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갈길이 먼 것 같습니다"
 
모바일용 유료 콘텐츠 장터인 '카카오페이지'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계획이 발표된 후 한 카카오 관계자가 한 얘기다.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이 팽배한 한국에서 유료 콘텐츠 시장을 열겠다는 카카오의 도전은 아직 성과를 못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4월 10일 누구나 콘텐츠를 판매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오픈 장터인 카카오페이지를 출시했다. 카카오톡이 90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카카오 게임하기와 카카오스토리의 성공이 연달아 이어져 카카오페이지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그러나 콘텐츠 유료화는 쉽지 않았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지의 '구글 플레이' 누적 다운로드는 현재까지 27만 건이다. 하루 평균 순방문자는 약 1500명 수준이다. 
 
전혀 다른 서비스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커뮤니케이션용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카카오스토리가 출시 3일만에 50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것에 비해서는 한참 부족하다. 
 
카카오 안팎에서도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지난 24일 출시 50여일 만에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는 이날 '카카오페이지 파트너 간담회'를 열고 콘텐츠 판매업체(CP)들에게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 카카오는 지난 4월 10일 모바일용 유료 콘텐츠 장터 '카카오페이지'를 출시했다.
 
개편안의 핵심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구매방식의 전환이다. 현재는 이용자들이 한정된 비율의 무료 콘텐츠를 맛본 후 유료 콘텐츠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개별 콘텐츠별 구매와 기간별(30일)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카카오는 이런 방식이 이용자의 구매를 이끌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는 유료 상품을 늘어놓은 스토어 방식인데 잘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어느정도 콘텐츠를 이용해서 이용자가 콘텐츠에 빠져들면 그 후에 유료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애니팡' 게임과 같은 상품모델을 그리고 있다. 이런 게임들은 무료로 시작했다가 어느정도 '중독'이 되면 유료로 구매해야 하는 단계가 온다. 이런 모델을 위해 카카오는 회차권 구매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각 콘텐츠 판매자는 자신의 콘텐츠가 유료로 전환될 회차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2'를 예로 들면, 허 화백은 이용자들이 만화에 빠져들 적당한 시점까지 무료로 볼 수있는 회차권을 제공할 수 있다. 
 
만약 판매자가 15회 무료 회차권을 제공하면 16회부터는 유료 회차권을 구매해야 하는 방식이다. 무료 회차권의 횟수는 판매자가 판단할 수 있다.
 
   
▲ 카카오페이지 콘텐츠 예시
 
개편안의 두번째 핵심내용은 사용성 향상이다. 현재는 이용자가 스토어에서 콘텐츠를 찾아본 후 다운로드하는 방식이다. 또 이 콘텐츠를 보기 위해선 자신의 보관함으로 들어가야 한다. 카카오는 이런 다운로드 과정과 스토어-보관함을 오가는 불편함을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다운로드를 거치지 않고 스토어에서 콘텐츠를 선택하며 바로 나오도록 할 것"이라며 "스트리밍 방식과 비슷해서 내부에선 일명 '다운로드 앤 플레이' 방식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세번째 내용은 'SNS 연계 강화'다. 현재 카카오페이지는 자사 SNS인 카카오스토리와 연계만 가능하다. 카카오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외부 SNS에도 콘텐츠 링크의 공유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아직 콘텐츠를 유료로 구매하는 행동 자체가 익숙하지 않고, 이용자들을 충분히 끌어들일만한 우리의 준비도 미흡했다"면서 "개편된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유료 콘텐츠 시장을 열어보겠다"고 말했다. 
 
콘텐츠 판매자들은 발빠른 대응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한 콘텐츠 판매업체의 대표는 "대폭적인 변화가 담긴 빠른 대응에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구매방식을 회차권으로 전환하는 것도 굉장히 옳은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파트너 간담회에서 카카오페이지 다운로드 횟수가 무척 적다는 것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면서 "카카오페이지 서비스의 노출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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