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MBC 대선 보도는 역대 '최악'이란 평가를 받았다. 여권에 불리한 보도는 누락 혹은 축소하고, 야권에 타격을 입힐 만한 보도는 팩트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평가였다. MBC내부에서는 이같은 평가를 받은 대선보도의 실무 지휘자로 지난 22일 보도국장으로 승진한 김장겸 당시 정치부장를 지목하고 있다. 
 
김 보도국장이 본격적으로 부각된 건 2011년 2월 정치부장이 되면서다. 이 시기는 김재철 체제의 편파보도에 MBC 기자들의 반발이 고조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정치 기사의 공정성은 평소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선거기간 판가름난다. 김 국장이 정치부장이었던 2011년 10·26 재보선 선거 당시 MBC는 나경원 전 한나라당 후보를 노골적으로 편들었다는 내부 질타에 직면했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발간한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보고서를 살펴보면, 나 전 후보 의혹 보도 분량은 65초였지만 박원순 후보 의혹 보도 분량은 한 달여간 375초로 5~6배 달했다. 
 
이 기간 터진 ‘MB 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해서도 MBC 뉴스는 의혹 제기가 아닌 청와대 해명 위주나 여야 단순 공방 등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 내곡동 사저 부지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했다고 밝히자 돌연 이를 톱뉴스로 보도했다. MBC가 사저 의혹을 축소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김장겸 MBC 신임 보도국장
 
MBC 본부에 따르면 김재철 전 사장은 MBC 공정방송협의회에서 △10·26 선거시 박원순에 치우친 의혹중계 보도 △민주당의 공식적 문제제기 누락 △소극적 MB 사저 보도 등에서 심각한 편파불공정 보도를 했다는 MBC본부의 지적에 대해 “문제 있는 부분 일부 인정한다”고 말했다. MBC 정치뉴스의 편파성을김 전 사장조차도 ‘모르쇠’로 일관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김 국장은 MBC 170일 파업의 도화선이 된 MBC 기자회 제작거부의 ‘주범’이기도 하다. 당시 기자회는 당시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 돌입을 선언하며, 동시에 두 보도책임자가 뉴스 파행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정치부장이었던 그가 직접적으로 사퇴 요구를 받은 건 아니다. 하지만 기자회가 편파보도로 꼽은 ‘4.27 재보궐 선거 편파, 장관 인사청문회 의혹 축소, KBS 도청 의혹 보도통제, 대법원 판결 왜곡, 내곡동 사저 편파, 10.26 재보선 불공정, 한미 FTA 반대 집회 누락과 편파, 미국 법원의 BBK 판결문 특종 홀대, 김문수 경기지사의 119 논란 외면’으로 대부분이 정치 뉴스다.  
 
MBC본부 역시 성명에서 "170일 파업을 야기한 장본인이지만 편파보도의 공로를 인정받아 김재철 체제 하에서 정치부장만 벌써 2년 가까이 하고 있다"며 "그 사이 MBC의 명예는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MBC본부가 ‘낙하산 사장 반대, 공정방송 회복’을 위한 170일 파업을 끝나고 업무에 복귀할 때도 그는 파업 참가 기자들은 대선 취재에서 배제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보도를 위해 파업에 동참한 기자들이 배제된 지난해 대선 기간, MBC 정치 뉴스의 편파성 논란은 최고조에 달했다.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박사논문 표절 의혹을 검증 없이 보도하면서도 안 전 후보 측의 반론은 반영하지 않고, 안 전 후보 사찰 의혹 국면에서 그 핵심증거인 경찰교육원장의 발언 녹취 내용을 누락한 채 보도하자 MBC 뉴스에 대한 비난과 냉소가 일었다.
 
MBC 기자회는 “그가 지난해 장관 인사청문회와 내곡동 사저 의혹 보도를 누락할 때와 똑같은 논리로 ‘내가 보니 의혹 될 만한 게 없더라’는 자의적 기사 판단을 고집하는 것을 우려하며, 그 명석하지도 우수하지도 않은 판단력으로 50년 된 방송사를 망치는 행위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박근혜 새누리당 전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여론조사 기관을 교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MBC 기자회는 “양자대결에서 안 후보가 처음으로 1등을 한 직후 여론조사 기관이 코리아리서치에서 한국리서치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MBC는 ‘안철수 후보 편법 증여의혹’,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 등 언론노조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가 네티즌을 상대로 뽑은 ‘최악의 대선보도’에 7차례에 걸쳐 선정됐다.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입구에서 김장겸 보도국장이 대선TV토론 참석을 위해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맞이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국장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 검증 보도에서도 논란에 휩싸였다. 정홍원 총리 후보의 위장전입 의혹을 누락한 것에 대해 그는 “위장 전입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라는 해명했다. MBC는 최근 윤창중 성추행 의혹,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굵직한 이슈에서도 핵심적인 의혹제기는 피하거나 다른 언론보다 며칠 늦게 보도해 의혹을 뭉개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MBC 보도국의 한 기자는 “MBC 파업은 사실상 김장겸 국장 때문에 시작된 것이나 다름 아니다”며 “성향이 보수적인 문제를 떠나서 진영 논리에 갇혀서 기사 판단을 하다 보니 뉴스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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