나지 않으므로 돈벌이 중심의 병원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것은 의료공공성을 해체하겠다는 말과 다름 없다.

이에 대항하는 구심점에는 언제나 노동조합이 있을 수 밖에 없고 노동조합 죽이기를 통해 의료공공성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다른 듯 닮은 두 의료원 문제는 결국 국민들이 ‘의료공공성이란 무엇인가’와 ‘노조는 사회에서 무엇인가’에 관심 기울이게 하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