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로드만 받아도 감방 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토렌트에 칼을 빼들었다. 재수 없으면 걸면 걸린다느니, 다운로드 기록만 남아있어도 처벌 받는다느니, 컴퓨터를 포맷해야 한다느니 토렌트 공유 사이트에서는 온갖 흉흉한 소문이 나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이 문화체육관광부에 문의한 결과 토렌트 다운로드는 저작권법에서 규정한 사적복제에 해당돼 아직은 단속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저작권법 30조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인터넷 홈페이지나 웹하드 등에서 저작물을 내려 받아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사적복제에 해당한다.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화부 저작권보호과 장영화 서기관은 “토렌트에서 영화나 TV 방송물, 소설, 게임 등의 파일을 내려 받는 것까지는 사적복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업로드는 문제지만 일단 다운로드는 합법이라는 이야기다. 장 서기관은 다만 “토렌트에서는 다운로드와 동시에 공유(업로드)가 시작되므로 사적복제의 범위를 벗어난 저작권법에 명시된 전송권 침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서기관의 설명에 따르면 토렌트에서 파일을 다운로드하고 곧바로 파일을 공유 폴더에서 옮기거나 아예 시드 파일을 삭제하는 경우는 전송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운로드만 하고 업로드는 하지 않도록 토렌트 프로그램 설정을 바꾸는 방법도 있다. 엄밀히 따지면 토렌트 프로그램에서는 다운로드하는 동시에 업로드가 이뤄지기 때문에 다운로드 자체도 전송권 침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정도까지 단속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장 서기관은 “사적복제는 제한된 장소(가정 등 이에 준하는 공간)이라는 전제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면서 “복사의 행위도 인적인 유대관계가 강한 관계여야 한다는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복사를 하게 하는 경우는 사적복제에 해당되지만 회사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복사를 시키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인터넷을 통해 저작물을 제공하는 행위는 사적복제가 아니다. 미필적으로 알고 있는 경우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다.

정리하면 혼자 보거나 듣기 위해 저작물을 다운로드하는 행위는 사적복제라 합법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할 수 있도록 업로드하는 행위는 전송권 침해라 불법이다. 문제는 토렌트는 파일을 다운로드하면서 동시에 업로드가 되기 때문에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아슬아슬하다는 데 있다. 문화부는 어차피 다운로드를 막을 수는 없다고 보고 업로드만 제대로 규제해도 저작권 침해를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문화부가 이번에 검찰에 통보한 53명에도 단순히 파일 다운로드만 한 사람들은 없다. 파일을 업로드한 사람 가운데서도 1000건 이상, 영리적 목적으로 업로드한 사람들만 대상이 됐다. 토렌트 사이트 운영자들도 12명 포함됐는데 장 서기관은 “토렌트 시드 파일 자체는 저작물이 아니지만 문제가 된 사이트들은 시드 파일과 함께 저작물을 동시에 업로드했기 때문에 저작권법에 명시된 공중송신권을 침해한 혐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포렌식팀 방효근 팀장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토렌트 파일 공유에 대해 판례가 없어서 이용자들도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면서 “이번 단속 결과에 따라 검찰이 기소하고 나면 법적 판단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 팀장은 “사적복제의 범주,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해서 어느 수준까지 처벌할 수 있을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렌트 시드 파일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렌트는 중앙 서버가 없이 같은 시드 파일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파일을 서로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하는 구조다. 공유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다운로드 속도가 빨라진다는 게 특징이다. 시드 파일은 말 그대로 토렌트를 구동하는 씨앗(seed) 같은 역할을 할 뿐 저작권과는 무관하다. 파일의 위치를 알려주는 링크 역할을 하지만 직접 파일을 공유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픈넷에서 활동하고 있는 남희섭 변리사는 “토렌트 시드 파일은 기능적으로 네이버나 구글 등에서 검색 결과로 제공되는 링크와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도 “시드 파일은 특정 파일을 내려 받을 수 있는 위치 정보만 담고 있을 뿐, 설령 저작권이 있는 파일을 공유하기 위한 시드 파일이라 하더라도 단순히 시드 파일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저작권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화부의 입장은 다르다. 공유하려는 파일 없이 시드 파일만 따로 존재할 수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드 파일은 저작물을 인식하고 불특정 다수가 보유하고 있는 저작물을 가져오는 기능을 갖고 있어 시드 파일을 업로드하는 건 타인으로 하여금 저작물을 다운로드 받도록 하는 용도 이외에 다른 용도가 없으며, 이런 행위를 저작권자가 허락하지 않았으므로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논리다.

장영화 서기관은 “인터넷의 특정 위치에 있는 저작물은 링크가 아니더라도 접근할 수 있으나, 토렌트 프로그램을 통해 공유되는 저작물은 시드 파일이 없다면 인식하거나 저작물에 접근하여 전송받을 수 없다”면서 “시드 파일을 단순한 링크와 동일하다고 인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시드 파일 배포가 곧 공중송신권 침해라는 논리인데 향후 논란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장 서기관은 “토렌트 사이트 운영자들은 시드파일이 저작물의 불법 다운로드에 이용되는 줄 알면서도 이를 방치했으며, 심지어 회원들이 더 많은 시드파일을 업로드 하도록 유인하고 시드 유지를 하도록 권고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시드 파일을 통해 저작물이 불법으로 공유하는 것을 용이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방치하고 조장했으므로 저작권법 위반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문화부는 시드 파일은 시드 파일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시드 파일을 공유한다는 건 같은 컴퓨터 안에 공유하려는 저작물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저작물을 직접 공유하지는 않지만 직접 공유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이를 테면 특정 저작물을 시드 파일로 만들어 공유한다면 그 저작물을 내려 받아 다시 공유하게 될 수많은 공유자들 가운데 최초 공유자가 되는 셈이다.

문화부는 시드 파일 공유를 어렵게 만들어서 토렌트 이용을 막겠다는 입장인데 토렌트는 파일 전송 프로토콜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토렌트 사이트를 통하지 않더라도 검색만 하면 토렌트 시드 파일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토렌트 프로그램을 통해 시드 파일을 공유하는 것이 곧 저작물을 공유하는 것이라 공중송신권 침해라는 게 문화부의 주장이지만 단순히 시드 파일을 내려 받도록 한 것만으로도 저작권 침해가 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오병일 정보공유연대 대표는 “저작권이 침해된 저작물이란 걸 알면서도 다운로드하는 경우 사적복제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례가 있긴 하지만 기준이 모호하고 잘못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저작물의 공정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좀 더 근본적으로 금전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 또는 저작권자의 피해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저작물의 자유로운 복제와 이용을 폭넓게 보장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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