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저널리즘의 위기는 다층적이다. 출입처 중심의 취재관행과 심층 취재 부족은 뉴스의 전문성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프라인에선 광고에 의존하는 수익모델에 위기가 왔다. 온라인에선 조회 수를 올려 돈을 버는 ‘클릭 저널리즘’이 야만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공영방송은 여론의 공론장 역할을 하는 대신 여론을 잠재우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역언론은 고사 직전이다. 서울공화국의 단면이다.

미디어오늘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안적 모델을 찾는 연재를 기획했다. 건강한 저널리즘 없이 사회는 진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5월 23일부터 2주간 영국·프랑스·독일 등 해외 언론현장을 찾아 저널리즘이 ‘사양산업’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보여주는 움직임에 주목했다. 자본에 휘둘리지 않으며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는 공영방송, 온라인 뉴스 유료화에 성공한 탐사보도매체, 지역민들의 이해를 대변하며 생존한 지역 언론까지 여러 도전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저널리즘의 위기, 뉴스의 미래①] 지역신문의 살 길, 결국 지역에 있다 : 틴틀 미디어그룹 회장 레이 틴틀 경 인터뷰

“언론의 자유는 기자의 특권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다!”

운동단체의 구호가 아니다. 연이은 특종으로 프랑스의 권력층을 흔들고, 온라인뉴스 유료화에 성공하며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메디아파르(Mediapart)가 내건 창간 목표다. 메디아파르는 참여미디어(Media participatif)라는 프랑스어를 압축한 단어다. 이곳은 탐사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인터넷매체로 2008년 창간 이후 5년 만에 유료독자 7만 5천명을 기록했다. 수익의 95% 이상이 독자의 뉴스 구독료다. 광고 없이 생존에 성공한 것이다.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메디아파르에는 성역이 없다. 2010년에는 로레알의 상속녀 베탕쿠르가 당시 프랑스집권여당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폭로했다. 2012년에는 사르코지가 2007년 대선 당시 리비아의 카다피로부터 500만 유로의 선거자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올랑드 정부에서는 카위자크 국세·예산장관이 재산을 스위스 계좌에 은닉한 사실을 폭로해 낙마시켰다. 모두 리베라시옹, 르몽드 등 기존 언론들이 해내지 못한 단독보도였다. 특종이 나올 때마다 유료 독자는 증가했다.

기사 조회 수와 성인광고에서 자유로우면서 성역 없는 비판을 이어가고 수익까지 창출하는 메디아파르의 상황은 언론자유가 위축되고 언론사들이 수익위기를 겪고 있는 전반적 추세에 비춰볼 때 고무적이다. 미디어오늘은 한국 언론 가운데 최초로 지난 5월 28일 메디아파르의 창립자이자 현 편집국장인 에드위 플레넬(EDWY PLENEL)을 만났다. 인터뷰는 프랑스 파리 12구에 위치한 메디아파르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메디아파르’ 에드위 플레넬 편집국장. ⓒ정철운 기자 
 

-창간 5년 만에 온라인뉴스 유료화에 성공했다. 프랑스 안팎으로 명성 있는 탐사보도매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력은 어디에서 나왔나.
“우리는 언론의 위기와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 따른 해답을 찾고 있는 일종의 실험실이다. 메디아파르의 실험이 추구하는 가치는 세 가지 축으로 이뤄져있다.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추구하는 언론 자유, 즉각적이고 짧은 인터넷 정보를 지양하고 하이퍼텍스트를 통한 심층보도 추구, 그리고 독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적극적 참여다. 시청자는 불특정다수이지만 메디아파르 독자들은 메디아파르를 ‘나의 신문’이라 생각하게끔 하고 있다. 우리의 기사를 통해 온라인에선 토론의 장이 열리고 있다. 독자들은 기사를 읽고 블로그를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기사를 제공하며 민주주의를 무료로 구현하고 있다. 독립·정보의 질·독자의 참여라는 세 가지 축을 통해 디지털혁명에서 민주언론의 재건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성공 요인이다.”

-메디아파르의 단독보도는 취재력의 결과인가, 아님 광고운영과 구독료운영이라는 재원구조 차이의 결과인가.
“다른 언론사에도 좋은 기자는 많다. 하지만 다른 언론사에선 매일매일 모두가 다루는 시사문제에 영향을 받아 똑같이 쓸 뿐이다. 우리도 온라인판의 왼쪽에 데일리뉴스를 게재하긴 하지만 그것에 힘을 들이진 않는다. 우리가 중점을 두는 것은 가운데에 자리 잡은 심층·단독보도다. 우리가 남들과 다른 기사를 추구하는 이유는 유료 독자들 때문이다. 독자는 냉정하고 무정하다. 그들의 비판과 기대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에 앙케이트나 분석·치밀한 취재를 통해 좀 더 나은 기사를 만들 수밖에 없다. 독자의 감시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굉장히 좋은 구조이며 우리만의 단독기사가 가능한 이유다.”

