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신문사의 소유구조는 회장 일가 독점부터 191개 기업 공동소유, 우리사주조합, 국민주까지 다양하다. 지난 2008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은주 객원연구위원은 전국종합일간지의 소유구조를 △가계소유+재단소유 △재단소유 △다자복합구도(기업 및 재단+개인 및 우리사주) △우리사주+사외 인적자원 참여 등으로 분류했다.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신문사의 소유구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문 바깥에서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형 언론사 실험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일보에서는 족벌 체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미디어오늘이 우리나라 신문사 소유구조를 살펴보면서 대안적 모델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디지털시대, 족벌체제 의미 있나=조선·중앙·동아·한국일보는 대 이은 세습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홍석현 회장은 홍진기 전 회장의 아들이고,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방응모-방일영 전 사장의 직계다.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은 설립자 김성수로 시작해 김상만-김병관 전 사장의 직계다.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은 창업주 장기영씨의 차남이다.

지난해 말 기준 조선일보의 주주는 단 7명으로 방상훈 사장이 30.03%를 보유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경우 홍석현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29.40%다. 그는 모회사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은 22.21%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총 78.46% 지분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갖고 있다. 한국일보도 장씨 일가가 지배하고 있다.

이들은 사주 일가로 소유구조를 확립하고 사업을 확장해왔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서경호 커뮤니케이션팀장은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오너십(ownership)이 확실한 회사는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리크스테이킹(risk-taking)을 할 수 있다”면서 “중앙일보가 미디어그룹으로 확대됐고 종이신문 섹션, 가로쓰기, 베를리너 판형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영섭 언론학 박사는 이 같은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사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사주의 취향에 따라 투자를 해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족벌신문의 종합편성채널을 예로 들며 “불필요한 투자로 생각되지만 결국 책임은 사주가 아닌 구성원들에게 전가된다. 경영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는 것이 족벌언론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주는 성역이다. 1999년 홍석현 회장이 보광그룹 탈세 사건과 관련, 검찰에 출석했을 당시 한 곳에 모인 기자들은 홍 회장에게 “회장님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중앙일보를 만든 삼성에 대한 비판 기사는 찾기 힘들다. 시민단체에서는 이를 ‘족벌언론의 폐해’라고 비판한다. 사주는 물론 사주와 얽힌 이해관계자들도 비판의 성역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사주의 이익, 정치적 성향을 위해 언론이 활용되면서 시장 자체가 붕괴됐다”고 진단했다. 추혜선 총장은 “이제 기자의 성역은 사주뿐이 아니라 사주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기업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 한국의 주요 일간지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지붕 한가족 ‘매경’과 191가족 ‘한경’=대표적인 친시장 경제신문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의 소유구조는 크게 비교된다. 매일경제는 창업자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경제는 191개 기업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매일경제의 실소유주는 창업자 정진기씨 일가다. 정진기언론문화재단이 최대주주로 현재 이사장은 정씨의 부인 이서례씨다. 장대환 현 회장은 이들의 사위다. 재단이 46.50%, 이서례 이사장이 26.90%를 보유하고 있다. 장 회장 지분은 4.20%다. 매일경제 최종완 기획실 차장은 “언론보도에도 나오듯 백년 이상 유지한 기업들은 대부분 강력한 리더십으로 경영해왔다”면서 “한국 메이저 신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의 최대주주는 현대자동차다. 지분율은 20.55%다. 이밖에도 190개 기업이 한국경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IMF 시기 다른 기업이 내놓은 지분을 현대자동차가 매입했다. 김수찬 기획부장은 “주인이 없는 회사니까 오히려 눈치 보지 않고 보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현대차가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경영과 편집에 간섭한 경우는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두 신문은 소유구조에 있어 큰 차이가 있는데도 둘 다 ‘친시장 언론’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 관한 이슈를 다루고 광고도 기업에서 수주하는 만큼 광고주 눈치보기가 언제나 작동하고 있다. 친시장과 친기업의 경계는 모호하다. 지난 2월 한국경제와 매일경제는 폭로전을 통해 ‘친기업’ 수준을 경쟁한 바 있다.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양재일 사무총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07년 태안반도에서 발생한 ‘삼성1호-허베이 스피릿 호 원유 유출 사고’를 언론이 ‘태안반도 기름유출’로 바꿔 표기한 보도를 들었다. 양재일 총장은 “특히 삼성 관련 보도를 보면 경제신문들이 기업의 논리를 전파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운명 좌우할 백지수표=
사주가 있는 신문사는 또 있다. 국민일보는 순복음교회 교인들의 헌금으로 창간됐고, 재단법인 국민문화재단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소유주는 조용기 목사 일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 목사와 그 가족은 국민일보를 경영해 왔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씨에 따르면, 조 목사와 그 특수관계인이 국민일보를 경영한 기간은 창간 이래 85% 이상이다. 조 목사는 재단 설립 당시 이사장을 맡았고, 2010년 국민일보 회장에 올랐다. 현 회장 조사무엘민제씨는 조 목사의 아들로 역시 재단 이사로 등록돼 있다.

