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구멍가게와 같은 인터넷 언론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전사이다. 칼을 찬 선비, 선비정신과 상무정신을 겸비한 문무겸전(文武兼全)의 정신력과 능력, 용기를 가지고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회원사들이 서로 돕고 단결해 자유국가, 자유정신, 자유의 삶을 빼앗아가려는 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승리해야 한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4기 출범식 자리에서 인보길 뉴데일리 대표가 한 말이다.
인보길 대표의 발언에 100% 동의할 순 없다고 치더라도 인터넷 보수 언론 입장에서는 ‘대동단결’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이뤄낸 게 사실이다.

대선 기간 이들 매체가 쏟아낸 기사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일었던 것도 역설적으로 이들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뉴데일리-데일리안 양강구도= 인터넷 보수 언론은 지난 2003년과 2005년 사이 집중적으로 창간된 이후 2013년 데일리안과 뉴데일리가 안착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모습이다. 인터넷에서 두 언론사의 영향력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4일까지 종합인터넷신문 순위에서 데일리안은 3위, 뉴데일리는 6위를 기록했다. 데일리안의 일평균 방문자수는 153,681명이고 뉴데일리는 116,247명이다. 진보성향의 매체 순위를 보면 오마이뉴스가 4위, 미디어오늘이 7위다.
오마이뉴스 일평균 방문자수 153,681명, 미디어오늘은 94,016명이다.

물론 이 같은 통계를 두고 인터넷 보수 언론이 진보 매체의 언론보다 여론 장악력에서 앞서고 있다고 볼 수 없지만 두 매체를 결코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예를 들어 지난해 대선 직전 뉴데일리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고가 의자 사용 논란을 기사화하면서 ‘이슈’를 주도했다. 악의적인 보도라는 평가와는 별개로 서민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문 후보에 치명타를 입힌 셈이다.

   
뉴데일리와 데일리안 홈페이지 캡처.
 
이들의 성장은 지난 진보성향 인터넷 매체의 성장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02년 노무현 정부 탄생에 진보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이 컸고, 2004년 탄핵국면에서 ‘노무현 구하기’에도 일정 정도 역할을 했다는 평가 앞에 보수 진영 쪽에서도 인터넷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그리고 2004년 데일리안과 2005년 뉴데일리가 창간해 2007년 이명박 정부의 탄생에 일조하면서 인터넷 공간 안에서도 보수-진보가 접전을 치러 자신의 목소리를 확보해왔다는 분석이다.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수석부회장은 “보수-진보의 이념을 떠나 2002년 당시 진보 쪽으로 비대칭이었던 것이  2007년 접전을 이룰 만큼 보수 인터넷 언론이 성장했고 2012년에는 자신의 기조를 공세적으로 펼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수 인터넷 언론 입장에서는 여론이 한쪽으로 치우쳤던 것을 제어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보수 매체들이 연합단체를 결성, 결속력을 강조하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 2006년 자칭 애국보수세력의 단체로 평가되는 자유언론인협회가 출범했고 2007년에는 보수 언론인 출신들이 주축이 된 한국언론미디어협회가 출범했다. 자유언론인협회는 지난해 재창립을 선언했고 한국언론미디어협회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4기 회장으로 선출하며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들의 또다른 성장 배경에는 포털의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데일리안과 뉴데일리가 보수 매체의 양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도 뉴스 소비의 유통창구로 막대한 영향을 끼친 네이버의 뉴스캐스트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뉴스캐스트 진출에 정권 차원의 영향이 끼쳤다는 의혹의 시선도 일찌감치 나왔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인터넷 공간에서 점유율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급격히 상승했다.

▷보수언론 성장은 착시효과= 반면, 인터넷 보수 언론의 성장은 속빈 강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보수 인터넷 언론운동의 1세대로 통하는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는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서 미디어자체가 권력과 기득권에 비판적이고 기존의 보수 진영에 좋은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자들이 많지 않다”면서 “권력 비판적인 소재가 나오면 진보 성향의 매체뿐만 아니라 특별한 성향을 띄지 않은 언론들도 비판적으로 쓰고 있다. 전반적으로 진보 대 보수 언론의 여론 영향력을 7대 3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데일리안과 뉴데일리를 제외한 보수 언론들의 상황을 봤을 때 ‘빈익빈부익부’ 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지난 2006년 뉴라이트계열의 인터넷 매체로 주목을 받았던 정치토론 사이트 프리존은 한때 친노진영 웹진인 서프라이즈에 대항해 보수우파 논객의 산실같은 역할을 했지만 현재 사이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혜식 대표는 오히려 “데일리안과 뉴데일리를 제외한 다른 기존의 보수 언론들은 많이 사라졌다”면서 “MB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인터넷 언론의 중요성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알았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 데일리안과 뉴데일리는 포털에 진입하면서 결론적으로 포털에 기생적인 구조가 돼버린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 2002년과 2007년에 비교해 인터넷 공간에서 젊은 층의 보수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인터넷 보수 언론이 성장하는 것처럼 착시효과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 대표는 “과거에는 인터넷을 움직이는 댓글과 의견을 다는 보수세력이 굉장히 약했다”면서 “하지만 현재 일간베스트와 조갑제 닷컴 등 누리꾼들이 강력하게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세력이 생겼다. 보수 언론의 장악력이 높다졌다기보다 인터넷과 SNS상에서 보수적인 누리꾼들의 장악력과 전파 속도가 빨라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남북 문제에서 20대 연령층에서 반북성향의 누리꾼들이 결집하면서 인터넷 여론의 장악력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 인터넷 언론의 강자인 뉴데일리가 데일리안의 편집국장 출신이 만들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뉴데일리는 김영한 전 데일리안 편집국장이 지난 2005년 창간한 매체다. 당시 보수 언론 진영 안에서는 이명박과 박근혜 지지 여부를 놓고 구성원들 사이 마찰을 빚었고, 상당수 기자들이 이탈해 뉴데일리를 만들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 두 매체의 분화는 구성원들의 정치적 분화를 표면화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리고 현재 데일리안은 중도우파, 뉴데일리는 보수우파의 시각이 반영된 기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보수 인터넷 매체에 속했었던 기자는 “MB 정부가 탄생하기 전까지는 뉴데일리의 색깔이 오른쪽으로 치우치지 않았지만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인보길 대표가 오면서 급격히 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립적인 독자층도 있지만 인터넷 시장이 보수 진보가 나눠져 있기 때문에 뉴데일리도 나름대로 정체성을 찾아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데일리안은 정치쪽에 가까운 우파이고 뉴데일리는 우리 매체와 같이 애국 보수 우파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의 트위터 프로필              
 
