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윤창중 논설위원의 반박칼럼
문화 윤창중 논설위원의 반박칼럼
언론의 권력과 ‘테러리즘’에 대해

지난 6일 오후 3시쯤이 되자 언론계 지인들로부터 잇달아 전화가 걸려왔다.
“여봐, <미디어오늘> 봤어. 당신의 시론時論)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기사가 나왔네. 빨리 봐.”


사실 그때 나는 시론(‘이회창식 중도통합론인가’·6월28일자)을 통해 이총재를 비판한데 대해 한나라당으로부터 매우 거친 항의를 받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들이었다.

<미디어오늘>을 찾아 문제의 기사를 읽어 보면서 정말 주저앉을 뻔했다. “아니, 아무리 시각이 다를 수 있다해도 어떻게 A를 B라고 왜곡해 이처럼 무자비한 비난을 할 수 있을까.” 제목에서부터 기사에 이르기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자의 예외도 없이 필자는 이총재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목을 매면서’ ‘정치보고서’를 버젓이 신문에 싣고, 심지어 ‘지역감정에 기반한 정권획득까지 공공연하게 주문하는’ 인물로 묘사돼 있었다.

도대체 한나라당에서 항의하는 칼럼을 어떤 시각에서 시론이 아닌 ‘보고서’라고 할 수 있는가. 필자는 시론에서 이총재가 지난번 총선 후 자민련을 포용하지 않고, 남북 정상회담 뒤 통일정책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정치력과 정치적 철학 및 소신의 부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은 필자의 의도를 완전히 역으로 뒤집어 필자가 이총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고 비판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왜곡이고 폄하이고 인격적 모독이었다. 모든 대목에서 완전히 엉뚱한 인용을 통해 뜯어맞추기 식으로 비판해나 갔다. 언론을 감시한다는 <미디어오늘>은 바로 그럴 권력이 있기 때문에 1백% 왜곡기사를 써도 괜찮다는 말인가.

필자는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명색이 언론사 논설위원의 시론을 이렇게 왜곡해 개인의 명예와 인격, 그리고 직업적 전문성을 마구잡이 식으로 공격하는 것이 언론에 대한 감시 기능인가. <미디어오늘>의 기사는 결론부분에서 필자의 경력 중 일부를 편의적으로 인용하면서 공격의 절정을 이뤘다.

나는 밝히건대, 지난 81년 한국일보사 견습 38기로 언론계에 들어와 코리아타임스 정치부기자, KBS 국제부 기자, 세계일보 정치부장 등을 거치는 동안 개인적으로 두 차례의 시련을 겪었다. 세계일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송구스러운 일이나, 나는 세계일보 내 경영진간 불화과정에서 이유도 없이 두 차례 사실상 해고를 당했다.

그때마다 몇 개월씩 실업자 생활을 하다가 한 차례는 청와대 비서실에서, 또 한 차례는 대통령 후보 진영에서 스탭으로 일했다. 언론계를 떠난다는 것이 억울했지만 생활인이었기 때문에 다른 직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필자의 그런 경력을 비난하는 쪽은 실업자의 고통에 대해 알고 있는가. 그리고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나에 대해 관심이라도 기울여 주었던가.

대통령 선거 패배 후에는 또 실업자 생활을 하다가 일본 게이오대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있었고, 그러던 중 민주당의 K모씨당사자의 명예를 위해 이니셜을 사용) 같은 학교에 있게 됐던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귀국해 4개월간 실업자 생활을 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언론계에 돌아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밝힐 용의도 있다.

필자는 언론인으로서 이같은 경력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큰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치권에서의 미천한 경험은 내가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현실과 이상간의 균형을 맞추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자부한다. 정·관계에 있으면서 나는 언론계에 복귀하지 못할 정도로 부도덕하지도 않았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 언론계나 학계 인사들이 정계에 들어갔다가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는 것을 조금도 이상한 시각으로 보지 않는 것을 나는 큰 위안으로 삼고 싶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가장 큰 보복이다. <미디어오늘>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럼에도 언론인 모두에 대해 사시와 질시가 아닌 애정과 이해의 눈을 가져줄 것을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언론인의 존경을 받는 신문이 돼야 한다. 그래야 언론계가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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