국민일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일보는 2012년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으로부터 50억 원 가까이를 수증해 영업외수익으로 계산했다. 국민문화재단은 국민일보의 신문제작과 신문인쇄 용역을 제공하고 있고, 국민일보는 이에 대한 담보로 백지수표 3매를 재단에 제공하고 있다. 조용기 목사가 국민일보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물적 토대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일보는 통일교 소유다. 최대주주는 재단법인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으로 지분은 39.16%다. 사단법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선교회 지분은 22.07%다. 이 신문은 통일교 문선명 총재가 별세한 지난해 9월 3일부터 13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1면과 기획기사로 관련 소식을 내보냈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씨는 “종교언론은 교단 소유 ‘CBS 모델’과 전제군주식 ‘극동방송 모델’로 나뉘는데 국민·세계일보는 극동방송 모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 신문은) 봉건적 소유구조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권범철 화백
 
▷우리사주로 위기 극복할 수 있나?=사주와 종교재단이 소유한 신문사의 반대편에는 우리사주조합을 꾸린 경향신문 문화일보 서울신문 한겨레 등이 있다. IMF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노동자들은 퇴직금으로 회사 주식을 매입했다. 경향신문 노동자들은 한화가 보유한 지분을 퇴직금으로 매입했고 서울신문 노동자들은 정부 지분을 샀다. 한겨레 노동자들은 2002년 말 퇴직금을 자본금으로 출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12년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향신문 임직원이 보유한 지분은 2011년 말 현재 46.50%다.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은 34.14%다. 문화일보는 38.74%, 한겨레는 23.08%다. 경향신문 서울신문 문화일보의 경우 최대주주가 우리사주조합인 셈이다. 한겨레의 경우, 국민주를 제외하면 우리사주조합이 최대주주다.

문화일보 김부식 노조위원장은 “우리사주가 (60%를 보유한) 두 재단을 견제할 수 있는 지분 구성”이라고 전했다. 경향신문 관계자는 “독립언론으로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사원주주”라며 “한화에서 독립하면서 배는 조금 고팠지만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주인이 없는 회사가 될 수 있어 의견을 모으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전했다.

박중언 우리사주조합장은 “2002년 말 더 이상 국민들에게 기댈 수 없는 상황이 됐고 명목상에 있던 우리사주조합을 실질적으로 활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사주조합에 사외이사와 감사 추천권이 있어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바탕은 국민주다. 국민주의 주주 권리 행사에 대해 박 조합장은 “현재 의결권을 위임받는 구조이지만 다양한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사주조합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뒤처진 소유구조라는 의견도 있다. 심영섭 박사는 “우리사주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면서도 “디지털 환경에서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는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애초 우리사주는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시작했다. 바뀐 미디어 환경은 언론사에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하고 있지만 노동자에게 더 많은 희생을 바랄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 심 박사의 진단이다.

▷위기의 신문, 대안은 저널리즘뿐인가=정부는 신문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으로 신방겸영을 추진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매일경제는 종편을 등에 업고 종합 미디어그룹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신문들이 광고주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똑같은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고, 공정성과 정확성의 저널리즘을 포기하는 시대에 본격적인 생존경쟁이 시작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디어기업 소유구조를 분석한 이은주 박사(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방송통신연구부 소속)는 “수익의 대부분을 광고로, 나머지 일부를 구독료로 메꾸는 현행 신문산업에서는 사주가 있는 신문만이 성장할 수 있다”면서 산업 전반에 있어 소유구조와 수익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널리즘과 신문의 위기 속에서 협동조합이 시도할 만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늘어날수록 편집권 독립이 강화될 수 있다. 반면 특정집단에 의해 장악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TV PD인 시사평론가 김용민씨는 “예를 들어 특정집단이 조합원을 다수 밀어 넣는다면 금세 취약해진다”며 “조합원이 늘면 늘수록 저널리즘의 정도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13일 국민TV 미디어협동조합 조합원은 만 명이 넘었다.

심영섭 박사는 “현재 협동조합 언론사 모델은 ‘여론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목표라면 지속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상유지가 아니라 확대재생산하고,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자금을 유입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에서 플랫폼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질지 의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반면 추혜선 총장은 “프레시안에서 볼 수 있듯 최근 언론의 생존과 가치가 응축된 문제가 나오고 있다”면서 “협동조합 모델을 저널리즘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생존을 모색하는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이은주 박사는 “쉽지 않겠지만 사회적으로 필요한 저널리즘의 역할을 위해서 국가가 나서 지역성과 다양성이 있는 신문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탐사보도협회처럼 사회적 기업 언론 또는 지역의 중소언론을 모아내고, 공익재단 방식의 언론사를 시도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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