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가 최근 종합편성채널의 5·18 역사왜곡과 연구소에 대한 막말 및 명예훼손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5·18 민주화 운동에 왜곡 방송으로 사과까지 했던 채널A가 또다시 일방적으로 역사 왜곡을 시도하자 정치권도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채널A는 21일 저녁 방송된 <박종진의 쾌도난마>에서 패널로 출연한 이봉규 시사평론가(전 데일리안 TV본부장)의 “역사왜곡 1위 영화 ‘백년전쟁’은 꽃뱀”, “민족문제연구소는 북한을 존중”, “임헌영 소장은 북한을 추종” 등의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내 또 한 번 질타를 받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이봉규씨는 ‘역사왜곡 5적(賊)’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순위를 매기며 지난해 11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제작한 다큐 영화 <백년전쟁>을 역사를 왜곡한 1위로 꼽았다. 이씨는 1위 선정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인데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해서 1위가 됐다”며 “사실을 비판할 수는 있으나 이를 왜곡해서 어린이들에게 교육하기 때문에 1위가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 21일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 방송 갈무리.
 
그러면서 그는 “백년전쟁은 그럴싸하게 짜깁기를 해 멋도 모르고 보면 넘어갈 수 있는 꽃뱀”이라며 “수사 기관에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이름은 원래 ‘임준열’인데 박헌영을 존경해 이름까지 바꾼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이라며 “왜 여기(남한) 와서 살면서 여기 역사를 왜곡하는지 모르겠다. 거기(북한) 가서 살아야 한다”는 등 인신공격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연구소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건국과 산업화 대통령을 모두 부정하고 북한을 존중한다”며 “김일성이 유일하게 항일 투쟁을 했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씨는 역사왜곡 2위로 김정은 집단을, 3위는 일본의 아베 총리, 4위는 중국의 동북공정 등 역사왜곡 문서를 만드는 지안 박물관, 5위로는 ‘위안부 망언’을 한 하시모토 일본유신회 공동대표를 꼽았다. 그는 지난 2월에도 ‘민주당 5적’과 ‘북핵방조 5적’ 1위로 각각 고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다.

   
▲ 21일 채널A종합뉴스 사과방송 화면 갈무리.
 
이에 대해 22일 연구소 측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백년전쟁’과 연구소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 등 각종 도발에 적극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재승 민족문제연구소 고문변호사단 대표는 “연구소에 대한 마녀사냥이나 5‧18 정신 훼손 등 극우세력의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인 역사 훼손이 도를 넘고 있다”며 “종편 방송 등의 역사왜곡을 방치할 경우 우리 사회의 가치기준이 무너질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채널A의 연구소 폄훼 방송에 대해 “연구소는 근거가 없는 주장을 한 번도 내놓은 적이 없는데 수준 이하의 저질 언론들이 역사훼손을 생업으로 삼고 있다”며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극우세력의 도발은 종편까지 가세해 집단화·조직화하고 있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일본 우익의 과거사 부정을 규탄하기 전에 우리 사회 내부의 역사왜곡이 더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며 “이제 제재를 가해서라도 무차별적인 역사파괴를 그만두게 해야 하며 연구소와 구성원, 그리고 백년전쟁에 대한 모략과 음해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법적 대응 하겠다”고 덧붙였다.

   
▲ 다큐 영화 백년전쟁 포스터. 사진출처=역사정의실천 시민역사관 누리집
 
민주당 미디어홍보특별위원회와 5·18민주화운동 왜곡 대책특별위원회도 종편의 역사 왜곡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민희 미디어특위 의원은 22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종편 한 두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고 종편의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극우 상업주의 선정방송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며 “종편에 부여된 모든 특혜를 없애는 법안을 개정하고 지상파와 똑같은 수준의 수평적 규제, 종편 재허가 심의 절차에서 계량적 수치 평가 강화로 재허가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박범계 5·18민주화운동 왜곡 대책특별위원회 부위원장도 “문제의 발언이 어떤 형식으로 나왔고 진행자의 대담 태도가 어땠는지 전부 리뷰해 해당 프로그램 폐지와 진행자, 기획자에 대한 징계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법 제정과 개정을 해서라도 다시는 그런 얘기를 반복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23일 이와 관련해 채널A 측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과 기회홍보팀에 전화와 문자, 메일 등 연락을 취하고 답변을 기다렸지만 이성수 <박종진의 쾌도난마> 책임PD와 이광표 기획홍보팀장은 답변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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