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을 달군 가장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는,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순방에서 성추행 파문을 일으키며 조기 귀국 및 경질된 사건이다. 고위 정치인과 성적 선정성, 나아가 국제 망신이라는 코드가 섞이자 얼마나 대단한 관심사가 되어버렸는지, 공영방송 기자들이 자기 방송국들이 윤창중씨의 해명 기자회견을 생중계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 삼을 정도였다(관련보도: KBS MBC SBS 방송3사 ‘윤창중 기자회견’ 침묵).

가해 혐의자의 걸러지지 않은 일방적 변명이 예정된 것인 만큼 직접발언으로 세상을 호도할 기회를 주기보다는 내용의 진위와 기타 평가를 거친 정리된 뉴스를 내는 것이 훨씬 언론 규범적으로 적합한데도, 그런 판단력이 흐려질 정도로 말이다. 뭐 그만큼 대단한 화제성을 자랑했다는 이야기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CBS노컷뉴스
 
그런데 세상사 이슈에 대한 관심은 한정된 자원이고, 하나의 큰 일은 다른 큰 일로 덮여나간다.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도피 사건에 대한 열렬한 관심은 바로 그보다 며칠 전까지 끓어올랐던 남양유업의 대리점에 대한 횡포 사건에 대해 할애되는 관심을 덮어버렸고, 사건과 같은 시간대에 일어나고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기업가들과 나눈 심각한 노동권 침해 사안인 ‘통상임금 해결’ 발언, 그리고 현대제철의 공사현장에서 일어난 하청 노동자 집단 질식사 사건 등은 사실상 아예 이슈의 중앙 무대로 올라오지도 못했다. 또한 훨씬 더 많은 지속적 관심을 받아 마땅하고 갈수록 정황과 증거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는 국가조직 차원의 감시/검열 문제인 국정원 악플 업무 사건도 전체 뉴스 목록의 한참 하단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더 근본적 함의(국가체제와 개인의 자유)와 직접적 영향(노동권)이 있는 사안들에 대한 관심이 빠져나가는 것을 개탄하는 것은, 자칫하면 윽박지르기가 된다. “스캔들성 사건A에 대해 관심을 쏟으니 당신들은 우매한 군중이다. 현혹되지 말고 노동·사회적 사건B에 관심 쏟으란 말이다”라는 접근은 역시 곤란하다. 자극적인 특정 요인들이 관심을 더 끄는 것은 상당부분은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되, 어떻게든 그 관심을 다른 중요한 공공사안으로 연결시키는 전략이 훨씬 중요하다. 혼내면서 훈계의 쾌감과 상대의 저항심만 키우기보다, 견강부회의 경계를 걸으며 지난하더라도 집요하게 관심을 유도해내는 것 말이다.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jamjam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음식 에세이만화 <오무라이스잼잼>(조경규)은 매 에피소드마다 전반부에 제시되는 흥미로운 일상 관찰이나 체험의 소재에서, 후반부로 음식 이야기로 자연스레 유도해내는 흐름이 탁월하다. 한 발짝 멀리서 보면 어떻게 이런 이야기에서 저런 이야기로 넘어갔는지 괴상하다는 해석을 할 수도 있겠지만, 평범하게 읽고 즐기는 과정에서는 그리 자연스러울 수 없다.

심지어 제목조차 앞의 상황과 뒤에 소개할 음식을 둘 다 압축하는데, 그 결과 ‘초현실 추파춥스’나 ‘슬프도록 아름다운 닭갈비’ 같은 제목들이 나온다. 군 복무 이야기를 하며 당시 군대생활 동기들, 유행하던 락발라드 제목을 회고하다가 같이 먹으러가던 닭갈비 이야기로 연결하며 결국 음식의 맛을 칭송하여 다시금 음식만화 본래의 목표인 식욕 자극을 훌륭하게 수행해낸다.

그래서 모두에게 제안하고픈 바가 있다. 이왕 윤창중 사건 덕에 청와대의 부실한 일 처리 및 현실 인식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면, 그것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박대통령의 통상임금 발언에-통상임금 이슈는 사법부 판단에 의해 이미 결정 났고, 임금체계 정상화 측면에서 마음대로 뒤집을 일이 아니다-관심을 이어주시길 부탁한다. 아니면 인턴 직원을 함부로 대하며 사단이 났다는 윤창중 사건의 일면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하청 공사 직원을 함부로 대하다 못해 안전 프로토콜까지 무시하여 결국 5명이나 질식사하게 만든 현대제철 사건의 이후 조치 진행에 관심을 이어주시길 부탁한다. 그런 작업을 최일선에서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전업 담론꾼들인 언론종사자들이고, 그간 기술 발전 속에 그 못지 않은 매체력을 가끔 발휘하곤 하는 개개인들도 해줄 몫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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