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개표방송 투표자 전화여론 조사와 관련하여 편일평 보도이사를 전격 해임한데 대해 노조는 물론 기자들이 기자총회를 갖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잘해보자’는 공감대 속에 활기를 찾아가던 사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해사행위라고 보기 때문이다.

투표자 전화여론조사에 참여했던 한기자는 11일 열린 기자총회에서 개표방송이 회사 안팎에서 높은 호응을 얻었고 강성구 사장도 이를 극구 칭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유로 보도 책임자를 하루 아침에 자른 사장의 행위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노조의 윤영욱 보도부문 부위원장도 “조선일보가 정권을 뒤흔들만한 사안에 대해 ‘오프 더 레코드’를 파기하
면서까지 보도하고도 담당기자가 칭찬을 받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국민적인 호응을 받은 개표방송을 이유로 그 책임자를 해임한 것은 MBC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깔아뭉갠 행위”라고 강사장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강사장은 당초 투표자 전화여론조사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사장은 개표방송 뒤에 열린 각 부서 사원대표들과의 간담회(사원이사회)에 참석해서 “지방선거 개표방송과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보도로 MBC가 다시 일어섰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이런 강사장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투표자 전화조사의 책임을 물어 그 책임자를 문책한데 대해 참담함과 함께 일종의 배신감마저 토로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이번에 경질된 편이사가 강사장이 지난 3월 자신의 히든 카드로 내세운 인물로 5개월만에 전격 경질됐다는 점에서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장 스스로 “잘했다”는 평가에 인색하지 않았고, 또 사내의 거센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강사장이 이 시점에서 왜 그토록 무리하게 자신의 오른팔 격이었던 편이사를 전격 해임했는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사장은 편이사의 전격 경질에 대해 선관위와 방송위, 그리고 KBS등 타 방송사의 투표자 전화조사 보도에 대한 문책 요구와 항의에 대한 무마책이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투표자 전화조사로 MBC의 위상을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외부의 압력과 질시를 고려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사내의 대체적인 반응은 내년 2월로 다가온 임기만료를 앞둔 강사장의 ‘권력 눈치보기’측면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개표 방송과 관련, 정부와 불편한 관계가 초래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스스로 오른팔을 자르는 고육지책으로 정부에 ‘성의’를 보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으론 공보처의 압력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BC 보도국 관계자들은 6·27 지방선거 이후 민자당 민주계 실세의 한사람이 “지방선거 때 방송이 너무 비협조적이었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토로한 것을 그 배경으로 들고 있기도 하다.

또 MBC 보도이사와 보도국장이 모두 비정치부 출신으로 공보처 고위관계자들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점도 이번 경질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강사장은 회사간부들과의 사석에서 “일단 소나기는 피해가고 보자”는 식으로 이번 인사에 대해 이해를 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러한 외압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편이사 후임으로 임명된 고성광 보도이사 직무대행이 경복고 출신인 것이 사내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강사장은 자신과 보도국 간부들 중 고대출신이 많아 이를 고려한 인사였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원종 청와대 정무수석 등 권력 핵심의 경복고 라인을 감안한 인사라는 풀이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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