▷보도 근거는 어디에?= 문제는 인터넷 보수 언론의 창간이 ‘좌파’ 언론의 논리에 대응하기 위한 배경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저널리즘에 충실하기 보다는 정파적 목소리를 극대화하기 위한 창구로 활용하면서 사실을 왜곡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8월 조선일보가 EBS 인기 강사의 강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공영방송 EBS에서 듣게 되는 고등학생들은 반대한민국적 역사의식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고 보도하자 데일리안이 사실 확인 없이 받아쓰면서 문제가 됐다.

당사자인 강사는 조선일보가 북한의 주장을 소개하거나 사실을 전달하는 부분을 왜곡해 보도했다며 반발했고, EBS 측도 “강의 내용 중 특정 부분만 발췌하여 마치 강의 내용이 좌편향적인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조선일보 보도 이후 데일리안은 강의자가 전교조 교사라는 점을 부각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래서 전교조 조합원 명단이 공개돼야 한다”는 당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의 말까지 인용했다. 하지만 당시 당사자가 강의하고 있는 시점엔 전교조 조합원도 아니었고 강의 내용 역시 북한의 주장을 전달했다는 반박이 나오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뉴데일리의 경우 최근 윤창중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보도를 비판하고 윤 대변인을 적극 옹호하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팩트’ 자체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인터넷 보수언론들의 팩트 확인 없는 왜곡 보도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사진은 뉴데일리(왼쪽)와 데일리안의 왜곡사례로 꼽히는 보도.
 
뉴데일리는 11일 한창 윤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기사가 나오자 <윤창중 몰아내기 배후엔 미시USA...그 뒤엔?>이라는 기사에서 최초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미시USA에 대해 “이 사이트의 [토크 라운지] 코너에선 한인 여성들이 각종 현안에 대한 견해,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자유롭게 올리고 댓글을 달기도 한다”면서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불거진 ‘광우병 거짓선동’은 이 코너를 통해 퍼져나간 것으로 유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윤창중 논란’이 처음으로 알려진 것도 <미시USA>를 통해서였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의혹의 근거지인 미시USA를 거짓 선동의 사이트로 매도해버린 것이다.

또한 뉴데일리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부인이 사경을 헤맨다고 들었다”면서 “윤 대변인 부인의 건강상태가 남은 순방일정을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급거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기사상에서 이를 확인하기 위한 취재 과정은 전혀 보도하지 않아 사실상 관계자의 말만 빌려 ‘아니면 말고식’의 의혹만을 제기한 꼴이 됐다. 뉴데일리 이진광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보수진영에서도 우려 목소리= 뉴데일리의 보도는 보수 진영 인터넷 매체 관계자 사이에서도 ‘너무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신혜식 대표는 뉴데일리 보도와 관련해 “비판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는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드러난 팩트는 윤 대변인이 인턴과 술을 마셨다는 것이다. 적어도 한 국가의 대변인이 저녁에 인턴과 술을 마셨다는 팩트를 짚어내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수석부회장은 “사건 경위나 팩트 확인 없이 보도된 것은 신중하지 못한 것이다. 보수와 진보 여부를 떠나 중요한 벨류의 사건을 대할 때는 정권과의 관계를 떠나 보도해야 한다. 현재 보도 패턴대로라면 여전히 좌우 대립이나 정치적 편향성과 이념성에 경도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교수(충남대 언론정보학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규범적으로 입을 닫게 할 수도 없고 공정성을 강제할 수도 없다. 논조는 경향성에 해당되는 문제일 뿐이고 무리한 보도를 하면 여론에서 외면을 받고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인터넷 보수 매체들이 여러 활로를 개척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뉴데일리의 경우 취재원의 발언 원문을 그대로 살려 기사 중간에 통째로 집어넣은 기사틀을 사용하는 등 인터넷 문법에 특화된 기사 쓰기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반면, 보수 우파 논객 변희재씨가 대표로 있는 미디어워치의 경우 최근 인터넷 매체인 빅뉴스를 주간지인 미디어워치로 통폐합했다.

여론의 주요 창구인 인터넷 공간의 매체를 키우는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다만, 미디어워치는 지면 발행 전 주요 기사를 소개해주는 미디어워치 TV를 만들어 방송을 하고 있다. 변 대표는 진보진영의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설전을 벌인 이후 미디어워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하루 평균 20~30명의 유료 독자가 가입하고 있고 지난해와 비교해 1000여명 정도가 늘었다면서 “유료독자가 늘면서 충성도 높은 독자들을 위해 클릭수 보다는 지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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