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김어준이 곧 귀국한다. 대학가의 시국선언과 ‘2013촛불집회’의 도화선이 된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사건의 파장이 확산되는 시점에서의 귀국결정이다.

그는 국정원 정치개입을 “중대한 권력범죄”로 규정한 뒤 “국내에서 할 일이 많아 더 이상 귀국을 미룰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귀국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 23~24일 미디어오늘과 서면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힌 뒤 지난 6개월간 최고 권력자의 비자금을 찾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어준은 우선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의 의미와 파장에 주목했다. 그는 “정치댓글알바의 역사는 유구하다. 1990년대 딴지일보 창간 이후 인터넷 초창기부터 활동사를 목격했다”고 전한 뒤 “선거시즌 단기알바를 본격 상설조직화한 게 MB다. 청와대 행정관이 댓글을 달던 수준부터 시민단체·종교단체 아웃소싱까지 진화했다. 총선·대선엔 SNS 별동조직이 가동됐고, 그 정점에 이번 국정원 개입 사건이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작이 반복되어왔다면 일각에서 제기된 당선무효운동은 과하다는 반론이 가능하지 않을까. 김어준은 이에 대해 “선거시즌 단순·단기알바는 정당 활동의 원시적 온라인화다. 이를 (새누리당이) 국가기관을 동원해 조직화했다. 일개 정당이 국가인가. 지들이 뭔데 국정원을 자기 선거운동에 쓰나. 여기서부턴 중대한 권력범죄다. 100만원 벌금만으로 국회의원조차 당선무효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보수진영이 국정원정지개입 사건을 ‘민주당의 매관공작’으로 규정하는 것을 두고 “웃기게 생각한다”라고 잘라 말한 뒤 “CIA 첩보원들이,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오피스텔에 잠복해, ‘오바마는 러시아끄나풀’, 댓글 달라며, 메이저리그게시판에, 대거 투입된다. 작전명은 ‘오바마를 낙선시켜라’다. 이런 건 영화로도 못 만든다. 너무 유치해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사건의 비루한 실체를 국제사회가 알까 두렵다. 국정원 정예자원을 그따위 취급하는 게 우리 보수다. 국정원 스스로 수치스러워야 마땅하다. 그리고 폭로한 전 직원은 시민사회가 전폭 지지해야 옳다. 내부고발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는 그 고발로 득볼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어준은 국정원선거개입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일선의 의욕은 있었지만 거기까지다. 특히 원세훈의 기소가 아니라 직원의 불기소에 주목한다. 거기 정권의지의 코어가 있다. 말만 잘 들으면 어떤 범죄도 커버된단 시그널이자 동요 말고 지속 복종하란 밀어다. 국가안위를 위한 국정원을 정권의 존속을 위한 프락치로 계속, 쓰겠단 선언이다. 이로써 국정원의 심부름센터화가 완료됐다”고 주장했다.

“최고 권력자 비자금 추적…지난 대선으로 다큐멘터리 만들 것”

김어준은 지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김어준 “주진우 구속영장, 정권의 차도살인”)에서 “또 다른 공작들이 대기 중이다. 우리(나꼼수)가 북한 연계 자금을 받았다는 황당무계한 종북 프레임이 그 중 하나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일까.

“조총련 대남공작자금으로 나꼼수를 운영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가소롭다. 돈이 목적이었다면 다운로드 당 100원만으로 몇 백억이다. 평균 천만다운로드 곱하기 71개 에피소드다. 10원으로도 갑부 됐다. 징검다리사건 몇 단계를 기승전결해 '종북 좌파'를 쓸어버리고 '애국반공'이 영구집권한다는 설계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들은 이런 소설 진짜 쓴다. 이미 초반스텝을 밟고 있다. 어디서 시작해 어떤 조작으로 어디까지 가려는 지 소상히 안다. 그러나 그들은 날 모른다. 왕재산 기획처럼은 안된다. 역공작의 끝판왕을 보게 될 것이다.”

그는 지난 대통령선거 이후 곧바로 출국해 6개월 넘게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 이 같은 행동을 두고 검찰의 구속수사가 두려워 귀국을 미루는 것이란 여론이 있다. 하지만 김어준 자신은 자신의 ‘외유’가 최고권력자의 비자금 추적 등 취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전부터 꼭 찾고 싶었던, 국내선 (취재) 불가능한 건을 추적했다. 최고권력자 비자금도 그 중 하나다. 찾은 것으로 판단된다. 특정 스위스은행 복수의 계좌와 자금의 입출금 내역에 그 액수까지 파악했다. 이런 거 은행창구에서 안 준다. 천신만고 끝에 여기까지 왔다. 도망? 그리 생각해주시면, 땡큐고. 다만 프라이빗뱅킹 특성상 크로스체크가 어렵고 복잡해 현재로선 ‘판단된다’는 표현까지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야 끝이 보인다.”

김어준은 최고 권력자가 이명박 대통령인지를 묻자 “때를 기다리자. 타이밍이 모든 것이다”라는 말로 답을 미뤘다. 그의 취재결과를 확인하려면 귀국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는 “지난 2년 그리고 이번 6개월, 아시아·유럽·미주에서 별사람 다 만났다. 몰래 보느라, 노는 척 하느라 참 힘들었다”고 밝혔다. 주진우 기자의 귀국에 대해선 “1단계로 할 일을 먼저 끝내고 돌아갔다”며 “같이 못 있겠더라. 무슨 샤워를 하루 3번씩 한다. 지나치게 깨끗한 OO다”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귀국과 상관없이 지난 대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시작할 준비가 되면 홈페이지 개설하고 제작비 공개모금해 추진한다. 대선결과 중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대목이 있다. 어떤 결과물이 나올 지는 나도 모른다. 그 결과물이 반드시 필요하단 것만 안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전했다. 그는 “거기까지 끝나면 패션공부 하러 훌쩍 떠날 것이다. 으하하하”라며 후일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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