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102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한국의 공무원노동조합 노조 불인정 사례 등이 국제노동기준을 어긴 주요 노동 탄압 사례로 소개될 것이라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3일 밝혔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6일로 예정된 ILO 기준적용위원회 ‘공공부문 노동기본권’에 관한 일반 토론에서 한국의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 등이 국제 기준에 어긋나는 사례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국제공공부문노동조합연맹(국제공공노련·PSI)도 이 토론에서 한국의 공무원노조 불인정을 터키의 노조 간부에 대한 대대적인 구속과 과테말라, 알제리의 노조 간부 살해 등과 함께 심각한 공공부문 노동기본권 탄압 실태로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ILO 기준적용위원회는 ILO 총회마다 정기적으로 회원국 노사정 대표로 구성되는 상설위원회로, 국제노동기준 이행에 관한 감시·감독 기능을 한다. 일반 토론에선 ILO 이사회가 정한 특정 협약의 비준 여부와 협약이 각국의 법과 제도에 합치되는지 등을 점검한다. 아울러 개별 사례 심의를 통해 회원국이 비준한 협약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를 중요 사례 25개를 선정해 권고를 내린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ILO 협약 비준! 노동기본권 쟁취! 민영화 저지! 공공부문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CBS노컷뉴스
 
한국은 12일 열리는 개별 사례 심의 25개 대상 중 하나로도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국제노동조합연맹(ITUC)은 지난 3월 ILO 기준적용위원회 준비를 위한 회의를 개최해 이번 총회 공식 안건으로 제안할 예비 리스트를 작성했고, 한국의 차별 사례가 우선 사례로 포함됐다. 이 리스트에는 우즈베키스탄 면화농장의 강제 아동노동과 피지 군부의 노조활동 봉쇄 사례 등이 있다.

민주노총은 “고용허가제하에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제한 조치로 인한 차별과 인권 탄압 심화, 노동기본권 없는 불안정 일자리를 확대하는 국내법과 정부 정책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이주노조 설립 신고에 대한 지속적인 반려와 함께 비정규직·여성 노동자 차별 등 우리 정부의 ILO 협약 제111호(차별) 이행에 권고가 나오도록 적극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또 공공부문 노동기본권 쟁취 및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해 국제적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고 논의하기 위한 활동도 진행한다. 민주노총은 오는 11일에는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과 샤란 버로우 국제노총 사무총장 등과 면담할 예정이며 12일에는 국제공공노련이 주최하는 ‘공공부문 노동기본권 탄압국 규탄 자전거 행진’에도 참여한다. 특히 이 자전거 행진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노조탄압이 극심한 5개 국가(러시아·과테말라·방글라데시·그리스)가 선두에서 집회를 이끌어 나간다.

이번 ILO 총회는 5일부터 20일까지 유엔(UN) 유럽 본부와 ILO 사무국을 오가며 진행되며 185개 회원국 노·사·정 대표 5000여 명이 참석한다. 한국에선 정부 대표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과 최서경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가, 노사 대표로는 문진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노동자 대표는 짝수와 홀수년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번갈아 대표로 참가하는 이유로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김중남 공무원노조 위원장,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등 13명의 대표단과 함께 주요 행사에 일정에 맞춰 제네바로 떠난다.

한편 민주노총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는 3일부터 노동기본권 보장과 민영화 저지,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시국 농성에 돌입했다.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는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 등 관련법을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즉각 개정하고 민영화 공세를 중단해 비정규직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