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특집과 관련 방송3사의 14일 낮방송이 졸속으로 편성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사가 눈치보기 식으로 낮방송을 기획하고 공보처의 ‘동시허가’를 얻어 방송을 했기 때문이다.

당초 이 시간에는 방송 3사 모두 낮방송을 편성하지 않았다. 14일부터 24시간 종일 생방송을 하기 위해 지난 7월15일 MBC가 제출한 방송시간 연장계획이 공보처의 불허로 무산됐기 때문. 공보처는 특히 심야시간 대인 1시간부터 6시까지는 방송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자 이미 낮방송을 준비해 놓은 SBS와 SBS의 낮방송 계획을 입수하고 부랴부랴 낮방송을 준비한 KBS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일요일과 공휴일 사이의 월요일인 14일 낮방송을 과연 공보처가 허가해줄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방송 3사의 편성실무자들은 한편으로는 공보처의 반응을 살피면서 한편으로는 낮방송 편성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총대를 맨 KBS가 지난 5일 먼저 낮방송을 신청하고 뒤이어 MBC와 SBS도 신청서를 냈다. 13일 15일 이틀간 종일 방송을 하는 마당에 광복 50주년 전날인 14일의 낮방송은 당연하다는 주석을 달아서, 공보처는 즉각 이를 허가했다. 이처럼 방송3사가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기획도 없이 방송시간 연장에만 급급해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광고매출액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방송시간 연장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각 방송사의 편성부는 제작현장의 실정은 아랑곳없이 방송시간을 확대하기 위해서만 혈안이 돼있다. 그 결과 낮 프로그램은 대부분 졸속편성에 따른 시간 때우기 프로그램으로 메워져 있다. 14일의 방송도 스포츠, 만화 영화, 그리고 재방송 등으로 메워져 있을 뿐 긴박하게 낮방송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프로그램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한편으로 방송사의 편성이 이처럼 원칙과 소신 없이 우왕좌왕하는 데는 방송시간연장을 허가사항에 묶어 놓고 좌지우지하고 있는 공보처의 책임도 크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방송편성에 관한 전략과 정책은 방송사가 갖고 있는 것이지 공보처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공보처는 방송시간 연장을 원하는 방송사의 실정을 감안해서 3사의 낮방송 시간에 균형을 맞추려고만 노력할 뿐 현실적으로 낮방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떤 판단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광복 50주년을 맞는 이 순간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방송 편성의 전근대성이 광복 맞아야 탈피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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