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내용을 방송한 TV조선과 채널A가 13일 방통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가운데, 채널A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한 단계 더 높은 징계를 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13일 전체회의에서는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와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에 대한 제재수위가 논의됐다. 9명의 위원들은 두 프로그램에 대해 법정제재인 ‘관계자징계 및 경고’를 각각 의결했다. 법정제재 최고수준의 징계인 ‘과징금’보다 한 단계 낮은 조치다. 
 
그러나 심의 과정에서 여야 추천위원들의 의견은 정반대로 엇갈렸다. 일부 여당 추천 위원들은 채널A가 ‘합리적 의심’을 근거로 했기 때문에 TV조선보다 낮은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3명의 야당 추천 위원들은 사후 수습 과정에서의 ‘진정성’이 떨어졌다며 채널A에 더 높은 제재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추천 위원들이 모두 최고수준의 법정제재인 ‘과징금’ 의견을 내면서 위원들의 의견은 과징금 3명, 관계자징계 및 경고 4명, 주의 2명 등으로 나눠졌다. 어느 쪽 의견도 의결정족수(5명)를 채우지 못한 것이다. 그러자 박만 위원장은 위원들에게 ‘합의’를 권고하기 시작했다. “의결이 안 되면 다음에 또 논의를 해야 하니까” 되도록 합의를 보자는 취지였다. (관련기사)

   
▲ 지난달 15일 방송된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박경신 위원은 합의를 거부했고, 장낙인 위원은 “‘프로그램 중지’ 조치를 병과하면 (합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만 위원장은 “‘관계자징계 및 경고’와 ‘프로그램 중지’를 병과할 수 있나. 안 될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관계자징계 및 경고’를 하면 사실상 그 프로그램은 중지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성희 위원은 “그런 선례가 있나”라고 ‘질문’했고, 권혁부 부위원장은 “그런 전례가 없다”고 거들었다. 회의장에 있던 방통심의위 사무처 관계자도 ‘병과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장낙인 위원은 ‘병과가 불가능하다’는 위원장과 사무처의 관계자의 해석에 따라 결국 이를 포기하고 애초 의견보다 한 단계 낮춘 ‘관계자징계 및 경고’ 조치에 합의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해당 징계조치에 대한 병과는 법적으로 가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합의가 됐다면 ‘관계자징계 및 경고’에 더해 ‘프로그램 중지’ 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방송통신위원회 편성평가정책과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심의위에서 제재조치를 내릴 때 ‘관계자징계 및 경고’에 ‘프로그램 정정·수정 또는 중지’를 병과해서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규정은 방통위가 고지한 방송평가 세부규칙에 명시돼 있다. 
 
방통심의위가 법정제재를 내리면, 제재조치의 수위에 따라 해당 방송사는 향후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허가 심사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주의’는 1점, ‘경고’는 2점을 감점한다. ‘시청자에 대한 사과’, ‘프로그램 정정·수정 또는 중지’, ‘관계자징계’는 각각 4점씩 감점하고, 이 중 두 가지를 병과할 경우 8점이 아닌 6점을 감점하도록 되어 있다. ‘과징금’ 조치는 5000만원을 기준으로 이하일 경우 10점, 초과할 경우 15점을 감점 받는다.  
 
그러던 중 지난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 조치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고 이후 방통위의 방송평가 규칙이 개정되지 않으면서 그동안 방통심의위는 ‘관계자징계’ 조치에 ‘경고’를 병과한 ‘관계자징계 및 경고’ 조치를 내리되, 감점은 6점이 아닌 4점으로 적용해왔다. 

   
▲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장낙인 위원은 14일 통화에서 “박만 위원장이 그렇게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고 사무처에서도 그런 사례가 없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물러났었는데, (병과가 된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박만 위원장과 사무처의 설명과는 달리, 위원들이 합의했을 경우 채널A에 대해서는 한 단계 높은 제재와 6점의 감점 조치가 법적으로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박만 위원장은 14일 통화에서 “(법적으로) 안 된다고 한 게 아니라 무리한 해석인 것 같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위원장은 “‘시청자에 대한 사과’가 위헌 결정 나면서 그 대신 ‘관계자징계’와 ‘경고’를 병과해왔다”며 “그런데 ‘관계자징계’와 ‘경고’에 더해 ‘프로그램 중지’를 하는 건 법률해석상 너무 무리한 해석이 아니냐는 게 내 취지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만 위원장은 ‘장 위원이 제안했던 것처럼 병과를 하는 게 법적으로 불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하려고 하면 가능하다”면서도 “내가 보기에는 TV조선이나 채널A나 차이라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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