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12번 출구로 나오자 익숙한 풍선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노란 풍선들이 지하철역과 시청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노란 풍선이 광장을 가득 메운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 4주기를 맞아 열린 행사 때문이다. 
 
오늘(19일) 오후 2시부터 시청광장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4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사람사는 세상 동호회, 영농법인 (주)봉하마을, 노사모, 문재인 서포터즈 문풍지대, 노무현재단,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노무현 시민학교 등 다양한 단체들이 부스를 차려 ‘노무현’과 관련된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노란풍선과 노란티셔츠를 입은 시민들이 광장에 들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남긴 시민들의 포스트잇
ⓒ조윤호 기자
 
 
광장 한편에 ‘노짱과 함께 즉석 사진 찍어요’라는 부스가 있었다. 그곳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판넬과 사진을 찍으려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왼편에는 봉하마을에서 건너온 친환경농산물들과 각종 음식들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도서와 음반을 판매하는 부스도 보였다. 우산, 티셔츠, 핸드폰 고리 등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캐릭터상품들도 판매되고 있었다. 
 
   
‘노짱과 함께 즉석 사진 찍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한 문성근 전 민주당 최고위원과 시민들
ⓒ조윤호 기자
 
가장 큰 주목을 끈 프로그램은 노무현 보드게임 ‘노무현의 길’이었다. 노무현의 길은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수만큼 말을 이동한 후 정지한 칸에 적혀진 문제를 풀어 도착지에 먼저 들어온 팀이 우승하는 게임이다. '노무현의 길‘ 프로그램 관계자는 “재미있게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과 민주주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라고 말했다.
 
   
▲ 노무현의 길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
ⓒ조윤호 기자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가 슬픔으로 무거웠다면, 올해 4주기 행사는 웃음과 여유로움으로 가벼운 분위기였다. 추모제라기보다 노무현이라는 주제로 모인 다양한 시민들의 축제 같았다. ‘노무현 장학퀴즈’에 참석한 한 시민은 “노무현 놀이동산 같다”고 말했고, 보드게임에 참석한 한 청년은 ‘노무현 랜드에 온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사진 앞에 서 있던 한 시민은 “원래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는데, 이명박 정부를 겪어보니 노무현 대통령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박근혜 정부도 지금까지 하는 걸 보니 이명박 정부와 다를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무현 티셔츠를 구매하던 한 시민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으로 인해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잊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반대하며 ‘부정선거’ 규탄 서명을 받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들은 문재인 의원이 광장에 나타나자 문 의원에게 “부정선거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십시오. 법률가 아니십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오후 4시 반 경 시청광장에 등장한 문재인 의원
ⓒ조윤호 기자
 
부스 행사에 이어 오후 여섯시 반부터 가수 이승환, 신해철의 공연, 유시민·정봉주 전 의원의 ‘힐링토크’, ‘노무현 레퀴엠’ 연주 등으로 구성된 추모문화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노무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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