-당신은 르몽드에서 오랫동안 편집국장을 하며 명성 높은 저널리스트였다. 왜 권위 있는 매체 르몽드를 그만두고 신생 매체를 창간했나.
“내 나이가 이제 60이다. 르몽드에선 25년을 일했다. 입사 당시만 해도 르몽드가 프랑스 언론의 독립을 상징했다. 하지만 르몽드도 변했다. 금융자본이 침투해 독립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과거엔 기자들이 르몽드를 통제해왔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그래서 함께 일했던 동료기자들과 함께 사명감을 갖고 회사를 나왔다. 디지털 혁명을 통해 독자를 위하고 언론의 자유를 온전히 추구하기 위한 새 매체를 만들었다.”

 

 

 

   
 프랑스 파리 12구에 위치한 미디어파르 본사. ⓒ정철운 기자 
 

- 처음부터 유료화가 순조롭지는 않았을 것 같다. 지금까지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었나.
“처음엔 지불시스템의 기술적 문제가 제일 컸다. 온라인유료화는 신용카드에 의해 가능한데 프랑스는 2년이면 신용카드 사용기간이 만료된다. 그럼 구독도 끝이 나 또 다시 (유료구독을) 등록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5년 전 처음으로 전면적인 온라인 유료화를 시도한 매체였다. 우려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돌을 하나 던지면 물에 큰 물결이 생기기 때문이다. 창간 이후 지금껏 하루도 독자수가 늘어나지 않은 날이 없다. 단독보도가 있을 때마다 유료구독은 폭증했다. 우리의 마케팅은 홍보가 아닌 콘텐츠를 통해 이뤄졌다. 콘텐츠는 SNS를 통해 옆으로 전달됐다. 정기적이고 항구적인 마케팅시스템이 정착된 것이다.”

- 메디아파르 메인에 노출되는 ‘저널’(JOURNAL)의 업데이트가 1주당 30건 수준으로 알고 있다. 기자 한 명당 일주일에 한 편을 쓰는 셈이다. 기사 생산량이 너무 적지 않나.
“기사의 수는 중요하지 않다. 독자들은 우리에게 많은 기사보다 심층기사를 원한다. 그리고 저널 섹션 외에도 독자들이 기여하는 클럽(CLUB)섹션이 활성화 되어 있다. 독자들은 구독료를 냄으로써 단순히 읽는 것뿐만 아니라 기사 작성에 기여할 권리를 갖는다. 그들은 일반 독자가 아니라 메디아파르의 독자다. 클럽은 메디아파르가 토론의 장으로 이루어지게끔 한다. 독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얻기 위해 본인들이 직접 기자가 된다. 클럽에 올라온 기사가 좋으면 저널 섹션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클럽은 기자의 기사에 대해 비평을 할 수도 있는 공간이다. 나는 이 모델을 기자와 시민간의 새로운 동맹이라 부른다. 이 같은 모델을 한국의 ‘오마이뉴스’에서 배웠다.”

-한국은 뉴스를 공짜로 본다는 인식이 강하다. 온라인 뉴스의 유료화 전략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회적 상황마다 답은 다르다. 정해진 답은 없다. 하지만 우리의 사례는 어느 언론사나 따라 할 수 있는 모델이다. 최근 스페인에서도 우리를 벤치마킹한 인터넷매체가 나왔다. 일부기사는 광고를 넣어 무료로 하고, 일부는 유료로 하는 식이다. 인터넷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파괴할 수 있다. 공짜 정보는 권력에 부합하거나 여론을 한 곳으로 몰아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언론이 기사의 독립성을 얻기 위해서는 독자들이 돈을 지불해야만 한다. 온라인 뉴스 유료화는 경제적 수익을 위해 하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뉴스는 가격을 매겨야 한다. 이 사실을 알고 프랑스 대형매체들도 최근 유료화에 나서고 있다.”

-메디아파르의 장기적 목표는. 소규모 매체인데 기자를 늘려나갈 생각인가.
“기자 수를 늘리기 이전에 어떤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는지를 먼저 구상해야 한다. 그러면 기자는 분야별로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마련이다. 우리는 국제적인 무대에서 관심을 갖는 기사를 쓰고 싶다. 탐사보도 역시 늘려나갈 것이다. 비디오영역도 발전시킬 생각이다. 1년 6개월 전부터 스튜디오를 만들어 데일리 영상뉴스 자료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올랑드 등 프랑스 대선후보들을 상대로 TV토론을 진행했다. 비디오촬영 비용은 예전보다 줄어든 반면 효과는 늘어났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기술혁명으로 기자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기자의 역할은 여전히 민주주의가 부활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대표적 좌파 저널리스트인 에드위 플레넬은 인터뷰 내내 친절하고 유쾌했다. 플레넬은 인터뷰 말미에 자신이 최근에 쓴 책이라며 한 권을 건넸다. , 한국어로 <알 권리>였다. 에드위 플레넬은 “언론의 독립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좋은 기사는, 결국 좋은 독자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메디아파르는 저널리스트와 독자들이 함께 ‘타이밍’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통역 정영옥)

 

   
프랑스 ‘메디아파르’ 편집국. ⓒ정철운 기자
 

위 특별기획 시리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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