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에 앞장섰던 종합편성채널이 여론의 분노에 움찔하며 꼬리를 내리고 있다. 채널A가 지난 21일 <김광현의 탕탕평평>과 메인뉴스인 <채널A종합뉴스> 말미에 사과 방송을 한 데 이어 TV조선은 광주시와 5·18 관련 단체들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자 해당 영상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TV방송은 사과는커녕 왜 삭제했는지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22일 TV조선 생방송 <장성민의 시사탱크> 인터넷 다시보기 서비스를 보면, 지난 13일 임천용 자유북한군인연합 대표가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시민군이 아니고 북한에서 내려온 게릴라”라는 등의 발언을 해 문제가 된 영상이 통째로 사라졌다. 해당 영상은 지난 20일 강운태 광주시장의 법적 대응 ‘엄포’가 있은 후 이날 오후 삭제됐다.

김민배 TV조선 보도본부장은 22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사과방송을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우리도 생각하고 있고 사과방송이라고 단정해서 말할 수 없지만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표명할 것인지 생각과 지혜를 모으는 중”이라며 “채널A가 사과방송을 했다고 따라 하는 것이 아닌 우리 스타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TV조선의 입장은 광주 민주화운동의 가치와 정신을 훼손하려는 생각 추호도 없고 부정하는 사람도 없다”며 “해당 프로그램에서도 5·18을 폄훼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 13일 방송된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갈무리.
 
오동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책임PD는 해당 방송분이 삭제된 이유에 대해 “예상과 달리 계속 논란이 일어20일 오후 팀 회의를 거쳐 내리게 됐다”며 “회사의 지시가 있어서 조처를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오 PD는 “우리가 방송 전과 후에도 5·18 단체 쪽에 출연 요청을 계속했어도 그쪽에서 출연을 거부해 한 쪽 입장만 나갔는데 너무 왜곡·편파 보도로 비치는 게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우선은 문제가 커져서 방송 나간 자료를 잠시 내렸지만 5·18 단체 인사가 섭외되면 정상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작진은 해당 방송이 잘못됐는지에 대해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채널A는 김광현의 탕탕평평 홈페이지에 지난 15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으로 남파된 특전사가 있다는 내용의 이주성 한반도평화국제연합 대표 인터뷰를 방영했던 97회 방송 영상을 삭제했으며, 대신 해당 방송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 21일 채널A종합뉴스 사과방송 화면 갈무리.
 
다음은 채널A 사과문 전문이다.

“채널A는 지난 15일 ‘김광현의 탕탕평평’ 프로그램에서북한군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 김명국 씨의 증언을 방송한 바 있습니다. 김 씨 증언의 요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진행 중이던 1980년 5월 23일 광주에 침투해 활동하다 북한으로 복귀했다는 것입니다. 이 방송 내용으로 인해 마음을 다친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와 광주시민,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제작진은 방송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을 엄밀하게 검증해 시정해 나가겠습니다. 채널A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과 본질을 존중하며 앞으로도 이 같은 자세를 지켜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김광현의 탕탕평평’의 사회자 김광현씨가 해당 프로그램 말미에 밝혔던 사과 멘트 “만약 이 방송 내용으로 인해 마음을 다친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와 광주시민,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이 있다면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에서 ‘만약’이라는 가정법 표현이 들어가 “진정성이 없는 출구전략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이에 대해 광주시와 5·18 관련 단체들은 사과 방송과는 별개로 법적 대응을 진행할 방침이다. 송선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22일 “사과는 사과고 소송은 소송이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역사를 왜곡한 방송에 대한 잘못은 사법적 절차를 거쳐서라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고 그 과정과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이사는 종편의 출연 제의에 대해서는 “거기에 말려드는 건 논란만 증폭할 뿐이고 종편은 시청률을 높이려는 꼼수”며 “정부 차원에서 벌어진 5·18을 탈북자 몇 사람과 얘기한다고 확인되지도 않고 정부가 먼저 북측에 확인 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는 게 도리다”고 강조했다.

광주시 인권담당관실 관계자도 “대책위원회에서 법률 대응팀이 구성돼 사과 성명 수준이 일정 수준 도달했는지, 미흡했는지에 따라 추가로 고소·고발 필요성 있다면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응할 것”이라며 “사과는 사과대로 받고, 이와 별도로 법률 대응은 전문가들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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