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방송된 KBS 1TV 의 한 장면이다. 이날 에선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KBS뉴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방송됐다.

이날 방송과 관련해선 ‘특별한 사연’이 있다. 기자가 직접 이날 방송에 패널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사실 로부터 섭외가 왔을 때 애초 기획의도대로 방송에 나갈 수 있을지 반신반의한 상태였다. 가 KBS 옴부즈맨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한 KBS 뉴스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할 수 있을까 –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는 PD가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옴부즈맨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그동안 보도나 뉴스에 대한 비판은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다. PD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에서 기자들의 뉴스를 비판하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를 제외한 프로그램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건 보도국의 ‘항의’와 ‘불만’을 고려한 일종의 타협책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미디어 인사이드>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KBS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도 한 이유가 됐다.

   
 
 

지난 22일 방송에선 기자 외에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가 패널로 출연했다. 제작진은 김서중 교수와 기자에게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KBS뉴스의 문제점을 ‘가감 없이’ 비판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가감 없이’ 비판을 했다. 하지만 계속 머리에서 맴돈 건 ‘과연 이게 방송에 나갈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었다. 기자가 녹화를 하기 전과 후 제작진에게 “문제 없겠어요? 이거 나갈 수 있어요?”라는 질문을 계속한 이유다.

방송에선 어떤 내용들이 나갔을까. 시민단체들의 ‘날카로운 비판’도 있었지만 패널들의 발언만 대략 정리하면 이렇다.

“이번 국정원 선거개입 관련 KBS의 보도는 공영방송으로서 자기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낙제점을 받을 만할 뿐만 아니라, KBS가 독립적이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김서중)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KBS 뉴스만 보는 사람은 국정원 직원의 댓글 사건이 왜 문제인지,  선거 기간에 이 사건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왜 관련이 있는지, 원세훈 씨의 구속 여부가 왜 논란이 되고 있는 지 등을 알기는 어렵다. KBS에 대한 신뢰도 하 락, KBS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김서중)

“공직선거법의 적용이 논란이 됐다는 것은 지난해 대선 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을 조직적으로 동원했다는 것. 하지만 KBS는 물론이고 지상파 방송 뉴스는 이 핵심적인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기자)

   
 
 

“황교안 법무장관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적용에 난색 을 표시하며 시간을 끌어 사실상 불구속 수사를 지휘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는데도 KBS는 침묵했다. KBS는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사건’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다는 식의 정치공방 보도에 무게를 뒀다. 상당히 소극적인 보도 태도다.” (기자)

“한국의 공영방송은 태생적으로 정부의 영향력에 취약한 구조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KBS사장은 KBS이사회가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KBS 이사회는 여권 추천 7명과 야권 추천 4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 과정이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KBS가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KBS 사장 선임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기자)

“뉴스 선택을 하는 권한의 분산 즉 편집권의 분산이 필요하다. 보도·편성 간부들만이 편집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진실에 가장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일선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PD이다.  이들이 전하는 진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는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김서중)

녹화가 끝난 이후 KBS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뉴스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사장 선임 방식’과 ‘편집권 분산’에 대한 얘기까지 나왔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현상윤 PD는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혹시 방송 못 나가는 상황이 되면 <미디어오늘>에서 기사를 쓰라는 ‘뼈 있는 농담’도 던졌다.

   
 
 

지난 22일 방송에서 는 패널들과 시민단체들의 KBS뉴스 비판이 거의 그대로 나갔다. ‘삭제’도 없었고, ‘생략’도 없었다. 방송을 본 주변 지인들은 “지금 이 상황에서 KBS를 저렇게 비판하는 프로그램이 전파를 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이날 방송을 보면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한 KBS뉴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가 정확히 드러난다. KBS뉴스가 외면한 사안을 KBS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정면으로 다룬 셈이다.

‘문제점 투성이’ KBS지만 그래도 KBS에는 ‘이런 언론인’이 있다. 아직 KBS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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