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성희롱 사건과 개그맨 최효종 고소사건으로 지탄을 받다 박근혜 정부 들어 케이블방송의 여러 예능 프로그램 MC로 활약하고 있는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 강용석씨에 대해 현직 아나운서가 “예능으로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있다”며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박상도 SBS 아나운서는 14일 보수적 성향의 전현직 언론인들이 글을 올리는 칼럼사이트 ‘자유칼럼세상’에 쓴 ‘강용석의 변신은 무죄?’라는 글에서 “예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한 강용석씨를 보면서 돈 세탁하듯 이미지도 세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라며 “지난 2011년에 필자가 쓴 칼럼에서 오늘과 같은 날이 오리라는 것을 예견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대중의 태도가 급변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박 아나운서는 현재 SBS 토요특집 <모닝와이드>를 진행하고 있는 중견 아나운서이다.

박 아나운서는 강용석씨와 강씨가 출연하는 tvN과 JTBC 프로그램 에 대해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당적까지 잃은 사람이 반성은 고사하고 계속 이슈를 만들어 내면서 갈 데까지 가는 모습을 보여 주다 그 끝자락에 예능프로그램이 있었다”며 “제목도 도발적인 ‘강용석의 고소한 19’부터 시작해서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선 또 다른 비호감 MC인 김구라씨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용석 전 무소속 의원. ⓒ강용석 블로그
 
박 아나운서는 “강력 사건의 피의자의 경우 지인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걔가 그런 애가 아닌데, 얌전하고 착한 얘였는데…’하는 것”이라며 “(이런 말대로라면)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은 없다”고 비판했다.

박 아나운서는 “강씨도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나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의 언행에 의해 결정된다”며 “공인의 언행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공인이 몇 년 동안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자숙하는 이유는 긴 침묵의 시간을 통해 죗값을 치르겠다는 의미도 있는 것인데, 강용석씨는 이런 침묵의 시간도 없었다”며 “자숙과 반성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강씨가 자신의 출연 프로그램인 <썰전>을 통해 (스스로) ‘예능으로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자신의 꿈은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거침없이 한다”며 “이를 보면서 ‘그냥 웃자고 한 말이겠지’라고 생각하다가도 마음 한구석에서 ‘도대체 대중이 얼마나 우스우면 저럴까’하는 분노가 생겨난다”고 털어놨다.

특히 강씨의 인기와 관련해 박 아나운서는 “좋은 일로 유명해진 사람이 아니라 대중의 지탄을 받던 사람”이라며 “하지만 늘 논란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다. 사람들이 궁금해하기 때문에 방송은 이런 사람을 좋아한다.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방송사가 계속 막장 드라마를 제작하는 이유와 같다”고 비판했다.

이런 강씨를 MC로 써먹는 방송에 대해서도 박 아나운서는 “방송사도 대중을 쉽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마치 ‘우리 방송이 저질이라고요? 그럼 이 방송을 보는 당신들은 뭡니까?’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박상도(왼쪽) SBS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토요특집 모닝와이드>
 
강씨가 최근 예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하며 화려하게 방송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점을 두고 박 아나운서는 “좋을 일이 생기면 축하해 줘야 하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쉽게 축하해 주지 못할 것 같다”며 “출발이 잘못됐을 뿐 아니라 악명으로 이름을 얻어 방송 진행자로 데뷔하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아나운서는 이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잘 먹고 잘 사는 사회가 돼선 안된다”며 “시험 성적서를 조작해서 잘 먹고 잘 살고, 갑(甲)의 지위를 이용해서 을(乙)의 몫을 수탈하여 잘 먹고 잘 살고, 조세 회피지역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돈을 빼돌려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안 그래도 현기증이 나는데 나쁜 짓을 해서 유명해진 사람이 TV에 등장해 대중의 사랑까지 받게 된다면 그 여파는 실로 파괴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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